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SUV 제네시스 GV7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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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SUV 제네시스 GV70 시승기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1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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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가격, 하지만 그 값을 10원짜리 하나까지 다 하는 차
화제의 차 제네시스GV70를 시승했다. 사진=민준식
화제의 차 제네시스GV70를 시승했다. 사진=민준식

제네시스 GV70는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매체의 발달로 삼엄한 보안 속에서 꽁꽁 숨겨졌던 프로토타입이 종종 유출돼 제조사가 속을 썩는 일이 많은데, 최근 제네시스 신모델의 유출샷은 호불호와 디자인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논란이 적었던 차가 GV70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테스트를 하다 스파이샷에 걸려든 이미지들만 봐도 이 차의 모양은 아름다웠다.

실제 이미지를 공개하고, 로드쇼 형식으로 최종 양산모델 15대를 전국에 풀어놓고 이벤트를 펼칠 때 기자는 뜻밖의 장소에서 이 녀석과 조우할 수 있었다.

정동길에서 우연히 만나본 제네시스 GV70. 사진=민준식
정동길에서 우연히 만나본 제네시스 GV70. 사진=민준식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있는 한 교회 주차장에 검은색 GV70 스포츠 패키지 모델이 서 있었다. 당시 제네시스는 SNS에 서울은 이태원 근방에 차를 출몰시킬 것이라고 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GV70의 디자인은 제네시스가 주장한 두 줄의 라인과 방패그릴,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파라볼릭 라인이 날렵한 쐐기형 디자인을 가진 키가 큰 SUV와 만나 기가 막힌 조화를 만들어낸 수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디자인은 완성도가 높다고 극찬을 했다.

제네시스의 새 아이덴티티가 적용된 GV70의 디자인 완성도는 높다.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의 새 아이덴티티가 적용된 GV70의 디자인 완성도는 높다. 사진=제네시스

연결된 선과 면, 한쪽은 낮아지고 한쪽은 높아지는 라인의 부조화를 또 하나의 입체적 볼륨감과 라인으로 커버하면서 밸런스를 빚어낸 디자인은 제네시스 디자인의 정수라고 할만하다.

실내는 스타 디자이너 이상엽이 부르짖는 ‘여백의 미’가 그대로 살아있다. 필요한 컨트롤은 2차대전 전투기의 날개를 형상화한 길다란 타원형의 구조물 안에 쏟아 넣었다. 그런데 그 쓰임새가 무척 편하다. 스위치는 많은데 난잡하지 않고, 일부 공조와 통풍, 열선시트 기능은 LCD 스크린에 넣었다.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송풍구는 실내 디자인을 해칠 때가 많다. 제네시스는 이마저 하나로 연결된 선들로 처리했다. 송풍구와 이어지는 선은 대시보드를 가로질러 도어패널에까지 그대로 이어지면서 시각적으로 통일감과 안정감을 준다.

실내 디자인은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사진=민준식
실내 디자인은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사진=민준식

미니멀리즘을 제대로 보여주는 실내 디자인은 장식과 군더더기를 최소화 한 조선시대 사대부의 사랑방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밋밋할 수 있는 부분을 적당하게 들어간 장식과 앰비언트 라이트로 양념을 쳤다.

워낙 첫인상이 좋아 이 차의 기본기인 달리기 실력이 궁금했다. 다부진 어깨에 커다란 바퀴, 커다란 배기구가 벌써 잘 달릴 것 같은 인상을 줬는데, 발표된 스펙을 보아도 장난이 아니었다.

차 크기는 지나치게 작았던 G70 세단과는 달리 꽤 크다.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715mm, 1,910mm, 1,630mm에 달해 미들급 이상의 덩치다. 차 무게도 스포츠 패키지 풀옵션 모델은 2,010kg이나 나간다. 시승차는 스포츠 패키지가 아닌 일반 모델 풀옵션에 무게는 1,995kg.

380마력에 54kg-m나 되는 강한 힘을 가진 엔진이 이 무게를 끌고 나가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함께 매칭된 8단 자동변속기는 예전의 변속기가 아니다. 변속이 무척 빨라진 것은 물론 기어를 바꿀 때 울컥거림이 있을 정도로 인정사정 없다.

