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흡기 V12는 죽지 않는다...페라리 12 실린드리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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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흡기 V12는 죽지 않는다...페라리 12 실린드리 공개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4.05.0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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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마력 자연흡기 V12 엔진 탑재한 진짜 페라리
페라리 12실린드리와 12실린드리 스파이더가 공개됐다. 사진=페라리
페라리 12실린드리와 12실린드리 스파이더가 공개됐다. 사진=페라리

페라리의 상징은 자연흡기 12기통 엔진의 짜릿한 사운드와 강력한 주행성능이다. 1950년대와 60년대 그랜드 투어러의 향수를 자극하는 ‘찐’ 페라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페라리는 미국시장 70주년을 기념해 페라리 제 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에서 12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한 12실린드리(12Cilindri)를 공개했다. 엔진이 앞에 위치한 프론트 미드십 베를리네타다.

페라리 12실린드리는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통쾌함과 짜릿한 사운드를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에 버금가는 저속 반응성과 유로6의 가장 까다로운 규정까지 통과하는 깨끗한 엔진을 탑재했다. 그리고 그런 엔진을 만들어내기 위한 엔지니어링은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

전형적인 그란 베를리네타 차체의 비례를 유지하면서 최신 공력기술이 총 망라된 차체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안정적인 접지력 확보를 위한 다운포스를 제공해 경주용차 이상의 성능을 보장한다.

실내 편의장비는 럭셔리카의 그것을 방불케 할 정도로 꽉 차있는데, 페라리는 이 모든 복잡한 기능을 번잡스럽지 않게 깔끔하게 배치해 실내 개방감도 뛰어나게 느껴지도록 했다.

페라리는 12실린드라를 “드라이빙 애호가뿐만 아니라 성능, 편안함, 디자인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페라리 V12의 감성과 최신기술을 녹여내 각종 규제로 갇혀있는 슈퍼카 세그먼트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완벽에 가까운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까다로운 배출가스 규정도 OK

12실린드리에 장착된 F140HD 엔진은 페라리의 상징인 자연흡기 V12의 최신 버전으로, 페라리 엔지니어들이 812수퍼패스트의 6.5리터 엔진을 손봐 개발했다.

영혼을 울리는 V12 사운드를 간직한 F140HD 엔진의 최대출력은 9,250rpm에서 830마력이며 최대토크는 7,250rpm에서 678Nm를 낸다. 레드라인은 9,500rpm에 달하는 전형적인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이다.

엔진 회전수를 많이 올려야 출력이 나오는 자연흡기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12실린드리 엔진이 내는 최대토크의 80%가 실용 영역인 2,500rpm에서 나온다.

갈수록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 대배기량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은 점점 퇴출되고 있다. 그러나 F140D 엔진은 가장 높은 유로6E 규제를 넉넉하게 통과했다.

모든 것을 갖춘 최고의 내연기관이라 할 수 있는 12실린드라의 V12 엔진에는 엔지니어링의 정수가 녹아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엔진의 기계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있다.

공기를 강제로 압축시켜주는 터보차저가 없는 자연흡기 엔진이 출력을 더 내려면 더 빠르게 회전해야 한다. V12 엔진의 회전수를 높이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엔진 부품 무게를 덜어내고 관성을 줄였다. 회전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티타늄 합금 커넥팅 로드와 알루미늄 합금 피스톤을 사용한 것. 여기에 크랭크샤프트의 무게도 3% 덜어냈다.

포뮬러1 엔진에서 가져온 밸브트레인도 탑재됐다. 밸브를 여닫아주는 부품을 다이아몬드 코팅 강철로 제작해 마찰과 무게를 크게 줄였다. 고회전 영역에서 마찰이 줄어들면 엔진의 기계적 효율성이 향상된다.

이렇게 움직이는 부품의 무게와 서로의 마찰을 줄임으로써 더욱 매끄럽게 엔진이 회전하도록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높은 회전수까지 쉽게 돌아가도록 하면서 매끄럽고 강력한 응답성을 제공하게 된다.

