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환골탈태한 4세대 카니발...세련된 패밀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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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환골탈태한 4세대 카니발...세련된 패밀리카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08.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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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플랫폼과 신규 파워트레인 적용
신형 카니발을 25일 시승했다. 사진=민준식
신형 카니발을 25일 시승했다. 사진=민준식

기아자동차의 신형 카니발을 타보았다. 지난 18일 온라인으로 발표된 신형 카니발은 ‘웅장한 볼륨감’을 자랑하며 호평을 들었다. 기아차는 더 커진 차체와 실내공간, 저중심 설계의 강인한 플랫폼과 신규 플랫폼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직접 본 카니발의 덩치는 컸다. 그리고 그동안 접했던 미니밴의 모습보다는 거대한 SUV 몸매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직선과 볼륨감을 강조한 디자인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거대한 그릴은 얇은 LED 헤드램프를 먹어버렸다. 헤드램프, 주간주행등, 그릴이 하나로 통합된 디자인은 유즘 유행이다. 그런데 그 유행을 충실히 따르면서 복잡한 선이 하나로 잘 정리돼 안정적이고 비례가 딱 맞는 모습이다. 기아차의 외관 디자인은 물이 올랐다.

직선의 조화가 돋보이는 카니발의 디자인. 사진=기아자동차
직선의 조화가 돋보이는 카니발의 디자인. 사진=기아자동차

옆면도 직선의 연속이다. 특히 슬라이딩 도어를 위한 레일이 지나는 선과 바디 라인을 일치시킨 점이 좋다. 선이 어긋나지 않고 하나로 연결되도록 하는 선과 면의 연속성은 좋은 디자인의 기본이다. 그래서 우락부락한 수많은 선이 어지럽지 않고 잘 녹아 들어가 있다.

후면부도 이런 디자인 철학의 연속이다. 역시 하나로 연결된 테일램프가 그 정점이다.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한 줄의 테일램프는 기하학적 패턴의 LED로 꾸몄다.

국내 소비자들이 신형 카니발 디자인에 열광한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지붕이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플로팅 루프(Floating Roof)' 디자인이다. 유리창을 감싸는 기둥인 A, B, C, D 필라를 검정색으로 처리하는 이 디자인은 레인지로버가 적용하면서 잘 알려졌다. 그래서인가, 멀리서 본 첫 인상이 레인지로버 느낌도 났다.

영국 레인지로버 느낌의 플로팅루프 디자인을 적용했다. 사진=민준식
영국 레인지로버 느낌의 플로팅루프 디자인을 적용했다. 사진=민준식

시승차는 7인승 디젤 풀옵션 모델이다. 차 값만 4,800만 원에 달한다. 실내는 화려하다. 가죽이 씌워진 대시보드에 하나로 연결된 디지털 디스플레이, 나파가죽 시트, 크렐 오디오 등 모든 편의장비가 다 있다. 특히 시트 마감은 이전 모델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다.

시트 포지션은 다소 높다. 그래서 승용차 모양의 센터페시아와 클러스터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든다. 공조기 스위치도 승용차에 비해 다소 낮게 위치하고 있다. 처음 탔을 때 편안한 포지션을 찾느라 시간을 보냈다.

시트포지션이 높아 스위치류는 아래에 있지만 외부 개방감은 시원하다. 사진=민준식
시트포지션이 높아 스위치류는 아래에 있지만 외부 개방감은 시원하다. 사진=민준식

7인승 모델은 2열 시트가 상석이다. 2열 시트는 앞뒤로도 움직이고, 좌우로도 슬라이딩이 된다. 시트를 옆으로 밀 수 있다는 뜻이다. 뒤로 젖힐 때 3열 사이드 콘솔에 시트가 걸리기 때문이다. 시트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야 기아차가 자랑하는 항공기 일등석 포지션이 나온다.

7인승 모델의 2열 시트. 시트 마감이 크게 개선됐다. 사진=민준식
7인승 모델의 2열 시트. 시트 마감이 크게 개선됐다. 사진=민준식

높은 시트는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승용차에 비해 월등하게 넓은 시야와 함께 차 모서리를 파악하기가 쉬워 폭이 2미터에 육박하고 길이가 5미터가 넘는 차임에도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앞바퀴 꺾임 폭이 커 회전반경이 작은 것도 도움이 됐다. 여러모로 실용적이다.

새롭게 개발된 스마트스트림 2.2D 엔진은 기존 R엔진을 대폭 개량한 것으로 쏘렌토, 싼타페, 제네시스 G80에 먼저 적용됐다. 기존 주철블록을 알루미늄으로, 금속재 타이밍 체인을 벨트로 바꿔 진동 소음을 줄였다. 특히 기존 R엔진의 고질병이었던 체인소음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된다.

