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동굴, 방향바꾸면 출구가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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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동굴, 방향바꾸면 출구가 나오지!
  • 교통뉴스 한명희 기자
  • 승인 2017.03.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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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기 / 철학박사, 루터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사춘기심리상담연구소장
<칼 럼>
 
고교 3학년 남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요즘 자살충동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알콜 중독인 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1년 전 어머니가 돌연사 한 것과 겹치면서 우울감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로는 삶의 의욕이 사라져 수업시간에는 잠자기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죽고싶다는 상상을 자주 합니다.
 
아버지와 사이도 좋지 않아 기댈 곳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자 운동을 하고 있지만 그 뿐입니다.
운동 외에 어떤 대외활동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졸업 이후 독립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생이 있긴 하지만 집에서 너무 벗어나고 싶습니다.
 
상담
현대사회는 스트레스 홍수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과도한 생존경쟁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거기다 문명발달로 인한 기계화·정보화는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는 반면, 서로간의 교류를 줄여서 소통부재의 환경, 지나친 개인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개인이 고립되기 쉬운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몰려오는 스트레스를 지혜롭게 해소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 비행과 자살 등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사연을 읽으면서, 학생이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면 인생의 진로와 코앞에 닥친 진학문제 때문에 다들 정신없이 바쁠 시기입니다.
이런 때에 가정에서 심리적, 물질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가정상황 때문에 우울이 오고 자살 충동까지 느끼게 된다면 얼마나 혼란스럽고 힘들었을까요.
 
아버지의 알콜중독은 상당기간 진행되어 왔던 것일 겁니다. 그로 인한 갈등 속에 어머니와 학생, 동생 모두는 이미 오랫동안 노출되어 왔던 거지요.
어머니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노력하여 학생과 동생의 보호막 역할을 해 오셨을 것입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는 의지할 곳이라도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얼마나 심리적으로 공허하고 충격이었겠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학생은 의지력이 강한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사람은 오랜 스트레스에 노출이 될 때, 소화기를 비롯해 몸의 기능이 나빠지고 기운이 약해져 무기력하게 됩니다.
의욕이 저하되면 활동을 줄이고 이로 인해 우울감이 더욱 높아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스트레스에 대해 방어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고, 상담을 받고자 한다는 것은 상황 극복에 대한 의지가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합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현실이 매우 어렵고, 이 힘든 상태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맞닥뜨리는 모든 문제란 반드시 답이 있는 것입니다. 같이 노력해서 이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나가기를 소망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문제에 직면해야 합니다. 학생의 힘든 환경의 근본에는 알콜중독인 아버지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마도 온갖 스트레스를 홀로 감당하며 힘겹게 살아온 분이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도 자신에게 주어졌던 환경 속에서는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상의하고 해결해 가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자신만의 동굴에 빠진 사람처럼 술 속으로 자꾸 도피하셨던 거지요.
 
아버지도 지금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 것입니다. 학생도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리고 학생은 아버지와 자신을 분리된 독립체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버지와 분리해서 독립된 자신을 바라볼 때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새로운 긍정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교류가 있기를 바랍니다. 혼자 문제 속에 빠져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문제는 더욱 커 보이게 됩니다.
선생님이 여러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생긴 문제를 너무나 극단적으로 크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해결이 어려울 때는, 지금처럼 상담을 요청해서 나의 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환기도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한가지 문제에 빠져있을 때 우리는 그 문제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좋아하는 운동이나 걷기, 취미, 좋은 책이나 영화, 여행 등 환기를 통해 현실의 고민을 미래지향적으로 방향을 바꾸어가야 하겠습니다.
꿈을 갖는 것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환기가 됩니다. 학생은 졸업 후 독립할 날을 기다린다고 했는데 이것도 매우 긍정적인 태도입니다.
 
지금 현재는 힘들지만, 미래에 간절히 원하는 나의 모습을 꿈꾸고, 그것에 필요한 방법들을 찾아간다면 좀 더 나은 삶이 보장될 것입니다.
 