게다가 독일차들처럼 급가속 모드인 런치 컨트롤도 적용돼 튀어나가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영상으로 확인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단 5초. 보다 정확한 잣대인 200km/h까지의 가속시간도 18.2초에 불과해 출중한 달리기 실력을 갖췄다.

직빨만 잘 하는 게 아니다. 이 차가 노면을 가르며 이리저리 회전하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은 단단하다. 앞은 단단하게 조여 조향 안정감을 키웠고, 뒤는 한 번 정도 출렁임을 줘 코너를 박차고 나가는 탱탱한 느낌을 준다. 코너링 파고들기 능력은 뒷차축에 들어간 e-LSD(전자식 차동제한장치)의 덕도 크다.

구동모터가 엔진룸에 있는 스티어링 기어에 붙은 랙방식 EPS는 손맛이 좋았다. 빠르고 민감하면서 정확했고, 적당한 반발력으로 가운데로 돌아와 뛰어난 핸들링 특성을 보여준 것.

덩치와 키가 큰 SUV가 타이트한 와인딩 코스를 잘 치고 나갔다. 영상캡처=민준식
덩치와 키가 큰 SUV가 타이트한 와인딩 코스를 잘 치고 나갔다. 영상캡처=민준식

키가 크고 짐도 실을 수 있는 SUV임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청평호반의 어려운 와인딩 코스를 이 녀석은 지배했다. 그리고 무척 재미있었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스포츠 모드에서 조금 더 조여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운전재미를 해치지는 않았다.

서스펜션과 구동계가 바퀴를 노면에 붙여주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BMW M을 만든 서스펜션 전문가 알버트 비어만. 그의 손길을 제대로 거친 차는 운전이 재미있다. 스포티한 차 만들기 보증수표인 비어만의 작품임이 분명하다.

서스펜션 세팅은 기가 막혔다. 사진(영상캡처)=민준식
서스펜션 세팅은 기가 막혔다. 사진(영상캡처)=민준식

주행을 하면서 느껴졌던 단점은 앞 서스펜션이 늘어나는 리바운드를 좀 강하게 잡는 경향 때문일까 범프 구간에서 살짝 바퀴가 노면에서 떨어지는 것과, 리어 서스펜션이 탱탱해서 아래위로 바운싱이 약간 있는 정도. 그러나 일상주행 느낌은 든든하면서 불쾌감이 없고 잔진동을 잘 흡수해주는 뛰어난 승차감을 가졌다.

그래서 럭셔리한 크루징도 할 수 있었다. 렉시콘 오디오의 15개나 되는 스피커에서 잔잔하게 들려오는 이사오 사사키의 피아노 음악을 들으면서 따뜻한 햇살을 맞고 편안한 오후 드라이브를 하면서 시승을 이어갔다.

21인치나 되는 거대한 휠에 달린 미쉐린 타이어에서는 잔잔한 소리만 들렸고, 창문에서도 바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6기통 엔진은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의 가르릉 소리만큼 나긋나긋했다.

알버트 비어만의 E46 BMW M3로 와인딩을 즐기는 느낌의 박진감 넘치던 드라이빙을 선사했던 제네시스 GV70은 여기서 90년대 렉서스 LS400세단이 미국시장에 충격을 줬던 무덤 속 고요함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던져줬다.

사람들은 빵빵한 엉덩이와 다부진 덩치의 GV70를 보고 ‘조선 마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런데 이 차는 마칸이 아니다. 그런 차를 따라한 차도 아니다. 이 차는 제네시스 GV70다. 제네시스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역작이라 하겠다.

제네시스 GV70는 명확한 캐릭터와 아이덴티티를 가졌다. 사진=민준식
제네시스 GV70는 명확한 캐릭터와 아이덴티티를 가졌다. 사진=민준식

제네시스는 미국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차 만드는 모양새가 예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리뷰어들은 아직도 제네시스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한다. 그런 리뷰어들이 이 GV70를 빨리 타보았으면 한다. 적어도 이 차에서는 ‘나는 제네시스다’를 명확하게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차는 SUV다. Sport Utility Vehicle이라는 영어 약자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차가 있을까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짐도 싣고 사람도 태우고 조용하고 편안하면서 스포츠카 버금가게 잘 달린다. 자동차가 갖출 모든 것을 갖췄을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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