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볼보 EX90, 익숙한 모습의 전기차, 그러나 그 이상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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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볼보 EX90, 익숙한 모습의 전기차, 그러나 그 이상의 변화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2.11.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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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플래그십 전기 SUV EX90 공개
볼보의 플래그십 전기 SUV EX90이 공개됐다. 사진=볼보자동차
볼보의 플래그십 전기 SUV EX90이 공개됐다. 사진=볼보자동차

볼보자동차가 세 번째 전기차 모델을 공개했다. 대형 SUV인 EX90이다. 짐 로완 볼보자동차 CEO가 강한 스코틀랜드 억양의 영어로 이 차를 소개했다.

짐 로완 볼보자동차 CEO는 “EX90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이 차는 볼보자동차의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볼보 EX90의 새로운 기술은?

사진=볼보자동차
사진=볼보자동차

EX90은 두 개의 모터가 네 바퀴를 굴리는 상시사륜구동으로 출시됐다. 이번 출시모델은380kW(517마력), 910N-m의 출력을 낸다. WLTP 기준 1회충전 주행거리는 600km인데, 볼보자동차는 이 수치가 초기 개발단계 300kW 파워트레인 모델로 측정한 수치라고 밝혔다. 출시모델의 항속거리는 500km대, 국내기준 400km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은 400볼트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배터리 용량은 111kWh다. 최대주행거리는 WLTP 기준 600km라고 한다. 250kW 급속충전이 가능해 10%에서 80%까지 30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고, 10분 충전으로 180km를 갈 수 있다.

차량의 전력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양방향 충전기능(bi-directional charging)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의 V2L 기능과 비슷하지만, 볼보는 남는 전력을 공공전력망(그리드)에 되팔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XC90과 비슷한 비례감과 디테일을 엿볼 수 있는 EX90의 차체는 전기차 전용으로 새롭게 개발됐다고 볼보자동차는 밝혔다. 전면 그릴이 사라졌고 공력성능 개선을 위해 곳곳에 매끄러운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공기저항계수가 0.29cd에 불과하다.

볼보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 EX90의 플랫폼이 안전 확보를 위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카메라, 레이다, 라이다가 조합된 전후방 감지 기능은 NVIDIA DRIVE를 통해 볼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제어되며, 완벽한 위험감지 기능을 갖췄다.

루미나의 라이다 시스템은 차량 앞유리 상단 지붕에 장착돼 전방을 감지하며, 야간에 고속을 달릴 때도 수백 미터 이상 떨어진 전방의 장애물을 식별해낸다. 이는 반자율주행 시스템인 파일럿 어시스트의 기능을 고도화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차량 내부의 위험도 감지한다. 센서와 카메라가 운전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경고음을 내지만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차를 완전히 세우고 자동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볼보자동차는 이 시스템이 완전 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한 하드웨어적 성능은 모두 갖췄다고 밝혔다.

차량의 시스템은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이며, 스냅드래곤의 AP가 두뇌 역할을 한다. 차량의 통신은 5G 네트워크 기반이다. OTA 업데이트 기능도 물론 갖췄다. 우리나라에는 호평을 받은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운드 시스템은 예전처럼 바워스 & 윌킨스가 맡게 되며, 보다 생동감있는 사운드를 위해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도 처음으로 들어간다. 25개의 스피커가 차 내부 곳곳에 설치되며, 특히 헤드레스트에도 스피커가 설치돼 보다 입체적인 사운드를 제공한다.

토르의 망치라고 불리는 특유의 헤드램프 디자인도 그대로다. 다만 예전에는 토르의 망치 손잡이에 해당하는 가로바 상하단에 프로젝션 렌즈가 들어가 빛을 내면서 램프가 투박해 보였는데, EX90의 헤드램프는 날렵하게 생겨 렌즈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

토르의 망치 손잡이 뒤에 진짜 헤드램프가 숨겨져 있다. 사진=볼보자동차
토르의 망치 손잡이 뒤에 진짜 헤드램프가 숨겨져 있다. 사진=볼보자동차

헤드램프를 켜면 토르의 망치 손잡이가 아래위로 갈라지면서 그 뒤에 숨겨진 프로젝션 램프 렌즈가 나온다. 13,000화소의 LED 소자가 다양한 조사패턴을 만들어 다른 차량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전방을 밝게 멀리 비춰준다.