터널과 동굴의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터널은 입구와 출구가 있습니다.
터널은 힘들고 고되지만 잘 인내하는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출구로 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동굴은 입구만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굴에 갇혔다‘는 표현을 합니다. 동굴은 계속 앞으로만 가면 출구가 없습니다.
 
동굴은 막혔다는 것이 특징이므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면 유턴하여 입구로 나오면 입구가 출구가 되는 것입니다.
동굴도 돌아서면 터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동굴과 터널은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우리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 뿐입니다.
 
학생은 현재 동굴에서 길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몸과 마음으로 이겨낼 수 없는 환경이라면 돌아서면 됩니다.
자살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누구나 죽지는 않습니다.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너무나 살고 싶은데 동굴만을 바라보고 길이 전혀 없다고 절망하게 될 때 극단적인 상황에 치달을 수 있는 것이지요.
 
학생은 지금 사춘기의 막바지입니다. 감정적으로는 사춘기를 다 보냈다고 느낄지라도, 환경적인 여건 때문에 사춘기의 성향은 아직 남아 있어서 환경을 직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틈틈이 시간을 내서 자신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권합니다.
 
“나는 누구지?”,
“나에게 왜 이런 고난이 다가왔지?”,
 "이 고난의 의미는 무엇이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
”나는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지?“
 
등 다양한 고민을 통해 우선 자신과의 진실된 만남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개인상담이나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권합니다.
상담활동 속에서는 다른 친구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힘든 것을 이겨내는지를 보게 되고, 나 자신을 객관화하고 현실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길목마다 힘든 시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출생할 때 어머니가 출산의 고통을 하듯, 이땅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출생에서 유년기, 청소년기, 중년기, 노년기를 지내며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은 각 사람마나 다른 법입니다.
학생은 그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하고 지혜롭게 잘 견뎌나가길 소망합니다.
 
새벽이 가까워질 때가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 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힘든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한 후 지금을 회상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 때는 어려움을 잘 견디고 이겨낸 자신을 볼 때 대견해 하며,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돕는 여유까지 가진 어른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선생님도 학생의 멋진 미래를 생각하며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덧붙여 드리는 조언
 
자살충동에 대하여
자살은 많은 경고를 줍니다. 한동안 연예인들의 자살이 빈번했었는데, 대부분 사건이 터진 후‘ 주변 사람 중에 누군가는 자신을 찾던 고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오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잦아질 때 주위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친구나 가족, 선생님 등 주위 사람들은 작은 경고들을 알아채고, 학생의 힘든 심리를 이해하고 불안한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위로와 격려를 나누어야 합니다.
 
자살충동이란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맘속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자살시도도 충동적 감정과 함께 세상에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결단할 때, 세상에 나 혼자 뿐이라는 생각이 올라올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트레스에 오랜 기간 반복해서 노출이 되면, 심리적인 상태의 변화 뿐 아니라, 신체적인 변화도 생깁니다. 신체적으로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경로-턱이나 목·어께, 머리, 소화기 등-가 긴장하게 되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감정조절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체적 증상들이 나타나고, 감정조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될 때는 상담이나 의학적인 치료를 안내해 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자살예방에 대하여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먼저 위험요인으로는 가정문제나 학교문제 등을 포함한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낮은 자기 존중감, 우울감 등이 있겠습니다.
 
반면, 보호요인에는 첫째, 사회적인 지지, 둘째, 가족간의 정서적 친밀 및 의사소통, 셋째, 자기 존중감 회복과 삶의 의미 발견 등이 있습니다.
 
자살은 한 사람의 일로 끝나지 않으며, 가족 및 주변에 너무나 큰 파장을 가져오고, 또래 아이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깁니다.
1년에 350여 명의 청소년들이 자살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자살은 예방 가능한 죽음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역 사회별로 각종 상담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켜, 청소년들이 자신의 스트레스에 매몰되지 않고 해결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가족간의 소통을 위해 대화법을 익힐 수 있도록 가족단위의 상담과 치유 훈련도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주고, 인정해주고, 기다려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경쟁 속에 내몰린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적절하게 제공해 주신다면 자기 존중감은 회복되고, 모든 상황을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기 / 철학박사, 루터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사춘기심리상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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