쏘렌토와 싼타페에서는 8단 DCT 변속기와 조합됐었는데, 카니발에서는 토크컨버터 방식의 8단 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패밀리카라는 쓰임새를 감안해 저속에서 울컥거림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런데 실제 궁합은 DCT 변속기가 더 나았다. 토크컨버터 방식의 이 변속기는 변속 반응이나 속도가 확실히 느렸고, 그렇다고 변속충격이나 울렁거림이 월등히 낫지도 않았다. 게다가 급가속을 할 때 살짝 느껴지는 구동계의 진동도 아쉬웠다. 기어를 수동으로 내릴 때 레브매칭도 지원되지 않아 변속기 반응이 빠르지 않았다.

202마력을 내는 디젤엔진은 소음진동 면에서는 합격점이다. 서있을 때 살짝 느껴지는 진동은 다른 디젤차에서도 느껴지는 것이니 감내할만 하다.

파워는 45kg에 달하는 강력한 토크 덕분에 치고 나가는 맛은 좋았지만, 3천 rpm을 넘어서면 토크감이 급격히 떨어지고, 202마력의 ‘평범한’ 출력이 3,800rpm에서 끝나버려 ‘밟는 맛’은 떨어졌다. 시내에서의 활기찬 가속과 반응성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엔진소음이 크지는 않았지만 음색이 별로였다. 디젤엔진에서 음색을 기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지만, 기존 쏘렌토에 적용된 엔진과 비교해도 좀 탁한 음이 들려서 아쉬웠다. 특히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둔탁한 흡기음이 들려왔다.

신형 카니발의 주행성능은 만족스러웠지만 가솔린이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사진=기아자동차 제공영상
신형 카니발의 주행성능은 만족스러웠지만 가솔린이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사진=기아자동차 제공영상

미국시장도 주 타깃으로 두고 만든 카니발은 가솔린 엔진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3.5 가솔린 엔진은 훨씬 매끄럽고 조용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

저중심 설계를 적용했다는 3세대 플랫폼은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다. 승차감은 미국시장에서 경쟁하는 미니밴에 비해 다소 단단한 편이지만 불필요한 출렁거림이 잘 억제돼 있어 주행안정성이 뛰어났다. 우리나라 국도의 울퉁불퉁한 표면을 잘 걸러주면서 안정적으로 달렸다.

3세데 플랫폼의 가장 큰 개선점은 바퀴가 노면에 붙어있도록 하는 능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바퀴가 노면에 붙어 있으면 개발자는 승차감을 부드럽게 하건 단단하게 하건 차가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하기가 수월해진다.

특히 요즘 집중호우로 도로 곳곳이 패인 포트홀이 많았는데, 그곳을 무심히 넘어가도 차체는 큰 충격을 잘 흡수했다. 뛰어난 승차감과 안정성, 노면소음과 진동 걸러내기, 견고하게 연결된 스티어링까지...잠깐 동안의 주행으로는 장점만 느껴졌다.

편안한 시트를 갖춘 넓은 실내는 고속으로 달려도 고요했다. 앞유리와 1열 유리는 이중접합 차음유리로 구성돼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3세대 플랫폼의 견고함과 잘 조율된 흡차음 덕분에 실내는 상당히 조용했다.

차박, 오토캠핑 등 차로 놀러가는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 사람을 11명씩 태우지 않아도, 4인가족이 어디 놀러가 차 안에서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요구하는 시대가 왔다. 커서 부담스럽다면서 폭 2미터, 길이 5미터가 넘는 큰 차들을 사려고 줄을 서고 있다.

크고 사람 많이 탈 수 있고 짐 많이 실리는 카니발은 요즘 유행에 아주 잘 부합하는 차다. 게다가 가족 중심의 자동차 문화가 겹쳐지면서 우리나라의 차 성향이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 12인승, 15인승 하던 ‘봉고차’ 밴이 네 가족 태우고 가면 되니 편안한 미국식 7인승도 인기다. 6명 태우고 경부고속도로 버스차선을 못 들어가도 편하면 장땡이니까.

영국 귀족의 옷을 입고 미국식 영어를 하는 미니밴 카니발. 사진=민준식
영국 귀족의 옷을 입고 미국식 영어를 하는 미니밴 카니발. 사진=민준식

이러한 한국형 패밀리카가 영국 귀족의 옷을 입고 미국식 영어를 하면서 돌아왔다. 상관없다. 아빠의 행복은 함께 탄 가족이 좋아하면 되니까. 된장 뚝배기 긁는 소리의 디젤엔진 말고 미국산 버터처럼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이 차에는 더 잘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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