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잘 나가는 대한항공, 남은 과제는 합병...한 지붕 두 가족은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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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잘 나가는 대한항공, 남은 과제는 합병...한 지붕 두 가족은 안 되나?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4.01.31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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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지난해 사상 최대 14.5조원 매출, 영업이익 1.6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대한항공의 당면과제는 아시아나항공 합병이다. 사진=대한항공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대한항공의 당면과제는 아시아나항공 합병이다.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연간 매출은 사상 최대인 14조5751억원을, 영업이익은 1조5869억원을 기록했으며, 4분기 매출도 역대 최대인 3조9801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이전 2019년 영업이익이 2,800여억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돈을 잘 벌고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10.9%에 달해 경쟁사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대한항공 측은 “여객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80%에 불과했지만, 수요 회복세가 빠르고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률이 증가함에 따라 수익이 높아진 것”과 “화물의 경우 여객기 화물칸(Belly) 및 해운 정상화 등에 따라 코로나19 기간 수준의 반사이익은 없었지만, 2019년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꾸준히 이어오는 것”을 호실적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대한항공은 같은 기종으로 승객을 덜 태우는 항공사로 알려져 있다. 330명 이상을 태울 수 있는 보잉777-300ER 기종을 놓고 봐도 대한항공은 277~291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상위 클래스 좌석이 50~64석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탄탄한 비즈니스 수요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편도 6시간 이상의 장거리 출장은 비즈니스석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일부 국내 대기업의 비즈니스 수요가 대한항공의 비싼 좌석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장사를 알차게 한 대한항공이 올해 해결해야할 당면과제는 아시아나항공 합병 문제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양대 항공사의 합병은 독과점을 우려한 각국 경쟁당국의 견제를 받았다. 국내는 공정위가 조건부 허가를 했고, 필수 승인대상 국가인 유럽과 미국은 아직 진행형이다.

대한항공은 또 다른 필수 승인대상 국가인 일본 당국으로부터 합병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31일 전했다. 승인 조건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하 저가항공사의 합병으로 인한 경쟁성 제한 요소를 해소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서울발 4개 노선, 부산발 3개 노선을 필요시 양도하기로 합의했다.

유럽 경쟁당국은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노선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기로 하면서 승인을 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4개 노선 모두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탑승률이 높은 알짜노선이었다. 여기에 대한항공은 영국 런던 노선의 아시아나항공 운수권도 영국의 버진 아틀랜틱 항공에 넘기기로 했다.

미국의 경우 당국이 독과점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는 노선이 더 많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LA, 뉴욕, 호놀룰루 등 5개 노선에 달하는데, 뉴욕과 LA는 아시아나항공도 하루 2회 운항하는 인기 노선이다. 미 법무부는 이 노선 전부를 다른 항공사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사활을 걸겠다고 했다.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합병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합병을 열쇠를 쥐고 있는 해외 경쟁당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날지 의문이다.

미주노선에서 당국이 우려하고 있는 노선의 운수권을 모두 합치면 주 49회에 달한다. 태평양 횡단 노선 주 49회면 웬만한 대형 항공사의 장거리 노선 전체와 맞먹는다. 이 노선을 어떻게 나눠주고, 어떤 항공사가 가져갈지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게 되면 가장 피해를 볼 경쟁사는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과 항공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다. 스타얼라이언스는 아시아나항공이 속해있는 세계 3대 항공 동맹체이고, 유나이티드 항공은 같은 동맹체 소속으로서 아시아나항공과 미주노선 운항에 있어 긴밀한 협력관계다.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유나이티드와 스타얼라이언스는 한국시장 기반 상당 부분을 잃게 된다. 미국 경쟁당국은 아시아나항공이 운항 중인 이 노선들을 유나이티드항공에 넘기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실제 유나이티드 항공과 스타얼라이언스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발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상기 노선 일부를 국내 LCC인 에어프레미아에 넘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독과점이 될 수 있는 노선 일부를 신생항공사에 넘김으로써 독과점 우려를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이 노선을 모두 내놓게 된다면 합병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합병의 최대 메리트는 경쟁사의 노선까지 품으면서 덩치를 키워 시장을 장악하는 것인데, 경쟁당국이 요구하는 합병은 돈만 쓰고 노선은 뺏기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 국가 내에서 대형 항공사가 합병하면 회사 자체가 완전히 합쳐진다. 미국 항공업계가 구조조정을 할 때 델타-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컨티넨털, 아메리칸-US에어웨이즈 등 3대 대형 합병이 있었다. 6개 회사가 3개로 합쳐지면서 3개의 항공사만 남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도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유럽의 경우 국가는 다르지만 프랑스의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의 KLM이 합병했을 때, 두 항공사가 독자 브랜드와 노선으로 각자 영업을 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한 사례가 있다. 이 경우 경쟁 제한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업계의 합병이 그렇다. IMF 직후 자동차업계 지각변동 속에서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기아자동차는 지금도 독자 브랜드로 독자 영업망을 통해 독립 법인으로 존속하고 있다. 두 회사는 독자 생존하면서 연구개발과 부품조달 등을 함께 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판매량 기준 세계 3위에 올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도 이런 방향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모기업이 두 개의 회사을 거느리면서 세계 양대 항공 동맹체에 양다리를 걸치고 영업망을 확대하고, 합병을 통해 내부적인 덩치를 키워 기재운영, 정비, 네트워크 관리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면서 이루는 시너지 효과는 불가능했을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9부능선을 넘은 상태다. 그런데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은 메이저 국가인 일본 당국의 합병 승인이 남아 있는 미국과 EU의 승인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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