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계단 내려가기 힘든 사람들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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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계단 내려가기 힘든 사람들 배려
  • 교통뉴스 송수정 기자
  • 승인 2017.11.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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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역 출구 90%이상 '상행' 일방향 상‧하행 선택가능시범개선
당연시 여겨왔던 통념 이용자 배려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전환
인접 2개 출구 설치된 상행 에스컬레이터 중 1기 하행 변경시범
운동역학전문가, 계단↑보다 내려갈때 운동효과↓ 무릎 압박 커
 
# 출퇴근할 때 망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50대 직장인 김서울 씨는 요즘 부쩍 무릎이 아파 계단을 걸어 내려갈 때마다 괴롭다.
자주 이용하는 2개 출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모두 상행이어서 내려갈 때는 꼼짝없이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 엘리베이터라도 탈까 싶지만 어르신들만으로도 만원이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끔 짐이 많을 때나 무릎이 더 아픈 날엔 2개 출구 중 한군데만이라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서울시내 지하철역(1~9호선)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상행과 하행, 양방향으로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출구 폭이 좁아서 1기만 설치된 경우엔 10기 중 9기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일 정도로 상행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서울지하철 1~9호선 역사(70개)에 설치된 일방향(1기만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총 156대 가운데 141대(90.4%)가 상행 운행 중.
 
‘계단을 오르는 것이 내려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라는 오래된 통념에 따른 것. 하지만 김 씨처럼 무릎이 불편한 사람이나 어르신과 장애인, 임산부, 성장기 어린이 같이 계단을 걸어내려갈 때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시가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지하철역 출구의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일부를 내려가는 방향으로 바꾸는 방안을 시범 추진한다.
상행‧하행 에스컬레이터를 골라서 이용할 수 있도록 선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연령, 성별, 신체조건, 감각‧인지‧언어능력 등에 관계없이 어린이, 어르신, 장애인, 외국인 등 시민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한다.
 
2개의 출구가 같은 보도선상에 있거나 횡단보도로 연결돼 있고, 2개 출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모두 상행인 경우, 이중 하나를 내려가는 방향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시는 우선 가급적 시민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비교적 상‧하행 선택이 가능한 지하철역 4개소(▴6호선 증산역 ▴6호선 망원역 ▴5호선 우장산역 ▴7호선 수락산역)를 선정해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앞으로의 이용 상황과 시민의견을 꼼꼼히 모니터링해 향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4개 시범적용지 모두 2개 출구가 같은 보도에 있거나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이용자가 두 개 출구 중 하나를 선택해 이용하기 쉬운 곳들로 선정됐다.
 
예컨대, 6호선 증산역의 경우 1번‧4번 출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모두 상행으로 운행 중인데 이중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를 하행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두 출구 사이에 횡단보도가 설치돼있어 접근성도 용이하다. 또,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출구에는 하행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를 위한 안내표지판이, 하행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출구에는 상행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를 위한 안내표지판이 각각 설치된다.
 
서울시는 공공환경은 모든 계층의 시민을 위한 것이므로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감수하는 작은 불편이라도 발견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해 다양한 이용자에 대한 고려를 핵심가치로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지하철역 출구 에스컬레이터에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시범운영에 앞서 일방향 에스컬레이터의 운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이용현황을 시간대별‧설치유형별로 분석하고, 운동역학 전문가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도 수렴했다.
 
서울지하철 1~9호선에 설치된 일방향 에스컬레이터(총 156대) 가운데 상행 운행 중인 141대를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출·퇴근 시간대별로 승하차 인원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역도 있어 시간대별로 상·하행 운행방향을 변경하는 것도 고려됐지만, 기계 설비와 운영상 안전성 등의 문제로 적용이 쉽지 않았다.
 
또, 설치현황을 분석한 결과 인접한 출구에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경우 기존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하행으로 변경시 민원 발생 소지가 있는 만큼, 인접한 2개 출구의 일방향 에스컬레이터가 모두 상행 운행 중인 경우 위치와 접근성 등을 고려해 일부를 하행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적용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운동역학 전문가들은 계단 오르기는 힘들기는 하지만 운동효과가 있는 반면, 계단 내려가기는 운동효과에 비해 무릎 등 신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크고 낙상의 위험도 더 크다고 지적했다.
 
운동역학 전문가인 은선덕 국립재활원 보건연구관은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계단을 내려갈 때 연골마모가 발생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무릎에 압력마찰이 가해질 경우 무릎인대가 약화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키가 작은 성장기 어린이나 굽이 높은 신발을 신은 경우에는 계단 높이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져서 "무릎을 굽히는 각도가 커지고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다양한 이용자를 모두 고려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확산을 위해 지난 3월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을 개발 완료하고,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걷는 보행로, 공원과 보건소, 복지시설 같은 공공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배포했다.
또, 가이드라인 적용 시범사업지로 ‘성동구 보건소’를 선정, 진입접근로, 주차장 안전보행로, 화장실, 안내표지 등을 연내 개선 완료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기존 공공건축물을 개‧보수시 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디자인 컨설팅’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로당, 복지관, 도서관 등 10개소를 대상으로 추진 중이다.
 
변서영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통상적으로 당연시되어온 인식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보다 섬세하게 다양한 이용시민을 배려한 공공디자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환경에 그간 고려가 미흡했던 점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유니버설디자인적 관점에서 일상 속 발생 가능한 크고작은 불편사항을 발굴해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일방향 에스컬레이터 운행개선 시범적용 예시 >
< 일방향 에스컬레이터 운행방향 안내표지(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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