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의 제왕 랭글러로 오프로드를 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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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의 제왕 랭글러로 오프로드를 범하다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08.25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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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코리아, 11년 만에 바뀐 '올 뉴 랭글러‘ 출시
강원도 평창 흥정계곡에서 발표 및 시승행사 열어
랭글러의 강점은 그대로, 더욱 말끔해진 주행성능
 
FCA 코리아의 파블로 로쏘 대표는 밝은 얼굴로 새 랭글러를 소개했다. 사진: 민준식
 
기자는 오프로드 운전 경험이 거의 없다. 운전에 무모하리만큼 자신감이 넘쳤던 시절, 승용차를 끌고 돌과 흙이 깔린 임도를 들어가 본 경험이 전부다. 그런데 지프를 수입하는 FCA 코리아가 11년 만에 바뀐 ‘올 뉴 랭글러’를 발표하면서 이색 시승행사를 마련했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흥정산. 스노우보더들의 성지인 피닉스파크를 지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돌무더기가 쌓인 계곡과 산길이 나온다. 녹음이 우거진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 하늘이 조막만해 보이는 산골에서 미국의 루비콘 트레일을 누비던 랭글러 루비콘이란 녀석을 타볼 수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가자 거대한 캠핑장이 나오고 그 앞에는 2차대전 전장을 누비던 오리지널 윌리스 지프와 전쟁 후 민수용으로 팔렸던 CJ가 기자단을 맞았다. 그 뒤로 1세대 랭글러부터 최신 모델인 랭글러 JL까지 지프 랭글러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터쇼가 펼쳐졌고, 대형 캠핑장을 연상케 하는 텐트 아래로 프레스센터가 마련됐다.
 
행사장은 역대 지프가 모두 모인 캠핑장 모습이다. 사진: 민준식
 
기자단은 지프에서 제공한 차량을 타고 조금 산 속으로 들어가 돌무더기 계곡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당당한 풍채의 파블로 로쏘 FCA 코리아 사장은 밝은 낯으로 기자들을 맞았고 새 차를 소개했다. 그러자 숲속에서 갑자기 두 대의 랭글러가 나와 계곡물을 헤치고 기자 앞으로 달려나왔다.
 
이 녀석들의 오프로드 실력은 명불허전이다. 사진: 민준식
 
물을 가르며 덜컹덜컹 등장한 랭글러가 기자들이 체험할 진정한 오프로드 경험을 주게 된다.
 
길지 않지만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 시승코스를 운전하며 지프가 주장하는 ‘압도적인’ 4X4 성능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카탈로그와 홍보영상에서 볼 수 있는 유려한 단어와 화려한 장면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지프의 매력 말이다.
 
시승구간 내내 덜컹거렸고 스티어링을 잡은 두 손에는 힘이 들어갔지만 운전 자체는 의외로 편했다. 서스펜션은 적당히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면서 단단하게 버텨 안정감이 있었다.
 
랭글러는 특이하게 전륜, 후륜 모두 일체식 서스펜션을 쓰고 있다. 보통 전륜은 독립 현가장치를 쓰는데 지프는 생각이 다르다. 전 후륜 모두 험로에서 최적의 접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다.
 
한쪽 바퀴가 눌리면 일체식 서스펜션의 반대쪽 바퀴는 아래로 내려온다. 일종의 시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눌린 바퀴는 노면의 튀어나온 부분 위로 지나가 타이어가 눌리고 내려온 바퀴는 노면의 낮은 부분까지 내려가 노면에 밀착된다. 두 바퀴 모두 자연스레 접지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복잡한 전자장치가 없어도 안정적인 접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일체식 차축은 좌우 바퀴가 최대한 노면에 밀착되도록 돕는다. 사진: wranglerhq.com
 
기계적으로 안정적인 접지력을 확보한데다 지프의 ‘독보적인’ 4륜구동 시스템은 물론 안티 스웨이바를 해제하는 기능까지 갖춰 험로 접지력은 그야말로 최고다.
 
안티 스웨이 바는 일명 스테빌라이저, 또는 ‘활대’라고 불리며 자동차의 좌우 서스펜션을 비틀리는 스프링으로 연결해 차체가 기우는 것을 막아주는 필수장치다. 이를 통해 고속 코너링을 할 때 차가 기우는 것을 줄여준다.
 
차가 기우는 것을 막아주는 스웨이 바는 오프로드의 고저차가 큰 도로에서는 한쪽 바퀴를 지면에서 뜨게 할 수도 있다. 지프는 접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적으로 스웨이바가 좌우 바퀴를 잡아주는 것을 해제할 수 있게 해 준다.
 
미국의 루비콘 트레일은 악명 높은 오프로드 코스다. 시승한 랭글러 루비콘이 이를 기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루비콘에 비해 매우 ‘얌전한’ 봉평의 흥정계곡을 지나는 랭글러 루비콘은 한 번도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져 헛돌거나 빠지지 않고 편하게 치고 나갔다.
 
진행을 돕던 한 요원은 이 곳은 튜닝 없이는 들어오기가 쉽지 않은데 랭글러는 순정상태로도 여유있게 주파가 가능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전체 시승구간 중 포장도로는 진입로 부근 뿐이라 일상주행인 온로드 주행성능을 평가하기는 너무 짧았다. 그러나 그 험한 오프로드를 주행 하면서도 실내에서는 잡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고 차체 강성도 빈틈 없었다.
 
그리고 새로 적용된 2리터 터보엔진은 조용하고 매끄럽고 힘이 셌다. 8단 변속기와의 궁합도 잘 맞아 승용 기반인 컴패스보다 더 나은 주행질감이 느껴졌다. 다운사이즈 터보엔진은 272마력의 출력과 40.8kg-m의 강력한 토크를 자랑한다. 같은 사이즈의 다른 다운사이즈 엔진에 비해 힘이 좋은 편이다.
 
파블로 로쏘 FCA 코리아 대표도 새 엔진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 엔진이 지프 엔진 라인업의 주력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6기통 엔진에 비해 출력이 강하고 연비도 훨씬 좋다고 자랑했다.
 
디젤엔진이 추가될 예정인가를 묻는 기자에게 로쏘 대표는 디젤엔진에 대한 규제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비가 좋고 힘이 센 다운사이즈 가솔린 엔진이 지프에겐 어울릴 것이라고 답했다.
 
투박했던 랭글러의 실내공간은 유럽 럭셔리카에서나 보았던 고급 마감재가 빈틈없이 단단히 조립돼 다시 태어났다. 도심에서 우아하게 타면서 인테리어 감성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실내가 좋아졌다. 실내 마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자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랭글러의 실내는 놀라울만큼 고급스럽게 변했다. 사진: 민준식
 
짧은 시승행사를 마치고 FCA 코리아 관계자에게 ‘청탁’을 했다. 좀 더 오래 시승을 해보고 싶으니 시승차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 말이다. 이런 요청을 한 두 곳에서 받은 것이 아닐 것이다. 날짜를 세며 기다려 제대로 타보고 시승기를 쓸 예정이다.
 
버리기 아까울 만큼 잘 만들어진 행사 비표를 가지고 와 색달랐던 이벤트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자신들의 아이콘이라며 자랑하는 지프 랭글러. 그 이름 하나 만으로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러 가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오프로드와 친하지 않은 기자도 혹할 정도면 꽤 매력적인 차다.
 
이 행사 비표는 기자의 소장품이 될 전망이다. 사진: 민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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