실내는 버튼과 손잡이가 사라지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터치 방식의 스크린이 장착됐다. 모든 컨트롤과 디스플레이는 가운데 세로로 커다랗게 세워진 스크린을 통해 이뤄진다.

새롭게 개발됐다는데 기존 XC90과 비슷한 디자인?

XC90과 거의 비슷한 실루엣의 EX90. 사진=볼보자동차
XC90과 거의 비슷한 실루엣의 EX90. 사진=볼보자동차

EX90은 휠베이스도 기존 XC90과 같아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자아내게 한다. 전체적인 차량의 실루엣, 윈도우라인, 도어 모양, 휠하우스 배치 등도 흡사하다.

실내 디자인도 익숙하다.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더욱 커진 노출형 태블릿으로 바뀐 것과 아날로그 방식의 클러스터가 또 다른 소형 디스플레이 스크린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기존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볼보는 EX90이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내연기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XC40 리차지, C40 리차지와는 달리 EX90은 전용 플랫폼(purpose-built) 차량이라는 것이다.

EX90의 외관 디자인은 철저하게 비례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빚어졌다고 한다. 발표현장에서도 비례(proportion)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적용된 가구나 건축물이 각광을 받는 이유도 이 완벽한 비율을 갖추며 빚어진 외관 덕분이다.

바퀴의 위치, 윈도우와 지붕의 모양, 길이, 폭 등 모든 부분을 황금비율에 맞춰 배치했고, 여기에 플래그십 90 클러스터의 익숙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디자인을 재활용했다는 의심을 감수하고라도 완벽한 비례를 갖춘 조형물을 만들었다는 뜻.

실내 디자인도 이런 익숙함의 연속이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그대로 이어졌는데, 모든 스위치가 세로형 디스플레이 속으로 들어가 이제는 스마트폰처럼 터치를 통해 제어를 해야 한다. 이게 불편하면 음성으로도 할 수 있다.

익숙한 레이아웃이지만 디스플레이가 확대됐다. 사진=볼보자동차
익숙한 레이아웃이지만 디스플레이가 확대됐다. 사진=볼보자동차

마감재는 재활용 소재가 적극 활용됐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가죽이 일절 쓰이지 않았다. 그 자리를 노르디코(Nordico)라는 페트병, 코르크, 다른 자연물질을 재활용해 합성한 재질과 양털, 재활용소재를 섞은 패브릭이 대신한다. 카페트도 재활용 소재가 일부 쓰였고, 플라스틱 재질의 15%는 재활용 플라스틱이다.

가죽소재는 사라지고 대체소재가 사용된 시트. 사진=볼보자동차
가죽소재는 사라지고 대체소재가 사용된 시트. 사진=볼보자동차

스칸디나비아 느낌의 무광 우드장식은 화려한 조명을 숨기고 있다. 밤에는 도트 형태의 백라이트가 우드장식에서 뿜어져 나오며 미래차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디테일의 변화로 보여주는 볼보의 진화

디테일의 변화가 진화를 이끌어냈다. 사진=볼보자동차
디테일의 변화가 진화를 이끌어냈다. 사진=볼보자동차

볼보는 플래그십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사람들이 바로 알아챌 수 있는 겉모습을 많이 바꾸지 않았다. 이미 개발주기의 절반을 지나고 있는 기존 XC90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쓴 부분은 지적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익숙함 뒤에 많은 신기술이 들어갔다. 최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화려한 스펙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자동차의 본질인 안전을 위해 쓰였다는 점도 반갑다. 신형 EX90은 사고가 났을 때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나자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소리 높여 강조하고 있다.

스칸디나바아 디자인은 심심해 보이지만 보편타당하고 아름답다. 건축과 디자인의 거장 이로 사리넨의 작품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각광을 받고 있음은 물론, 싸게 만들어 대량으로 파는 이케아의 제품이 인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볼보가 진부할 수 있는 기존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Why mess with success? 왜 잘된 걸 건드리지?”라는 서양 격언이 떠오른다. [교통뉴스=민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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