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법인차 규제를 위한 연두색 번호판, 잘 정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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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칼럼] 법인차 규제를 위한 연두색 번호판, 잘 정착돼야
  • 교통뉴스 데스크
  • 승인 2023.11.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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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필 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신규 도입될 법인차 전용 번호판. 사진=국토교통부
신규 도입될 법인차 전용 번호판. 사진=국토교통부

드디어 국토교통부의 법인차 규제를 위한 연두색 번호판 도입이 결정됐다. 시행에 대한 연기를 거듭하여 드디어 내년 1월부터 도입을 결정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그 동안 효과와 적용 대상 등 여러 면을 고려하여 신차 가격 8천만원을 기준으로 이상일 경우 연두색 번호판을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8천만원 이상으로 결정한 이유는 보험상 고급차의 할증 기준을 대상으로 결정한 내용이라는 언급이었다. 추가적으로 각종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답변도 있었다. 동시에 이 정책에 대한 논란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공약으로 진행한 법인차 규제 정책은 수십 년간 무분별한 법인차 활용으로 각종 세제 혜택 등 심지어 세금포탈에 이를 정도로 무분별하게 이뤄져왔던 관행을 혁파한다는 취지로 추진돼 의미가 크나 시작점부터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15년 전 국회에서 법인차 규제에 대한 정책을 관련하여 온 필자로서는 해외 선진국의 좋은 사례를 모아 한국형 선진모델을 진행하는 부분을 강조하였으나,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수준 낮은 규제로 실효성이 없었다. 해외에서는 국가에 따라 아예 법인차 인정을 하지 않는 국가도 있고, 미국의 경우 주마다 엄격한 운행기록과 임직원 보험 의무화 등 다양한 규제로 한정된 법인차 운행을 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한국형 선진 모델 구축이 아닌 현재의 연두색 번호판 도입만으로 법인차를 규제하겠다는 정책은 시작점부터 법적인 규제보다는 사회적 윤리만을 강조하여 알아서 법인차 운행을 맡기겠다는 논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엄격한 관리로 초기부터 규제하기 보다는 알아서 윤리적으로만 자정적으로 진행하라는 의미와 같다.

법인차 규제를 위한 연두색 번호판 도입은 진행부터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번호판으로만 하는 규제는 효과도 비율적이지만 무엇보다 양극화의 우려를 필자는 지속적으로 언급하였다. 정상적으로 잘 운행하는 법인차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부작용을 우려할 수도 있고, 반대로 청담동에서 연두색 번호판을 장착한 고가의 법인차를 도리어 자랑스럽게 운행하는 젊은 층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두색 번호판 도입으로 적지 않는 비용을 수반하여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하는 부담은 물론이고, 향후 문제를 일으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두색 번호판을 과속단속기가 인지하지 못하고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동 주차장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점 개선을 위하여 개인이나 업체가 자체 비용을 들여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수도 있다. 대기업 출입이나 공공기관 출입 등 다양한 인증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이전 전기차용 파란색 번호판 도입으로 부작용을 크게 겪은 사례가 있다. 그 많은 후유증과 비용을 수반하면서 새로운 번호판 도입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이번 정책발표에서 번호판 도입의 기준으로 선정한 8천만원 기준이다. 보편타당성과 형평성 등 근본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7,900만원을 기준으로 법인차를 여러 대 운행하고 수시로 교체하면서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중 이 정도 금액이면 상당한 고급 승용차를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금액을 높게 선정한 이유도 고민이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미 번호판 도입에 포함된 장기렌트나 리스 사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렌트의 경우 '하, 허, 호' 등 번호판에 기입된 글자로 이미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연두색 번호판 도입으로 이중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기준으로 규제를 구축하면 고가 수입차에 대한 불만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모든 차량 기준으로 규제한다든지 같은 기준으로 규제를 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잘못하면 차별적인 조치로 인한 무역분쟁의 소지가 있다.

8천만원이라는 기준점은 어찌보면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 승용차 가격을 염두에 두고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중 1, 2위를 다투는 BMW나 벤츠의 주력모델이 이 가격대에 팔리고 있다 업계의 불만과 무역분쟁의 소지를 줄이고자 하는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건 간에 가격 기준 내외에 따른 문제점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가격 기준이라면 도리어 가장 보편적인 대중모델인 그랜저 정도인 3천만원대로 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안에서 개인사업자는 제외된 부분도 명분상 문제점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인차와 개인사업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역시 고민되는 부분이다.

8천만원의 가격 한정을 악용하여 1억원짜리 수입차를 구입해 중고차 업체에 매각한 후 다시 재매입하여 일반 번호판을 다는 편법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차라고 해도 좀 운영하고 중고차 시장에 내놓으면 감가상각이 상당히 큰 만큼 이를 악용한 기법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은 법인차 운행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고 함부로 법인차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도리어 일부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등이 고가의 수입차를 활용한다. 법인차 비용 공제는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에 대한 당연한 혜택이지만, 일부 일탈을 막기 위해 모든 법인차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사례가 되지 않을 까 걱정이다.

상기한 각종 문제점을 해결한다고 해도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인지 두고 볼일이다. 굳이 적지 않은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면서 효과가 반감되면 없던 일이 될까? 각종 자문회의와 공청회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쳤다고 하지만, 과연 상기한 문제점은 확실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아니면 형식적으로 거친 요식행위일까?

이미 시작한 연두색 번호판 도입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번호판 도입만이 아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제대로 된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정책은 시험이 아닌 모든 문제점을 충분히 거치고 개선해야 하는 중요한 책무다. 상기한 각종 문제점을 개선하여 확실한 정책으로 순기능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잘못하면 시험적인 정책 시행으로 그 후유증은 기업은 물론 국민 개개인에게 온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이번 연두색 번호판 도입이 확실히 좋은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특히 같은 법인차 규제를 말만 외치다가 흐지부지 된 정권이 모두였지만, 이번 정권에서 실제로 시행한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확실한 효과까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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