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현대차의 일본시장 재진출,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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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현대차의 일본시장 재진출, 성공할 수 있을까?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2.02.08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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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재도전, 넥쏘, 아이오닉5 등 친환경차 앞세워
온라인 판매방식...향후 오프라인 브랜드 거점 구축 추진
일본에는 없는 특화상품, 일본인 구미에 맞는 제품 필수
현대차가 친환경차 넥쏘와 아이오닉5를 앞세워 일본시장에 재진출한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친환경차 넥쏘와 아이오닉5를 앞세워 일본시장에 재진출한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일본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현대차는 8일 일본 도쿄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일본 미디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가 일본에서 판매할 차종은 친환경차 라인업이다. 현대차는 넥쏘와 아이오닉5 등을 판매할 예정이며, 내연기관 차량은 팔지 않을 계획이다.

현대차의 일본 공략 방식은 온라인 판매다. 현대차는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탐색부터 결제, 배송까지 전 과정을 원스탑으로 할 수 있는 온라인 세일즈로 운영할 방침이다.

오프라인 매장도 순차적으로 구축한다. 올해 하반기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수 년 내에 오프라인 매장인 ‘현대 고객경험 센터’를 전국 주요 지역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 곳에서는 차량 전시, 브랜드 체험, 구매 지원, 정비, 교육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카셰어링을 통한 친환경차 알리기에도 나선다. 일본 굴지의 카셰어링 업체인 DeNA SOMPO Mobility가 제공하는 Anyca와 협력해 넥쏘와 아이오닉5를 선보이게 된다. Anyca의 P2P 플랫폼을 활용해 공유와 소유를 연계하는 판매방식은 일본 시장에서도 최초의 시도다.

이를 감안한 듯 현대차는 일본법인 이름을 현대모빌리티재팬(Hyundai Mobility Japan)으로 변경했다. 단순히 차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를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정재훈 사장은 영상 인사말을 통해 과거의 실패를 되돌아보고 원점에서 고객과 마주보기로 결심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정 사장은 “현대차는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의 비전 이래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배워 나가야 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우라베 타카오 HMJ R&D센터 디자인팀장, 가토 시게아키 승용차사업실장, 사토 켄 상품기획 담당. 사진=현대자동차
(왼쪽부터) 우라베 타카오 HMJ R&D센터 디자인팀장, 가토 시게아키 승용차사업실장, 사토 켄 상품기획 담당. 사진=현대자동차

일본시장은 그동안 성공가도를 달리던 현대차에게는 아픈 기억이 남은 곳이다. i30, 쏘나타 등 간판차종을 앞세워 일본시장을 공략했지만 현지 고객들의 외면 속에 2009년 철수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일본시장에서 재미를 못 본 이유는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모델을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NF 쏘나타는 일본 기준으로는 대형차 사이즈에 가까워 현지 도로사정에 맞지 않았다.

토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는 미국서 잘 팔리는 중형차와 내수형 중형차의 사이즈를 다르게 해 일본 전용 상품을 구성했었다. 일본인들은 덩치만 크고 성능은 별로였던 현대차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본 자동차 시장도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일본 브랜드들도 미국시장 모델을 그대로 팔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사람들의 ‘큰 차 혐오’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내놓은 현대의 전략모델은 덩치가 큰 아이오닉5와 넥쏘다. 아이오닉 5는 차폭이 1.9미터에 육박하고 휠베이스도 3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덩치다. 친환경차에 상품성이 좋다고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시장에서도 극찬을 받았는데, 일본시장의 반응은 어떨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아이오닉5를 설명하고 있는 우라베 타카오 HMJ R&D센터 디자인팀장. 사진=현대자동차

일본 소비자들은 새로운 물건에 궁금증을 가지는 ‘얼리 어댑터’ 성향이 강하다. 남들이 갖지 않은 ‘좋은’ 물건은 가격이나 조건 안 따지고 사 모은다. 푸조와 시트로엥, DS가 디자인으로 먹히고, 듣지도 못한 브랜드의 소량생산 차량도 잘 팔린다. 집 없는 월급쟁이가 람보르기니를 타는 현상도 일본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에서 호평을 받은 친환경차 아이오닉5와 넥쏘의 경쟁력은 얼마나 있을까? 친환경차에 성능도 뛰어나고, 상품성과 디자인 차별화도 잘 이뤄져 일본 얼리어댑터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결국 어떻게 파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정재훈 사장은 일본 고객들과 다시 마주하겠다고 했다. 일본인들은 무척 까다롭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특정 국가 상품을 무시하듯이 그들도 우리 상품에 대한 태도가 호의적이지는 않다.

‘난 잘 만든다’는 오만과 자신감으로 덤볐다가는 13년 전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다. 일본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언지, 어떤 식으로 현대차의 매력을 어필할 것일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내연기관 모델을 버린 것은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도 현대차는 일본인들에게는 미쓰비시에서 기술을 배워 요즘에야 좀 커진 신생업체 정도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특출한 전기차는 일본인들의 생각을 바꿔놓기에 충분할 것이다.

돈 많이 드는 딜러망 구축을 안 하는 것도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P2P/카셰어링을 통한 차 알리기 또한 좋은 생각이다. 빌려 타는 차가 너무 좋아서 입소문이 퍼지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수입차의 무덤 일본시장에서 꿋꿋하게 살아남는 푸조·시트로엥·DS를 보면 현대차도 경쟁할 수 있는 매력은 충분이 있어 보인다. 양념이 잘 된 한우갈비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밥상을 어떻게 차리느냐가 레드오션이 된 요즘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교통뉴스=민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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