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이제 미국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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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이제 미국만 남았다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4.02.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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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경쟁당국, 합병 조건부 승인...올해 안 이행 조건
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 2월 13일, 필수 신고국가인 EU 경쟁당국(EC)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것.

EC의 승인 조건은 화물사업부문 매각과 유럽 내 여객 4개 노선 타 항공사 양도 등이다.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이다. EC 당국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취합 및 마켓 테스트 등을 거쳐 조건부 승인을 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고, 유럽 내 4개 중복 노선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 및 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들을 마쳐야 한다. 선정된 매수인에 대한 EU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거래를 종결할 수 있으며, 이후에 실제 분리매각을 추진한다.

아울러 유럽 여객노선의 신규 진입항공사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A330-200 기종 5대와 조종사 등 인력을 티웨이항공에 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에 넘길 것으로 알려진 에어버스 A330-200기. 사진=Laurent Errera/Wikimedia
대한항공이 티웨이항공에 넘길 것으로 알려진 에어버스 A330-200기. 사진=Laurent Errera/Wikimedia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제시된 두 가지 조건 중 여객부문 노선 양도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장거리 운항 경력은 많지 않지만, 대한항공이 제공할 A330-200기종보다 동체 길이가 긴 중거리용 A330-300 기종을 운용하고 있어 제공받은 기종 운항에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을 올해 안에 순조롭게 매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항공화물 영업은 기존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새 업체가 진입하기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고, 인수해도 큰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리스크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대부분이 기령 20년 이상의 노후기이기 때문에 정비비용이나 새 항공기 구입비용이 클 전망이다.

유럽시장이 마무리 돼도 미국시장이 남아있다. 미국시장 역시 경쟁제한 우려로 당국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법무부가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걸어 합병에 제동을 걸 수 있으며, 실제 소송에 들어가게 되면 합병 절차 자체가 장기간 중단되거나 무산된다. 지난해 미국 법무부가 실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미국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거의 독점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델타항공이 같은 동맹체 소속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했지만, 다른 현지 항공사는 한국시장 공략에 소극적이다. 국내 2대 항공사가 합쳐지면 일부 노선은 사실상 100% 독점이 될 수 있다.

항공동맹체 회원사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스타얼라이언스는 원월드, 스카이팀과 함께 세계 3대 항공동맹체다. 미국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이 소속돼 있는데, 이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과 협력관계(코드쉐어)를 통해 자사의 항공기를 띄우지 않고도 한국노선 영업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흡수되면 스타얼라이언스와 유나이티드 항공의 한국시장 경쟁력이 사라진다. 실제로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번 인수합병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미국 경쟁당국은 자유경쟁을 심하게 해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던 미국시장을 넘겨받을 항공사로는 현재 미국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에어프레미아가 유력한 후보로 나오고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운항 중인 미국 노선 네트워크가 상당히 크고, 이 노선을 모두 운항하려면 상당한 수의 항공기가 필요하다. 미국 측이 미주노선을 얼마나 내놓아야 하는지 요구조건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미 연방법원은 미국내 저가항공사인 젯블루가 스피릿항공을 인수하는 인수합병건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3월 미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다. 불허 이유는 독과점이다.

미국 당국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묘안이 필요하다. 결국 합병 승인을 받으려면 상당수의 노선을 양도해야 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경우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많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합병에 성공해도 많은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항공산업 발전에도 독이 될 수 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미래가 미국 당국의 결정에 달려있게 됐다. 오랜 기간 끌어온 합병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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