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헬멧·뒷좌석안전띠 의무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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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헬멧·뒷좌석안전띠 의무화 논쟁
  • 교통뉴스 김종혁 기자
  • 승인 2018.10.0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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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한 개정이다 VS 보여주기식 탁상 행정일 뿐
 
헬멧 의무화는 이용실태 고려 않은 보여주기식 개정
매순간 헬멧 챙기기 어려워… 도입 취지에도 어긋나
 
자전거 헬멧 의무화 현황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를 내용으로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8일 시행되자 자전거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자전거 이용 문화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자전거 이용인구가 1200만 명을 웃도는 가운데 안전의식은 크게 미흡해 꾸준히 자전거 사고가 증가하는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발의됐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는 14,937건으로 2007년에 비해 71.2%나 증가했다.
 
그 중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5~2016년 자전거 교통사고로 인한 안전모 착용률 및 미착용률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는 89.0%, 중상자는 75.0%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렇듯 헬멧 미착용이 큰 피해를 불러일으키는데다가 실제로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전거의 운전자는 차의 운전자로서 의무를 준수해야 하므로, 헬멧 착용 의무화는 합리적인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자전거 애호가들은 해당 개정안을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으며 반대하고 나섰다. 헬멧 의무화는 자전거 이용 실태를 고려치 않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것이다.
 
헬멧 착용 의무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맨머리 유니언’ 등 10개 단체는 개정안 시행 이튿째인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항의의 뜻으로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자전거로 도로를 주행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그들이 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함’이다. 일상에서 매순간 헬멧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데다 ‘간편함’을 모토로 한 공공자전거의 도입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나라가 드물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영국을 비롯한 주요 유럽국가에서는 자전거 헬멧 착용을 ‘권장사항’ 정도로 여기고 있다. 의무 규정이 있는 국가는 호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미성년자가 적용 대상이다. 자전거 교통분담률이 15% 이상인 일본 역시 13세 미만만 헬멧 착용이 의무다.
 
맨머리 유니언 공미연 활동가는 “자전거 도로 등 제반 여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결국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헬멧 착용을 생활화하고 있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단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는 “법으로 의무화한 마당에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설령 정부 말대로 단속이나 처벌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죄책감을 지우고, 혼란만 가중시켰단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뒷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역시 비슷한 경우다. 이 역시 안전을 이유로 개정됐지만 일반 시민이 매 순간 지키기에는 불편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주로 아이들을 데리고 택시 등 영업용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가 문제로 지적된다.
 
어린 아이들은 안전띠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카시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택시를 이용하는 보호자가 이를 들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새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단속에 나설 경우 영유아를 동반한 보호자의 택시 이용이 어려워질 것이란 불만이 나왔다.
 
당초 택시에 카시트를 설치하는 것은 경찰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밝혔던 경찰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계도기간(10월~12월) 이후에도 현행과 같이 영유아 카시트 미착용 단속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례 모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공론화 작업 없이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치임에도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통과된 개정안에 쏟아지는 비난 여론은 앞으로의 법규 개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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