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를 위한 중고차 성능점검 책임보험, 돈벌이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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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를 위한 중고차 성능점검 책임보험, 돈벌이로 전락하나?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3.04.2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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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논란, 수수료 과다, 부실점검 등 잡음 잇따라
중고차 시장의 자정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자료사진=민준식(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중고차 시장의 자정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자료사진=민준식(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운행하는 자동차 등록대수는 2,500만대를 넘었다. 2022년 기준 신차 판매량은 166만여 대였다. 중고차 시장은 이보다 두 배가 넘는 376만여 대나 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연간 376만대나 되는 거대한 시장에서 중고매매 상사를 끼지 않고 개인 간 직접 거래한 차량이 지난해 말 기준 130만대나 됐다는 사실이다. 상사를 통한 거래는 실제 소비자에게 인도되지 않고 상사끼리 사고팔고 한 물량을 제외하면 107만여 건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개인 거래가 상사 거래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높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전부터 논란이었던 허위매물, 미끼매물과 강매, 주행거리 속이기 등 사기에 가까운 판매행위는 물론, 중고차 매매상이 너무 많은 이득을 취한다는 불신이 팽배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하자가 많은 자동차를 정상인 것처럼 속여 판매해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업계와 정부는 자정노력의 일환으로 중고차에 대한 성능점검을 하도록 해 소비자 불신을 줄이고자 했다. 그러나 이런 성능점검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요식행위로 전락하면서 소비자 불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이런 피해를 예방하고자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제도를 시작했다. 이 제도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의 내용과 실제 차량의 상태가 일치하지 않아 일어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성능상태점검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하는 제도다. 구매했는데 한 달 이내에 하자가 발견되면 그 수리비를 보험사가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요식행위와 허위점검 사례는 계속됐다. 보험개발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제도시행 9개월 간 부실점검으로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가 5,4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건당 지급액수도 평균 109만원이나 됐다.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뤄질 수 있어 보험개발원은 이런 보증사고를 내지 않은 가입자에게는 할인혜택을 줘 부실점검을 예방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소매 기준 연 100만 건이 넘는 매매상사 대 소비자 거래량을 감안하면 건당 최소 3만원의 보험료를 받는 성능상태점검보험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될 수 있다. 이를 처리하는 에이전트(대행사)도 생겼고, 진단보증을 실시하는 업체들이 대표단체(협회)를 구성해 보험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규모가 커지고 나눠먹을 파이가 생기면서 보험도 하나의 시장이 됐다. 그리고 각자의 입장이 생기면서 잡음도 불거지고 있다. 최근 협회가 대행하고 있는 보험료를 일부 회원사가 횡령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회원사들은 소비자에게 최종 판매돼 보증보험이 필요한 경우가 아닌 상사 간 매매, 수출 등 B2B 거래에도 보험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시장에서는 보험료 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보험업무를 대행하는 에이전트에 소정의 수수료를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것은 정상적인 업무다. 그러나 그 수수료가 적정선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 일선의 주장이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수수료에 추가로 비용이 들어간다며 보험사에 요구해 보험사는 이를 지급한다는 것.

이를 통해 일부 협회나 에이전트가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수수료가 늘어나면 그 부담은 회원사,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고객에게 돌아가게 된다.

불거지고 있는 논란의 시시비비 여부를 떠나, 나라에서 중고차 시장의 병폐를 개선하고 회원사의 권익을 도모하라는 의미로 펼치는 정책과 부여해준 권한이 또 다른 잡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데도 이를 관리해야 할 당국은 손을 놓은 형국이다.

현장에서는 검사를 ‘친다’는 얘기도 있다. 가장 많은 하자인 엔진룸 누유와 누수, 그리고 외판 수리 여부만 검사하려고 해도 최소 30분은 걸리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10~15분 만에 끝낸다고 한다. 한 예로 요즘 대부분의 차량에 탑재되는 전동식 조향장치에는 없는 고압 파워펌프 호스를 점검해 양호 판정을 하는 웃지 못 할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중고차 성능점검 비용은 국산차는 대당 3~4만원, 수입차는 7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3만 원 가량의 보험료가 추가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차량 인도 후 하자가 발생해 보험사가 지급하는 비용이 대당 109만원에 달한다. 보험료 3만원을 내도 하자가 나서 자신의 정비소에서 정비를 받으면 1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도 있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자정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도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나마 만들어놓은 대책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좋은 제도를 도입한 당국의 대응도 아쉽다. 보험 자체가 큰 시장이 되면서 온갖 잡음이 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백미는 모든 것을 시장의 자정능력에 맡겨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 더러워지면 당국은 즉각 개입해서 청소를 해야 한다. 지금은 하수구가 막히도록 그냥 내버려 둔 모습이다.

중고차 시장이 생계형 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대기업들의 진출이 예고돼있다. 대부분이 영세사업자인 중고차 업계는 풍전등화의 상태다. 당장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믿고 살 수 있는 대기업 판매 중고차를 사겠다고 한다. 업계의 자정노력과 당국의 적절한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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