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 한 대한항공 회장 물러난다
상태바
장사 잘 한 대한항공 회장 물러난다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9.03.27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7일 주총서 사내이사 연임 실패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반대표 던져
일가 갑질, 수사 등으로 여론 악화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이 체면을 구겼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신임을 받지 못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주주들은 27일 오전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57회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연임을 부결시켰다.
 
정관에 따르면 주총 참석 주주의 66% 이상이 찬성해야 연임이 가능한데, 이 날 조 회장은 64%의 찬성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 2% 차이로 연임에 실패한 것이다.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전날 오너 일가의 논란이 회사 가치와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반대투표를 권고했고, 외국인과 소액주주 상당수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항공의 지분은 조 회장 지분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및 우호지분이 33.35%, 국민연금 11.56%, 외국인 20.5%, 소액주주 등 나머지가 34.5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조 회장 연임 실패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999년 부친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조양호 회장은 당시 잦은 사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대한항공을 빠르게 정상화시키고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시켰고, 최근 몇 년 간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등 탄탄한 회사로 만든 공이 있다.
 
IOC 위원으로서 평창올림픽 유치와 성공적 개최에 일조한 공도 크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올해 총회 개최를 주도하는 등 다방면의 외교적 성과도 이룬 바 있다.
 
그러나 가족의 갑질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14년 불거진 ‘땅콩회항’ 사건과 지난해 ‘물컵 갑질’ 논란이 일각에서 나돌던 사주 일가의 인성 논란에 불을 지폈고, 대한항공 직원 다수는 그동안 쌓여있던 총수 일가의 행태를 고발하는 폭로를 이어가 일이 커졌다.
 
갑질 논란은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전 이사장의 갑질 폭행사건까지 불거지며 한진가는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등 논란의 중심 속으로 떨어졌다. 이어진 수사와 투서 등으로 총수 일가의 탈세, 배임, 횡력 의혹까지 번지며 조 회장 일가는 검찰에 불려 다니는 신세가 됐다.
 
결국 한진 일가는 경영 역량이 아닌 다른 일로 이미지가 실추돼 경영권에 위협을 받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이날 대한항공의 주가는 전날보다 2.47% 상승한 33,200원에 마감됐다. 오너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데 시장은 이를 반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한항공은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내이사 연임 부결은 그 직의 상실이지 경영권 박탈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조회장과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여전히 33.35%를 차지하고 있고, 후계자인 조원태 사장이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은 많은 공로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난 첫 재벌 총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