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벼랑 끝에 몰린 정비업계, 해법은 없나?
상태바
[민기자의 뇌피셜] 벼랑 끝에 몰린 정비업계, 해법은 없나?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4.01.02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포스, 정비업계 대표해 대책마련 촉구
정비업계가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설 곳을 잃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카포스
정비업계가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설 곳을 잃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카포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생존권 쟁취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1차 집회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은 친환경차 전환 움직임 속에서 갈수록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소규모 정비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강순근 연합회장은 대회사에서 “영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로 이루어진 자동차정비업계는 정의로운 산업 전환에서 배제되어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대기업 위주로 급변하는 산업 전환 및 자동차정비시장 변화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라 정부의 지원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무엇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갈수록 소모품 정비항목이 줄어들고 있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을 첫 번째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엔진과 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주기적인 교환이 필요한 엔진오일과 변속기 오일이 없다. 유일한 오일류는 감속기에 들어가는 윤활유 정도다. 이는 장기간 교환이 필요 없는 기어 오일이다.

전기모터가 장착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는 속도를 줄일 때 모터의 저항을 이용한 회생제동을 쓴다. 회생제동력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일상주행 상황에서 차를 세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정비항목인 브레이크 점검주기가 길어진다. 자동차의 기본적인 구동방식과 구조가 달라지면서, 자주 정비해줘야 했던 정비항목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를 살펴보면, 요즘 신차들은 주행보조 기능이 다양하다. 이런 차량이 사고가 나거나, 그 어떤 이유로든 주행보조 관련 센서를 떼어냈다 다시 장착할 때 전문 계측장비를 통한 조정이 필요하다. 차량 전체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기반 전자장비도 늘어나면서 전장 관련 기술을 알아야 정비가 가능해지고 있다.

전기차 정비는 새로운 환경과 장비, 기술을 요한다. 자료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 정비는 새로운 환경과 장비, 기술을 요한다. 자료사진=현대자동차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카센터’들은 이런 전문성을 갖춘 곳이 흔치 않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주기적으로 교환해야하는 엔진오일, 자주 들여다봐야 하는 브레이크 관련 소모품, 냉각수 등 일상점검 항목의 서비스다. 그런데 이런 주 먹거리가 사라지고 전문성을 갖춰야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카포스에 따르면 서울시만 놓고 봐도 5년 전 2,700여 곳에 달하던 카포스 산하 정비업체가 1,700여 곳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제주도는 지난 5년간 정비업소 12.6%가 문을 닫았다. 정비업계의 구조조정은 예정된 수순이다.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의 정비는 직영 서비스센터나 대형 정비업체가 도맡고 있다. 전기차 전용부품도 이런 대규모 정비소를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소규모 정비업체는 이런 차를 들어다볼 기회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기회는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미래 자동차 정비가 가능한 업체가 전국에 1,500여 개 정도로 나타났다. 그리고 고전압 배터리 등 핵심부품 수리가 가능한 곳은 170개다. 아직 전기차 정비는 공략할 틈새가 남았다는 뜻이다. 다만 이 틈새를 공략하기 위한 전문성 확보가 과제다.

이미 자동차는 전자기기화 되고 있다. 웬만한 고장을 진단하려면 전용 진단기를 차량의 OBD 단자에 연결해야 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단을 내리고 원인을 파악해야 수리가 가능하다. 예전처럼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정비는 끝났다.

이제는 정비업계와 기술자들이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자동차에 대해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찾아온 고객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벌어먹기도 바쁜 소상공인들이 어떻게 어려운 새 기술을 배우겠냐고 물을 수 있다. 그래서 정부와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비사들이 신기술을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실력을 갖춘 정비사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비업계는 도와달라는 손길을 내밀고 있다. 새롭게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지만, 그들이 잘 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