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티볼리 시승기...팔방미인 돼 가는 소녀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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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티볼리 시승기...팔방미인 돼 가는 소녀가장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9.06.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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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가솔린 1.5터보...163마력, 26.5토크
AISIN 6단 변속기와 함께 탁월한 성능 발휘
주행성능 · 소음 대폭개선, 실내마감 뛰어나

4년 만에 변화한 티볼리는 겉모습보다 속이 많이 달라졌다. 낯 익은 얼굴과 옆태, 뒤태는 디테일만 살짝 바꾼 모양새다.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지도록 디자인됐으며, 지저분한 장식이 많이 사라졌다.

티볼리가 꾀한 변화의 핵심은 심장이다. 힘이 약하고 시끄러워 혹평을 받았던 파워트레인이 새롭게 태어났다. 베리 뉴 티볼리에 새롭게 들어가는 엔진은 쌍용차가 오랜만에 내놓는 완전 신형 엔진이다. 그리고 현대차와 비슷한 ‘GDI'라는 이름을 단 직분사 엔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형 티볼리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 사진: 민준식
신형 티볼리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 사진: 민준식

이 엔진은 5,500rpm에서 163마력, 실용영역인 1,500-4,000rpm에서 26.5kg-m의 고른 토크를 내 꽤 힘차게 1.4톤에 가까운 차체를 끌고 나간다.

시동을 걸자 가솔린엔진 특유의 나긋나긋한 소리가 들려온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 회전수를 올려보니 꽤 거친 소리와 웅웅거리는 부밍음이 약간 들려온다. 진동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은 차가 움직이면서 사라진다. 차의 하부에서 들려오는 노면소음, 창문 근처의 바람소리와 함께 부밍음은 자연스러운 엔진음으로 바뀌어져 불쾌하지 않은 소음으로 다가온다.

실제 소음측정기로 측정한 실내소음도는 준중형 세단 정도의 평범한 수준이다. 회전질감이 부드럽거나 엔진음이 고급스럽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용인할 만한 수준이다. 펀치력도 상당해 엔진이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은 적었다.

큰 단점으로 지적됐던 노면소음도 이제는 용인할만한 수준까지 좋아졌다. 시속 110km로 달릴 때 71데시벨 정도를 유지했는데 이 또한 준중형 세단의 소음도와 비슷하다.

아이신의 6단 변속기는 볼보, 토요타, 포드, 푸조 등 해외 유수의 전륜구동 차량에 쓰이는 제품과 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변속 반응이나 속도는 느긋한 축에 속한다. 빠르고 스포티한 반응보다는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 모양이다.

계기반의 rpm 바늘은 더 느리게 반응한다. 실제 엔진의 회전수를 즉각 보여주지 않고 한박자 늦게 움직인다. 그래서 더 느긋한 느낌이 든다. rpm 바늘이 빠르게 움직이며 변속을 해치우는 다른 브랜드 차들과는 다르다.

풀 디지털 계기판 rpm 게이지의 반응이 무척 느리다. 사진: 민준식
풀 디지털 계기판 rpm 게이지의 반응이 무척 느리다. 사진: 민준식

시속 100km를 달릴 때 순항 rpm은 1,800 근방으로 이 급의 차 치고는 낮은 편이다. 가속성능보다은 연비와 정숙성을 고려한 세팅이다.

가속성능은 국산 중형세단보다 낫다. 출력은 비슷하나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볍고, 1,500rpm에서부터 터지는 강력한 토크 덕에 초반에 치고나가는 기세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고속에서의 가속감은 중형세단과 비슷하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빔(CBTA)의 전륜구동 방식을 쓰는 티볼리의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이다. 단단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댐핑의 길이(스트로크)가 짧다. 토션빔의 비틀림이 강하게 풀리면 댐퍼(쇼크업소버)가 잘 제어하지 못해 살짝 허둥대기도 한다. 토션빔 서스펜션의 특징이다.

스프링과 쇽업소버의 매칭은 잘 되어있어 불필요한 진동이나 여진은 없다. 모노코크 방식의 차체도 단단한 편이라 승차감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현대기아차에도 공급되는 만도의 EPS가 장착된 티볼리의 핸들링도 이제는 많이 개선됐다.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인 노면상황 전달력(피드백)은 여전히 미흡했지만, 구동계의 강성이 높아지면서 불필요한 조타가 필요 없을 만큼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아 고속 안정성이 괜찮았다.

짧은 스트로크의 서스펜션 덕에 고속 코너링에서도 차체의 기울기가 크지 않아 안정적이었다. 넥센 엔프리즈 AH8의 그립도 의외로 좋은 편이다. 이 타이어가 은근히 접지력이 좋아 스포츠카인 벨로스터 1.6T에도 순정타이어로 들어간다.

다만 짧은 회전을 계속 하는 회피기동을 하면 차가 기울면서 비틀렸던 후륜 토션빔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의 응력을 쇼크업소버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살짝 휘청거리는 느낌을 주었다. 흔히 언급됐던 ‘피쉬테일’ 현상에 가까운 것이다.

이 현상을 줄이려면 쇼크업소버를 단단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면 승차감이 크게 나빠진다. 서스펜션을 조율하는 엔지니어들의 고민거리일 것이다. 티볼리에는 승차감을 고려한 조율을 한 것이며, 이런 불안함은 일상주행 상황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외부는 디테일이 바뀌었다. 사진: 민준식
외부는 디테일이 바뀌었다. 사진: 민준식

파워트레인과 함께 크게 달라진 부분은 인테리어다. 실내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고, 마감재의 품질과 만듦새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예전 티볼리는 앉자마자 ‘싼 차’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새로운 티볼리는 모든 것이 고급스럽다. 눈으로 보기에도 그렇고 만져 봐도 그렇다. 세그먼트의 특성상 플라스틱 재질이 많이 쓰였지만 모두 무광으로 마감돼 얼핏 보면 가죽으로 착각할 정도다. 가죽시트도 고급스러움은 물론 몸을 잘 감싸고 받쳐준다.

실내 디자인과 마감이 크게 개선됐다. 사진: 민준식
실내 디자인과 마감이 크게 개선됐다. 사진: 민준식

차를 좀 아는 사람들에게는 예쁜 디자인보다 차의 기본기가 다소 부족한 단점이 더 많이 보였던 티볼리가 완전히 달라졌다. 단점이 거의 다 개선됐기 때문이다. 힘, 마감품질, 실내소음 등이 그렇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진 티볼리는 앞으로 십자포화의 중심에 서게 된다. 현대와 기아에서 이 세그먼트에 각각 새 모델을 출시한다. 르노삼성과 쉐보레도 각각 새 모델을 준비 중이다. 그들은 모두 시장의 강자 티볼리를 겨누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단단히 준비했다.

신형 티볼리는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해 보인다. 사진: 민준식
신형 티볼리는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해 보인다. 사진: 민준식

아직 단점은 있지만 기본기가 크게 개선된 파워트레인과 일취월장한 실내, 그리고 각종 안전장비도 아낌없이 들어간 상품성에 꽤나 착한 가격까지. 베리 뉴 티볼리는 그 십자포화를 견뎌낼 방패는 물론 포화의 원점을 타격할 무기가 많아 보인다. 소녀가장이 팔방미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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