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오닉5 시승기...쾌적한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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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이오닉5 시승기...쾌적한 전기차
  • 교통뉴스 데스크
  • 승인 2021.04.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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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첫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아이오닉5는 한마디로 쾌적한 차였다. 화려한 장식이나 눈에 띄는 강렬함은 없었지만 눈으로 보고 차에 올라 앉아보고, 직접 몰아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 기분 좋음은 시승 내내 이어졌다.

현대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는 다재다능했다. 사진=민준식
현대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는 다재다능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해 만든 첫 차다.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배터리가 깔리고 그 위에 모노코크 바디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예전에 공개된 플랫폼을 봤을 때 비싸고 팬시한 알루미늄 등의 재료를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비싸지 않게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섀시를 엿볼 수 있었다.

이 플랫폼이 실제 주행할 때 어떤 느낌을 줬을까? 역시 서두에 언급했던 쾌적함이다. 서스펜션은 잔진동을 잘 흡수했다. 그런데 큰 과속방지턱을 빠른 속도로 넘어도 차체가 눌리면서 불안해지지 않고 단단하게 받쳐줬다. 가변식 댐퍼를 쓰지 않았는데도 이게 됐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우면서 큰 충격에는 단단하게 반응했다. 사진=민준식
서스펜션은 필요할 때는 많이 늘어나면서 승객이 들썩거리는 것을 막았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우면서 큰 충격에는 단단하게 반응했다. 사진=민준식
큰 충격에는 단단하게 반응해 눌림을 최소화 했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느낌은 저속에서 약간 어색했다. 느린 속도에서 가운데로 돌아오려는 성향이 지나치게 강했기 때문이다. 마치 스프링이나 모터가 인위적으로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원래 이 느낌은 속도가 빨라질수록 강해져야 자연스럽다.

저속에서는 어색했지만 이내 특유의 안정적인 조향감이 나왔다. 고속으로 달릴수록 직진성이 좋아졌고, 돌리는 만큼 정확하게 돌아나갔다. 짧은 차체 때문에 회전반경이 작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휠베이스(축거)가 대형차급인 3미터나 되기 때문이다.

217마력의 모터는 1.95톤의 덩치를 꽤 잘 밀어줬다. 정지상태에서부터 60kg-m의 강력한 토크가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가속감을 주면서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즉각 튀어나가는 순발력이 있다. 운전의 쾌적함이 여기서 느껴졌다.

배터리를 감싸는 알루미늄 보강재와 각종 섀시 보강으로 정말 단단한 차체가 만들어졌다. 주행성능은 손에 꼽을 만큼 훌륭했다.

아이오닉5는 무척 조용한 차다. 엔진이 없으니 진동소음이 당연히 없다. 하지만 엔진의 진동소음이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을 일부 상쇄해 주는 역할도 하는데, 전기차는 이 부분이 사라지면서 노면소음이 부각되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오닉5는 노면소음 차단도 완벽했다.

잘 달리면서 조용하고 편안하고 운전이 쉬워 쾌적했다. 사진=민준식
잘 달리면서 조용하고 편안하고 운전이 쉬워 쾌적했다. 

바람소리와 외부 소음은 두 겹의 차음유리가 잘 막아줬고, 바닥에서 전해지는 노면소음은 배터리팩으로 덮인 두터운 바닥이 걸러줬다. 그리고 조용한 실내에 울려 퍼지는 보스 오디오의 사운드도 잘 어울렸다.

눈으로 보이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도 참 편안했다. 디자인은 심심하다는 소리가 나올만큼 심플했다. 외관은 물론 실내 디자인도 미니멀리즘 그 자체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 넣은 백지의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세련된 스칸디나비아 디자이너의 손길에서 나왔을법한 심플한 디자인이 보였다.

세련된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실내공간. 사진=민준식
세련된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실내공간. 

