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시작부터 꼬이는 쌍용차 매각...새 주인은 땅장사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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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시작부터 꼬이는 쌍용차 매각...새 주인은 땅장사 눈독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1.12.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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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 모터스, ‘공장부지 개발해 인수자금 조달’
채권단, 지역사회는 갸우뚱...인수능력에 의구심
보다 현실적인 전략 세워서 빚 갚고 살아나기를
쌍용자동차 매각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매각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인수계약 체결이 결국 내년에 이루어질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공장부지 담보대출에 선을 그었고, 평택시도 공장부지 개발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가장 중요한 자금문제가 꼬이면서 매각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단 법원은 인수합병 계약 체결 기한을 내년 1월 10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쌍용차를 인수하기로 확정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전기버스를 만드는 에디슨모터스와 에디슨모터스가 인수한 초소형전기차 업체 쎄미시스코(현 에디슨EV), 사모펀드 KCGI, 운용사 키스톤PE로 구성되어 있다.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기업은 여럿 있었으나 자금력이 가장 풍부하다고 알려졌던 SM그룹이 돌연 포기를 선언하면서 그 아래로 평가받던 에디슨모터스가 사모펀드 KCGI를 내세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업계는 연매출 1천억원도 올리지 못하는 작은 회사가 대기업을 삼킨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를 했다. 쌍용차의 연매출은 3조원에 달한다.

이런 의구심은 계약금을 내야하는 단계에서부터 현실로 드러나는 모양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산업은행에 손을 벌렸다. 인수자금은 알아서 댈 것이니 공장 땅을 담보로 운영자금을 빌려달라는 것.

쌍용차를 정상화하려면 인수자금과 빚을 갚고도 8천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해 총 인수금액은 1조5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KCGI의 자금에 자사 유상증자 등으로 초기 자금을 마련할 테니 운영자금을 빌려달라고 손을 벌린 것이다.

채권자이자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단칼에 거절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회사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구체적인 안은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돈만 빌려달라고 한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자 에디슨모터스 측은 공장 땅을 직접 개발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나섰다. 쌍용차가 지난 7월 평택시와 ‘평택 공장 이전·개발 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해 공장부지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빌미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평택시가 새 공장부지를 마련해주면 전기차 공장을 새로 짓고 현 부지를 개발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이 에디슨모터스의 속내로 드러났다. 현재 평택공장 부지는 약 9천억원대에 팔 수 있지만 허가를 받아 아파트를 지으면 두 배 가까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평택시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쌍용차 공장 부지 개발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이 같은 내용을 흘린 에디슨모터스 측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평택시는 당초 쌍용차의 자구노력을 돕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쌍용차 부지를 매각하고 관내 다른 곳에 공장을 짓는 것을 돕겠다고는 했으나 직접개발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정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준다는 논란을 사전에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 주인이 될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해 운영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불거지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 등 여객용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다. 초소형전기차 업체인 세미시스코를 인수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2020년 기준 자본금 340억, 연매출 987억, 순손실 15억원을 낸 작은 회사다.

회사 규모도 작지만 이 회사가 제대로 된 기술력을 보여준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버스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중국산 버스를 반조립하는 수준이라는 비판도 들었다. 계열사인 에디슨EV(구 쎄미시스코)도 비슷한 비판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능력이 안 되는 작은 회사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어 소량의 버스와 전기차를 만들고 있는데, 무슨 차별화 된 전기차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전기차를 많이 만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인지 물음표를 던지는 실정이다.

적게는 수천억에서 1조 5천억 원이나 되는 정상화 자금을 보유하고 있을 리가 없는 이 회사에 재무적 지원군으로 사모펀드인 KCGI가 뛰어들었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투자자라고는 하지만 이들이 자동차 회사를 살려낼 노하우나 능력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위치가 좋은 땅 잘 개발하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작금의 부동산 시장 트렌드를 보면 결국 이 차익을 노리고 이 판에 뛰어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사모펀드는 철저하게 돈 냄새를 맡고 움직이는 집단이다.

전기차가 미래라고 모두들 말하지만 사실 전기차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배터리 재료를 수급해 만드는 비용이 차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어느 자동차 회사도 배터리 생산역량을 제대로 갖춘 곳이 없다. 비용 컨트롤이 어렵기 때문에 돈 벌기도 어렵다. 천하의 테슬라도 아직까지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 기술이나 개발능력조차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업체가 뛰어들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친환경을 외치고 있지만 잘 나가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기름 태우는 내연기관 차량을 팔면서 돈을 벌고 있다.

전기차로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없는데 전기차로 돈을 벌겠다고 나서는 것부터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다. 역량은 고사하고 방향도 제대로 못 잡은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쌍용자동차는 미국의 트럭 메이커들처럼 오프로드 차량에 특화된 이미지가 강하다. 거대한 공룡으로 재탄생한 스텔란티스 그룹을 먹여 살리는 회사는 SUV를 만드는 지프와 RAM이다. 지지부진하던 포드와 GM도 승용차는 포기하고 SUV에 올인하고 있다.

쌍용차의 차세대 SUV KR10 렌더링 스케치.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의 차세대 SUV KR10 렌더링 스케치. 사진=쌍용자동차

전기차는 더 먼 미래를 위한 목표는 맞지만 당장 돈을 벌어 갚고 회생해야 하는 쌍용차에겐 시기상조로 보인다. 쌍용차의 미래를 위한 더 큰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교통뉴스=민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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