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아시아나항공 점보 여객기의 마지막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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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아시아나항공 점보 여객기의 마지막 비행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4.03.2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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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보기, 풍요로웠던 항공여행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보잉 747-400기가 마지막 비행을 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보잉 747-400기가 마지막 비행을 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하늘 위의 여왕' B747점보와의 마지막 여정에 함께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과 이 특별한 여행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하나 남은 보잉 747 여객기(HL7428)의 마지막 비행을 맡은 김재호 기장의 마지막 기내방송 내용이다. 점보항공기, 하늘 위의 여왕 등의 애칭으로도 유명했던 보잉 747-400 기종의 마지막 비행이 25일 있었다.

보잉 747-400은 지난 1989년 상업운행을 시작한 대형 장거리 여객기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이 가장 먼저 도입해 운용했다. 이 기종은 급유를 위한 중간 기착 없이 미주지역을 한 번에 갈 수 있었던 최초의 비행기다.

후발주자인 아시아나항공은 이 기종을 1993년 최초로 도입해 운용을 시작했다. 리스로 도입됐던 첫 747-400기는 5년 만인 1998년 반납돼 현재 호주의 콴타스 항공이 운용하고 있다.

이번에 은퇴한 HL7428 항공기는 99년 6월 도입돼, 6월 22일 김포-뉴욕(JFK) 노선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비행시간 96,986시간에 18,139차례 운항했다. 비행거리는 약 8천8백만 킬로미터에 달해 지구를 약 2천 5백 바퀴 돈 셈이다.

해당 항공기는 2008년 기내 개조작업을 통해해 최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좌석을 갖췄으며, 2015년 경 중단거리 고수요 노선용으로 개조되면서 좌석이 398석까지 확대됐다.

지난 2008년 대대적인 내부 개조작업을 거쳤고 좌석 간격이 넓어 쾌적하다. 사진=민준식
지난 2008년 대대적인 내부 개조작업을 거쳤고 좌석 간격이 넓어 쾌적하다. 사진=민준식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했던 보잉747 기종은 일반석 좌석 간격이 해외 항공사에 비해 넓은 편이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가 31~32인치의 간격으로 좌석을 넣었는데,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좌석 간격이 34인치나 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공간을 자랑했다.

기자도 이 항공기와는 인연이 깊다. 미국, 홍콩 등을 갈 때 3번이나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이 기종이 현대식으로 개조돼 처음 투입됐을 때 타고 뉴욕을 다녀왔고, 홍콩으로 개인여행을 갔을 때에도 맨 뒷자리에 앉았던 경험이 있다.

미국 출장을 갈 때 단골로 탔던 보잉 747-400 HL7428. 사진=민준식
미국 출장을 갈 때 단골로 탔던 보잉 747-400 HL7428. 사진=민준식

아시아나항공은 보잉 747-400 기종 동체 뒷부분을 화물칸으로 꾸민 콤비 기종을 주로 운용했었다. 290명 정도를 태울 수 있었던 콤비기종은 화물과 승객을 동시에 태워서 수익을 극대화해주었던 효자기종이기도 했다.

비행기 전체를 객실로 꾸민 747-400 PAX 기종은 단 두 대였다. 예전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대통령 해외순방용 전용기를 교대로 제공했을 때 이번에 은퇴한 HL7428 기종이 단골로 이용됐다고도 한다.

비즈니스석 24개 좌석이 있는 2층은 조용하고 쾌적했다. 사진=민준식
비즈니스석 24개 좌석이 있는 2층은 조용하고 쾌적했다. 사진=민준식

중단거리용으로 임무가 바뀐 대형기 보잉 747은 주로 필리핀이나 타이완 등 동남아 지역을 운항했다. 이번 마지막 취항지는 타이완 타이베이였다. 총 398석의 이날 항공편은 마지막 운항을 함께 하려는 많은 항공기 애호가들로 인해 일찌감치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탑승객 전원에게 B747 ID카드 기념품을 제공했다.

아시아나항공 보잉 747의 마지막 비행을 책임진 김재호 기장은 “태어나 처음 타 본 비행기가 보잉 747-400”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때 아시아나항공의 최장거리 노선을 책임지던 이 항공기는 일찌감치 그 자리를 엔진 두 개의 보잉 777과 100명을 더 태울 수 있는 에어버스 A380에게 넘겨줬다. 오래된 설계의 보잉 747-400은 연비가 좋지 않아 멀리 갈수록 손해였기 때문이다.

승객을 덜 태우더라도 연료를 절반가량 소모하는 엔진 2개의 항공기가 빠르게 그 자리를 채웠고, 수요가 많은 노선은 승객을 더 태우면서 연료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A380이 담당했다.

자리를 잃은 아시아나의 보잉 747 여객기는 그 대신 짧은 거리를 다니며 승객을 많이 태울 수 있는 동남아 인기노선에서 계속 하늘을 누볐다. 단거리 노선은 연료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거리에 비해 운임 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있다.

고유가 시대에 효율성은 필수가 됐다. 항공유 가격은 3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올랐지만 저렴한 일반석 요금은 3배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대형 항공기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주력 장거리 기종으로 30대의 에어버스 A350을 도입하고 있다.

풍요로운 항공여행의 상징인 점보기, 보잉 747의 시대가 저물고 있지만 아직도 활용가치는 많다. 아시아나항공은 예전에 운용했던 5대의 콤비기종을 화물기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으며, 추가로 5대의 747-400 화물기를 운용하면서 총 10대의 보잉 747-400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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