국가기술 자격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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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술 자격의 자격
  • carmedia
  • 승인 2012.02.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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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특성화고(전문계고) 진학률은 2000년 37.3%에서 2009년 24.3%로, 취업률은 51.4%에서 16.7%로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691개 전문계고를 2015년까지 400개로 줄이고 그중 50개교를 마이스터고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선진국의 직업교육기관 학생 비율이 50%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직업교육은 적색 경고등이 켜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직업 교육의 사양길은 결국 한국 산업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심각성을 인지한 교과부는 최근 전문대, 특성화고를 졸업하면 별도의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국가기술 자격증(전문대는 산업기사 자격을,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는 기능사 자격)을 주는 방안을 고용노동부와 협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먼저 이들 학교의 교육과정을 ‘산업수요맞춤형’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산업수요맞춤형 교육이란 ‘산업수요를 충족시키는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란 의미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의 모든 전문대학이나 특성화고의 초기 설립 목적이 바로 산업수요 충족이었으며, 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수립하여 운영해 왔다는 것이다. ‘산업수요맞춤형’이라는 새로운 용어의 등장이 반드시 그 제도의 새로움을 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혹 교과부의 고민에 이 점이 간과되지 않았는지 산업과 직업 교육의 현장에 있는 필자로서는 노파심이 든다.

 

  2009년 기업훈련실태조사를 보면 신입사원 채용 시 고려 항목은 전공 11.8%, 국가기술자격 12.7%, 경력 29.5%, 인성태도 33%로 전공보다 국가기술자격의 비중이 높다. 또한 국가기술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원의 경우, 기업 평균적으로 승진 시 28.5%, 임금 결정 시 35.3%, 전보 인사 배치 시 40.4%의 우대 반영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격증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가 매우 높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발급되고 있는 각종 자격증들이 산업에서 요구하는 목표치와 수준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자격의 종류는 크게 국가기술자격과 민간자격으로 나눌 수 있다. 국가기술자격 수는 687 종류가 있고 민간 자격 수는 979 종류가 있다. 1973년 국가기술자격제도 도입 후 2009년 말 국가 기술자격 취득 현황을 보면 자격발급 누계 2,897만5,462건, 자격취득 순인원 1,210만9,406명(중복 취득자 제외)이 있다. 2009년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는 2,322만9,000명으로 두 명 중 한 명은 국가자격증을 한 개 이상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자격증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이나 특성화고 졸업 때 학생들이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현실은 학교가 기업에서 요구하는 이론적 소양 및 실무 능력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좌시한 채 교과부의 의도대로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격증을 준다면 기업에서는 더 이상 자격증의 품질과 신뢰도를 인정하지 않게 되어 자격을 갖춘 실력자들은 물론이고, 기존 자격취득자까지 그 가치를 하향시켜 결국 산업시장에서 자격증이 무의미해지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예견되는데도 졸업만 하면 자격증을 주겠다는 식의 운운은 혹 입학생 부족으로 위기에 몰린 학교를 살리겠다는 측면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전문대학이나 특성화고라는 학교를 살리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질과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자격증을 가질 실력을 갖추도록 교육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벼룩을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遇)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굳이 특성화고 나 전문대를 졸업하였기에 자격증을 주고 싶다면 그것은 일정한 검증을 치른 고용노동부의 자격증이 아니라, 졸업으로 인한 자격증이므로 교과부 이름으로 자격증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두 자격증의 차별화는 분명 필요하다. 왜냐하면 기업이 요구하는 자격증은 교과부의 의도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학생들이 이들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직업 구조 및 교육 정책의 개선이며, 다음으로 해당 학교 교육과정 부실 운영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설립 초기 산업수요에 맞는 인재 양성이 목적이었던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졸업을 하고도 그에 적합한 자격과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현실을 적시하여 해결할 때 특성화고. 전문대는 저절로 제 위상을 찾게 되는 것이고 나아가 한국의 직업 교육이 살아나 산업과 직결될 수 있으리라 본다.

 

발로 뛰며 기술을 연마하고, 야이계주(夜以繼晝)의 노력도 없이 주어지는 ‘국가기술자격증’이 말 그대로 이 다각도로 급변하는 산업 사회에서 ‘자격’을 갖는다는 것이 어불성설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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