고회전 영역에서 많은 양의 공기를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흡기 시스템이 작고 짧아졌다. 그러나 이런 레이아웃은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 힘이 떨어지게 된다. 수압이 약한데 호스가 크면 물이 멀리 나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서 페라리 엔지니어들은 흡기 매니폴드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흡기 시스템을 적용했다. 호스의 끝을 조여 주면 물이 멀리 나가는 원리를 써서 공기 흐름이 적을 때, 즉 엔진의 회전수가 낮을 때에도 힘을 내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까지 힘을 보탰다. 가속과 파워가 점진적으로 커지는 것은 모든 페라리 12기통 엔진의 상징이다. 새로운 엔진은 혁신적인 흡기식 토크 쉐이핑(ATS, Aspirated Torque Shaping)을 통해 전자식으로 정교한 제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페라리 특유의 일정하면서 점진적인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내부 부품을 보호하고 저항을 줄이기 위한 윤활 시스템도 새롭개 설계됐다. 엔진 하부에 오일팬이 없는 드라이 섬프방식을 채용했으며, 엔진오일 유로는 완전히 닫힌 폐쇄유로를 통해 정교하게 제어됨으로써 엔진오일이 쓸데없이 많이 순환되지 않도록 했다. 이는 엔진오일로 인한 내부 저항을 최소화한다.

폐쇄유로를 사용하면 엔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블로우바이 가스와 수증기 등 해로운 물질이 외부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향상된다. 오일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배출가스 배출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350bar의 고압 직분사 시스템은 연료 분사량과 점화 타이밍을 정밀 제어한다. 엔진 제어 유닛은 연료의 옥탄가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조기점화(노킹)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12실린드라의 권장 옥탄가는 98(RON)이다.

엔진 자체의 배출가스 발생을 최소화했지만 후처리 장치도 탑재됐다. 12기통 엔진의 배기 시스템은 디젤엔진의 미립자필터와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촉매장치가 결합된 촉매 컨버터를 거치게 된다. 이를 통해 최신 배출가스 규격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여전히 짜릿한 페라리 V12 사운드

이렇게 촉매가 주렁주렁 달리면 배기 사운드가 무뎌진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페라리의 배기 시스템은 예전의 짜릿한 배기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비결은 배기 라인의 최적화 설계다.

한 쪽 실린더 뱅크에서 나오는 6개의 배기관은 하나로 합쳐지게 되는데, 이 때 페라리의 마법이 벌어진다. 배기관의 길이를 일정하게 맞추고, 12개 실린더의 연소 순서에 따라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매끄럽게 흐르도록 디자인됐다. 이는 특유의 맹렬한 페라리 V12 사운드의 시작이 된다.

사운드가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여러 명이 함께 연주하는 관현악단이 화음이 맞아야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엔진 사운드도 여러 소리가 합이 맞아야 한다. 그래서 페라리 엔지니어들은 흡기와 배기 시스템에서 나오는 모든 주파수의 소리를 합쳐 귀에 듣기 좋은 소리가 나오도록 조율했다.

폭발음을 줄여주는 머플러(소음기)는 내부에서 배출가스의 흐름을 바꾸거나 여기저기 퍼지도록 하면서 소음을 줄여주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로써 불쾌한 소음은 없애고 듣기 좋은 사운드만 남겨 페라리 특유의 사운드가 완성됐다.

실내에서 들리는 사운드를 개선하기 위해 흡기관에 달리는 공명통의 위치도 새롭게 설계됐다. 이 역시 전 주파수 영역에서 듣기 좋은 엔진의 사운드를 실내에 전달한다. 실내에는 버메스터(Burmester®)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됐는데, 다행히도 이 시스템은 순수하게 음악을 재생하는 역할만 맡는다.

완벽에 가까운 8단 DCT

12실린드리에는 SF90 스트라달레를 시작으로 다른 라인업의 차량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가 장착됐다. 기존 V12 모델에 비해 저단 기어비가 5% 짧아져 휠에 전달되는 토크가 12%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변속시간도 기존 V12 모델 대비 30% 빨라졌다.

향상된 파워트레인을 통해 12실린드리는 0-100 km/h 2.9초, 0-200 km/h 7.9초 이하, 최고속도 340km/h를 낼 수 있다.

짜릿한 V12 엔진의 파워를 제어하는 섀시 컨트롤

사진=페라리
사진=페라리

페라리의 SSC 8.0은 12실린드리의 제어시스템을 통합하고 신형 ABS Evo와 자연스러운 시너지 효과를 낸다. 특히 기계식 유압이 아닌 전기 모터에 의한 유압 컨트롤을 적용한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가 처음 적용됐다.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전기신호를 발생시켜, 그 신호로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SSC 8.0의 정교한 컨트롤이 여기서 시작된다.

SSC 8.0은 페라리만의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예측 정확도와 학습 속도를 이전 버전 대비 10% 개선하고, 접지력이 매우 낮은 노면에서 제어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최적화됐다. 이럼으로써 극한 주행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를 시스템이 막아주기도 한다.

12실린드리는 스페셜 시리즈 812 컴페티치오네가 처음 선보인 4륜 독립 스티어링(4WS)을 탑재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각 휠을 독립적으로 관리하여 코너링에서의 차량이 좌우로 휘청이는 것을 관리하고 급격한 방향 전환 시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했다.