수준 높은 미니멀리즘을 완성시켜준 공신은 마감재와 조립품질이다. 소프트 재질과 딱딱한 프라스틱이 혼재된 실내는 눈으로 봐도 손으로 만져 봐도 고급스러웠다. 친환경 소재는 새차 냄새가 없었고, 잘 빚어진 시트는 몸을 잘 감싸주면서 받쳐줘 운전 내내 편안했다.

마감재와 조립품질은 최상급이다. 사진=민준식
마감재와 조립품질은 최상급이다. 

인터페이스도 수준급이었다. 종이(Jong-e)라는 이름의 계기반 클러스터 디자인은 우리나라 한지의 순수한 흰색과 여백의 미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그 뒤로 보이는 대시보드는 눈부심을 막기 위해 흰색과 잘 어울리는 짙은 회색으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좋으니 좋은 말만 할 수밖에 없다. 눈, 코, 입, 귀, 몸이 다 좋으니 이 차를 설명하는 단어로 ‘쾌적’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점이 없지는 않았다. 시승차에 선택사양으로 들어간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문제였다. 모니터의 해상도는 깨끗했고 사각도 분명히 없었다. 그런데 평면적인 그림이 기존 보아왔던 거울속 이미지와 달라 거리 가늠이 힘들었다. 30년 넘게 익숙해졌던 거울과 달랐기 때문일까?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거리감을 가늠하기가 힘들어 어색했다. 사진=민준식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거리감을 가늠하기가 힘들어 어색했다. 

뒤를 확인할 때 계속 창 밖 카메라를 먼저 보다가 차차 도어패널의 모니터를 보게 되는 데에는 20분 정도 걸렸는데, 모니터 영상을 보고 후방 차량과의 거리를 판단하는 법을 깨우치기에 두 시간 남짓의 시승시간은 부족했다.

카탈로그를 뒤져보니 이 옵션이 130만원이나 한다. 기자가 이 차를 사게 된다면 130만원은 굳겠다.

주행거리가 짧다는 논란이 있었다. 시승차의 공인 주행거리는 401km. 시승 중 기록한 전비는 킬로와트아워(kWh)당 6.7km였다. 72.6kWh의 배터리 용량에 단순 곱해보면 480km를 넘게 갈 수 있다. 그런데 시승하면서 상당히 발 컨트롤을 했다. 그냥 타면 400km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가 충전을 빨리 할 수 있어서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5분만에 100km 갈만큼 충전된다는 거짓말을 거짓말이 아니라는 증거를 댔다. 시승 말미에 초고속 충전소에 가서 직접 충전을 해보게 한 것.

현대차가 운영하는 EV스테이션 강동에서 고속충전도 했다. 사진=민준식
현대차가 운영하는 EV스테이션 강동에서 고속충전도 했다. 

시승 말미 54% 남은 배터리 잔량을 70%까지 올리는 데 5분이 채 안 걸렸다. 5분 충전에 100km를 갈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단점이 없어 보였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영상촬영도 하면서 이것저것 만져보느라 수박 겉핥기식 시승을 했지만 느낌은 강렬했다. 아니, 편안했다. 그래서 ‘쾌적’이라는 단어가 또 나온다.

카탈로그를 다시 보면서 가격표에 손이 갔다. 시승차는 개소세 혜택후 5,455만원부터 시작하는 롱레인지 2WD 프레스트지 트림이다. 여기에 파킹 어시스트 135만, 컴포트플러스 50만, 비전루프(통유리지붕) 65만, 디지털사이드미러 130만, 무광컬러 20만원을 더해 5,855만원이다.

5,855만원에 서울시 기준 1,200만원의 보조금을 받으면 4,655만 원. 비싸지만 보조금이 없어도 솔깃한 가격이다. 충전비 생각하면 비싼 값 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지금 계약해도 올해 이 차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 일단은 그림의 떡이 되는 것으로.

‘뼈대 있는 집안 자식은 뭐라도 된다’라는 말이 있다. 차에 대입하면 플랫폼이 좋으면 좋은 차가 나온다고 한다. 이 녀석의 뼈대는 매우 출중하다. 첫 작품이 벌써 수작이다. E-GMP 플랫폼 기반으로 앞으로 나올 차들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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