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돌아온 야생마 포드 브롱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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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돌아온 야생마 포드 브롱코 이야기
  • 교통뉴스 데스크
  • 승인 2022.03.0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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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브롱코의 강렬함을 재해석한 수작(秀作)
돌아온 야생마 포드 브롱코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사진=민준식
돌아온 야생마 포드 브롱코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사진=민준식

포드 브롱코가 부활한다는 뉴스가 몇 년 전 나왔을 때 갸우뚱했다. 기자가 기억하는 브롱코는 네모난 헤드램프와 평범한 그릴에 문짝 두 개 달린 투박한 트럭 익스플로러의 아류쯤으로 남았기 때문이었다. 90년대 미국 생활을 하던 기자에게 이차는 1996년 소리 소문 없이 단종돼버린 망작 쯤으로 기억에 남았다.

몇 년 전 포드 브롱코가 공개됐다. ‘그 망한 차가 부활한다고?’하던 의구심은 공개된 사진을 보면서 날아가 버렸다. ‘이건 멋있잖아!’라는 감탄사와 함께 구글을 뒤져보았다. 그리고 찾아낸 1세대 브롱코의 빛바랜 사진들을 보면서 20대 시절의 편협한 생각을 떨치게 됐다. 1965년 첫 선을 보였던 브롱코는 미국인 상남자를 상징하는 야생마 같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각진 그릴과 한 줄로 이어진 그릴장식, 그리고 그 양쪽에 붙은 둥근 헤드램프는 당시 디자인으로서는 꽤 파격적이었다. 다부진 스탠스와 떡 벌어진 어깨, 큰 바퀴는 이 차가 정통 오프로더임을 알 수 있었다.

1세대 브롱코의 디자인을 계승한 모습의 포스터. 사진=민준식
1세대 브롱코의 디자인을 계승한 모습의 포스터. 사진=민준식

그리고 2020년 브롱코가 부활했다. 요즘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인 ‘낮고 넓게’가 더욱 강화됐고, 바퀴는 더욱 커지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오프로드를 다녀야하니 앞뒤바퀴와 범퍼의 거리는 더욱 짧아졌다. 전형적인 ‘잘 달리는 차’의 몸매다.

그런데 이 차의 베이스는 잘 팔리고 비싸지 않은 레인저 픽업트럭이다. 당연히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을 적용했고, 이 차체의 훌륭함은 포드 레인저를 돌길 위에서 점프를 해가면서 달려봤기에 달리 의심이 가지 않는다.

국내 도입되는 모델은 온로드 성향이 가미된 아우터뱅크스(OUTER BANKS). 타이어 사이즈도 가장 아담하고 얌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옆으로 튀어나온 펜더 플레어를 가득 채운 타이어가 남성스럽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지는 않다. 원래 광야와 초원을 질주해야 할 야생마스러운 차이기 때문에 양털 카페트, 리얼 우드, 세미 아닐린 가죽 따위의 비싸고 야들야들한 재료를 쓰면 안 된다. 그래서 싸고 튼튼한 재료(강화 플라스틱, 실리콘, 금속)를 아낌없이 썼다. 그게 이 차에는 딱이다.

인테리어는 수수한 편인데 편의장비는 가득하다. 사진=포드 코리아
인테리어는 수수한 편인데 편의장비는 가득하다. 사진=포드 코리아

그런데 거대한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있다. 반자율주행 기능도 있다고 한다. 가죽으로 마감된 시트는 전기모터로 조절할 수 있다. SYNC4라는 커넥티비티 시스템도 갖춰 휴대폰과 무선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무려 뱅&올룹슨 오디오도 장착됐다. 지붕과 도어를 다 벗기도 달려도 잘 들리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지붕과 도어는 모두 탈거해 싣고 갈 수도 있다. 지붕을 벗기면 탑승객 자리는 완전히 오픈된다. 1열과 2열을 가르는 가로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없으려면 차체강성이 엄청나야 할 텐데.

온로드형 모델임에도 지붕과 도어를 모두 탈거할 수 있다. 사진=포드 코리아
온로드형 모델임에도 지붕과 도어를 모두 탈거할 수 있다. 사진=포드 코리아

가만 보니 지프 랭글러의 숙적이 되겠다. 국내 소개된 아우터뱅크스는 랭글러 오버랜드와 경쟁하겠다. 그런데 랭글러 루비콘처럼 지붕과 도어를 다 제거할 수 있다. 후발주자로 태어나 이 바닥의 왕이라 할 수 있는 랭글러를 견제하기 위해 칼을 꽤나 갈았다.

브롱코의 디자인을 이끈 폴 레이스는 구수한 호주식 영어로 이 차의 개발과정을 소개했다. 기자의 귀에 들어온 가장 큰 요소는 모든 디자인을 마이크로칩(전자장비) 없이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리로 이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마이크로칩의 도움을 받아 설계했다고.

예를 들어 헤드램프 위 본닛 상단에 튀어나온 손잡이는 지붕에 올린 짐을 묶을 로프를 거는 역할을 하면서 운전자가 차의 끝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갖췄다고 한다. 파킹센서 없이도 운전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한 ‘로우테크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차에는 파킹센서도 있고 레이더도 있다.

본닛 위 검은 플라스틱 손잡이는 로프를 맬 수도 있고, 운전자가 차 끝을 가늠할 가늠자 역할도 한다. 사진=포드코리아
본닛 위 검은 플라스틱 손잡이는 로프를 맬 수도 있고, 운전자가 차 끝을 가늠할 가늠자 역할도 한다. 사진=포드코리아

파워트레인은 최신작이다. 특히 고급 엔진으로 알려진 2.7리터 V6 ECO부스트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315마력, 55kg-m의 8기통 엔진급 힘을 내는 터보엔진이다. 열관리와 카본누적 방지를 위해 수냉식 인터쿨러도 적용했다. 여기에 포드의 10단 변속기가 조합된다.

여기에 뛰어난 4륜구동 시스템이 들어간다. 전자식으로 후륜구동과 4륜구동을 오가며, 주행상황에 따라 트랙션 모드를 조절하는 G.O.A.T(Goes Over Any Type of Terrain), ‘어떤 지형도 간다’는 주행모드를 갖췄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사상 최고 (GOAT: Greatest Of All Time)와 라임을 맞췄다.

호사스러움을 찾는 우리나라 부자들의 성향에 맞춰 고급스러운 트림으로 들여왔다고 포드 코리아는 밝혔다. 6,900만원의 가격은 6500만원대의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를 보고 정했을 것이다. 가격 차이는 315마력 하는 6기통 엔진과 반자율주행, B&O 오디오 등 고급 장비탓일 것이다. 이런 거 없애고 오프로드용 트림에 가격을 낮추면 어떨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브롱코는 요즘 자동차의 성공공식을 모두 갖췄다. 사진=민준식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브롱코는 요즘 자동차의 성공공식을 모두 갖췄다. 사진=민준식

포드 브롱코는 기존 플랫폼과 기술을 사용해 개발비용을 낮추면서 아이코닉한 헤리티지를 그대로 살린 성공작으로 보인다. 미국사람들보다 아웃도어에 더 진심인 호주사람이 디자인 한 진짜 미국차 브롱코. 다루기 힘든 야생마였지만 이제는 누구나 쉽게 다루며 광야를 누빌 수 있다는 이 차를 손에 넣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포드 코리아는 브롱코의 올해 판매 목표나 물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물량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언급을 했다. 국내에서도 꽤나 잘 팔릴 것으로 보인다.

[교통뉴스=민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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