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흡기 V12 엔진 장착한 페라리의 첫 SUV 푸로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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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흡기 V12 엔진 장착한 페라리의 첫 SUV 푸로산게
  • 교통뉴스 데스크
  • 승인 2022.09.1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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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엔진 2+2 쿠페 전통 이은 SUV
페라리의 첫 SUV 프로산게가 공개됐다. 사진=페라리

페라리 최초의 SUV가 공개됐다. 차 이름은 이탈리아의 순종 말(Thoroughbred)을 뜻하는 푸로산게(Purosangue)다.

푸로산게는 페라리 특유의 프론트 엔진 2+2 4인승 쿠페의 모양을 이어받았다. 당연히 엔진도 V12 자연흡기 방식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엔진은 앞 차축 뒤에 탑재된 프론트 미드십이고, 변속기는 뒤 차축에 연결된다. 마라넬로 엔지니어들은 이 조합이 전후 5:5 무게배분에 최적화된 것이라 말한다. 푸로산게의 무게배는 49:51이다.

SUV지만 프론트 미드십 쿠페의 라인에 가깝다. 사진=페라리
SUV지만 프론트 미드십 쿠페의 라인에 가깝다. 사진=페라리

페라리의 V12 엔진은 코드명 F140IA라는 이름으로 나온 새 엔진이다. 기존 V12기통 레이아웃과 65° 실린더 뱅크각, 6.5L의 배기량, 오일팬이 별도로 설치된 드라이 섬프 등은 그대로인데, 마찰을 줄이고 강성은 늘리면서 흡배기 효율을 개선했다. 당연하겠지만 F1 엔진의 노하우가 모두 들어간 것도 특징이다.

이 엔진의 가장 큰 특징은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토크의 80%를 일상 주행 영역인 2,000rpm부터 낸다는 것이다. 73kg-m의 최대토크가 6,250rpm에서 나오는데, 58.4kg-m의 토크가 2,000rpm부터 나오기 때문에 저속에서도 맹렬한 힘을 낸다.

최대출력은 7,750rpm에서 725마력(PS)가 나오며, 엔진은 8,250rpm까지 돌릴 수 있다. 짜릿한 고회전 영역에서 나오는 V12 엔진의 포효는 고도로 설계된 흡배기 시스템에서 나온다.

일단 엔진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기음 튜닝을 위해 12개의 실린더에서 나오는 배기구의 길이를 정확히 맞췄다. 여기에 흡기관에 장착된 플레넘(공명기)가 소프라노 톤의 V12 엔진음에 중후한 중저음을 더했다. 이 엔진은 8,000rpm에 가면 특유의 F1 머신이 토해내는 강렬한 소리를 들려준다.

마라넬로 엔지니어들은 출력과 효율, 내구성을 위해 많은 신기술을 적용했다. 거대한 엔진이 8,250rpm까지 돌 수 있도록 엔진의 중심축인 크랭크케이스를 강화했고, 모든 연결부위의 공차를 줄였으며, 부품 내 마찰을 최소화했다.

새로운 ECU는 연료의 옥탄가와 실린더 내부 온도에 따라 점화 타이밍을 정밀 제어하며, 직분사 고압펌프는 350바로 설정돼 매연발생을 줄였다.

변속기는 8단 듀얼클러치다. 엔진과 마찬가지로 오일팬이 별도로 설치된 드라이섬프 방식이다. 드라이섬프 방식을 쓰면 엔진과 변속기를 더욱 낮게 위치할 수 있어 무게중심을 낮추는 데에 유리하다. 4륜구동은 트랜스퍼 케이스 없이 바로 앞바퀴로 동력이 전달되는 구조를 갖췄다.

새로운 유압시스템으로 변속속도가 빨라졌고, 클러치 용량도 기존 7단 DCT에 비해 35% 늘어났다. 늘어난 기어 덕분에 초반 기어비가 짧아졌고, 늘어난 8단은 늘어나 연비에 도움이 된다. 부하가 적을 때에는 클러치를 통해 동력을 끊어 중립주행을 하는 ‘세일링(sailing)' 기능도 있다.

페라리의 유려한 외부 디자인은 사실 치밀한 공력설계의 결과이며, 푸로산게도 예외는 아니다. 4명의 승객을 모실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면서 주행성능과 파워트레인 냉각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가 곳곳에 들어가 있다.