하드웨어적인 개선으로는 휠베이스가 812 슈퍼패스트에 비해 20mm 짧아졌고, 차체 곳곳에 강성이 개선된 주조부품이 적용되면서 비틀림 강성도 15% 강해졌다. 또한 재활용 소재를 곳곳에 적용해 생산 단계에서 146kg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도 봤다.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S5 혹은 굿이어 이글 F1 슈퍼스포츠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는데, 두 타이어 모두 페라리를 위해 새로운 사이즈로 개발됐다. 사이즈는 전륜 275/35ZR21, 후륜 315/35ZR21이다.

공기역학과 냉각 디자인

12실린드리의 공기역학에 있어서 주요 목표는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세련되고 우아한 차량을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 베를리네타의 비례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공기저항을 줄이고, 타이어를 지면에 밀착시켜주는 다운포스를 최적화했다.

엔진 및 보조장치의 열 방출을 위해 차량의 전체 냉각 시스템을 재설계했다. 그 결과, 프론트 범퍼에 7개 이상의 구멍을 뚫어 차체 전면 하부의 열이 최적으로 방출될 수 있도록 했다. 두 개의 측면 공기 흡입구는 각각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외부는 엔진 오일 라디에이터를 냉각하고 내부는 브레이크를 냉각한다.

엔진룸의 열기는 보닛 위에 있는 두 개의 통풍구를 통해 배출되는데, 이 통풍구는 다운포스를 발생시킬 때의 저항을 줄여주고 냉각 효율을 높인다. 2개의 통풍구 덕분에, 차체 하부의 구멍 개수가 줄어들어 다운포스를 효율적으로 극대화해서 발생시킬 수 있게 됐다.

공력설계가 빚어낸 외관 디자인

사진=페라리
사진=페라리

플라비오 만조니와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 디자인 팀은 기존 페라리의 프론트 미드 V12 차량 스타일에 근본적인 변화를 줬다. 예를 들어, 812 컴페티치오네의 특징이었던 조각적인 형태 대신, 스타일의 통일감을 주기 위해 디자인의 형식은 엄격하게 유지하면서도 보다 세련됨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모든 라인과 면은 극도로 간결하게 설계됐으며, 추가로 설치된 날개등 장착물은 공력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이 모든 요소는 단순하고 깔끔하게 차 전체를 구성한다.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외관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검은 색 도장의 장식물이 추가됐으며, 독특한 형태의 리어 윈도우와도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다만 후면부 윈도우 라인은 기존에 보던 모습과 달라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도드라지는 리어 스포일러 대신 모든 것을 차체의 일부로 설계함으로써 극단적으로 깔끔한 라인을 갖추고도 레이스카 수준의 공력성능을 내도록 한 부분은 페라리의 특징이기도 하다.

몸매가 잘 빠진 12실린드리 스파이더. 사진=페라리
몸매가 잘 빠진 12실린드리 스파이더. 사진=페라리

다소 어색해 보이는 리어 윈도우와 루프라인이 없는 스파이더 모델은 보다 클래식한 라인으로 우리 눈에 익숙한 모습이다. 특히 항상 햇볕이 강한 마이애미비치의 도로에는 스파이더가 더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강렬한 대비를 보이는 실내

사진=페라리
사진=페라리

외부의 대비와 비슷한 테마로 실내도 강렬한 대비가 부각됐다. 인테리어 스타일은 로마와 프로산게에서 선보였던 듀얼 콕핏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레이아웃은 운전자와 탑승자를 위한 두개의 모듈로 이뤄져 거의 대칭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놀라운 수준의 편안함과 더불어 몰입감 높은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다.

12실린드리에는 커다란 글라스 루프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캐빈의 통풍성과 더불어 공간감이 크게 향상됨은 물론 여름과 겨울 모두 뜨겁거나 춥지 않도록 디자인됐다.

운전 자체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인 페라리에도 첨단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다. 12실린드리는 새로운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도입했다. 3개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HMI는 페라리 V12 베를리네타를 새롭게 바꿔놓았다.

모든 주요 기능은 중앙에 위치한 10.25인치 터치스크린 정전식 디스플레이를 통해 제어 가능하다. 계기판은 주행 및 차량 동역학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보여주는 15.6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됐다. 8.8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도 탑재돼 운전자와 동일한 몰입감을 즐길 수 있다.

스티어링휠에는 운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스위치가 적용돼 있으며,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반의 모바일 연결 시스템도 기본 제공된다.

12실린드리에서 옵션으로 제공되는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은 15개의 스피커와 1600W의 출력으로 맑고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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