키가 큰 SUV임에도 불구하고 쿠페형 라인을 갖춘 이유는 이런 공력 설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페라리 특유의 유로설계를 통해 브레이크와 엔진, 변속기를 잘 식혀주고, 필요한 곳은 눌러주는 다운포스를 형성해 타이어의 접지력을 극대화해주는 노하우가 모두 작용됐다.

잘 빠진 몸매는 치밀한 공력설계의 결과물이다. 사진=페라리
잘 빠진 몸매는 치밀한 공력설계의 결과물이다. 사진=페라리

승차감과 동력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서스펜션은 세계 최초로 고정밀 댐퍼와 댐퍼압을 조절하는 전기모터를 통합 시스템으로 구성한 멀티매틱(Multimatic)사의 트루 액티브 스풀 밸브(TASV: True Active Spool Valve) 시스템이 적용됐다. 기존 가변식 댐퍼에 비해 훨씬 빠른 반응속도는 48V로 구동되는 전기모터 시스템도 한 몫 했다.

전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세미 버추얼 하이 위시본 서스펜션이라는 이름의 가상구조 지오메트리를 적용해 스크럽 반경을 줄임으로써 스티어링휠이 험로에서 요동치는 것을 막았다. 스포츠카의 유격 없는 스티어링은 유지하면서 손으로 전달되는 충격을 줄인 묘수다.

차체는 완전히 새롭게 설계됐다. 차 바닥과 뼈대는 모두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졌고, 필요에 따라 압출성형물, 속이 비어있는 중공주물, 탄소섬유, 스틸 등 다양한 재료가 조합돼 차체강성을 극대화 했다. 차체강성이 강하면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감소시킬 수 있어 승차감과 NVH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도어는 롤스로이스에서 볼 수 있는 냉장고 도어 방식이다. 앞 도어는 63°, 전동으로 작동하는 뒷 도어는 79°로 열린다. 고강성 차체로 보호된 인테리어는 4명이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문은 양쪽으로 열린다. 사진=페라리
문은 양쪽으로 열린다. 사진=페라리

좁은 문 4개를 열고 들어가면 넓은 실내가 펼쳐진다. 페라리가 추구하는 2+2 GT의 모습이다. 4명이 편하게 타고갈 수 있는 그랜드 투어러 얘기다.

운전석은 SF90 스트라달레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거의 정확하게 조수석과 대칭을 이루고 있다. 덕분에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모든 운전 정보를 제공하는 10.2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짜릿한 달리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대칭형 전면 대시보드. 사진=페라리
대칭형 전면 대시보드. 사진=페라리

완전 독립된 4개의 시트는 쿠션의 단단함을 다르게 해 몸무게를 잘 지지해주는 인체공학적 설계도 적용됐다. 시트 마감은 최상급 세미 아닐린 가죽이다. 바닥재로는 카페트를 포함해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제작된 알칸타라, 폐그물을 재생한 바닥재 등 지속가능 소재도 적용됐다.

독립 시트가 장착된 뒷좌석 공간도 넓다. 사진=페라리
독립 시트가 장착된 뒷좌석 공간도 넓다. 사진=페라리

부메스터(Burmester®) 3D 하이엔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또한 페라리에서 처음으로 적용됐다. 짜릿한 V12 사운드가 충분치 못하다고 느낄 고객을 위한 선택지가 되겠다.

럭셔리 SUV 답게 풍부한 선택사양도 제공된다. 다양한 커스텀 컬러와 함께 전기신호에 따라 루프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일렉트로크로믹(electrochromic, 전기 변색) 글라스 루프, 마사지 시티, 실내 공기질 센서와 필터는 물론 페라리답지 않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호환성도 갖췄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모습. 페라리 제공영상 캡처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모습. 페라리 제공영상 캡처

SUV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대량생산 제조사라 할 수 있었던 페라리도 SUV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진으로 본 모습은 SUV라기보다는 키가 큰 4인승 GT에 가까워 보인다. 큰 바퀴와 높은 지상고가 이 차가 비포장 도로도 달릴 수 있음을 암시하긴 한다.

페라리는 공력성능에 목숨을 거는 메이커로 유명하다. 처음 만들어보는 차를 디자인하면서 관계자들의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놓은 첫 작품은 페라리 고유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SUV의 실용성과 험로주행성을 갖췄다. 특히 자연흡기 V12 엔진을 버리지 않아서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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