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9 실제로 둘러본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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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9 실제로 둘러본 소감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8.03.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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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가 감탄사가 될 날을 기다리며
6년 만에 풀체인지 된 THE K9을 만나보았다.
 
고급 승용차 판매점이 몰려있어 고급차의 메카로 떠오른 강남구 대치동에 새로 마련된 ‘Salon de K9’이란 팬시한 쇼룸에 발을 들이자 베일에 덮힌 큰 덩치의 차 두 대가 서 있었다.
 
 
의례적인 인사말과 자동차 소개가 끝나고 베일을 벗기자 우람한 자태의 검은색과 흰색 K9 두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Gravity of Prestige: 품격의 무게”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필요 없을 만큼 신형 K9의 풍채는 당당했고 선과 면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클래식 재규어의 라인을 닮았고 테일램프에 크롬 테두리장식을 한 것도 어디선가 본 듯하다. 익숙한 호랑이코 그릴에 들어간 패턴은 상당히 독특하다. 전체적으로 익숙한 모양새에 구석구석 독창적인 양념을 친 느낌이다.
 
국내에서 이 급의 차량으로서는 특이하게 7가지 색상을 고를 수 있다. 빛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휘도가 달라지는 하이퍼 실버 계열의 ‘판테라 메탈’, 보랏빛(!)이 도는 ‘딥크로마 블루’ 등 독특한 색상도 여럿 있다.
 
실내 디자인은 발표회장에 나온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홈 시어터에 들어와 모니터를 보는 느낌’을 냈다고 한다. 대시보드는 2단으로 되어있다. 계단 바닥쯤 되는 곳에 무광으로 마감된 나무 장식을 덧대고 그 위로 가죽으로 된 대시보드 상단부가 앞 유리까지 이어진다.
 
 
낮아 보이게 설계돼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대시보드 위로 거대한(음....자동차로서는) 12.3인치의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올라와 있다. 그 밑으로 각종 스위치가 익숙하게 배열돼 있고 재질과 터치감은 매우 고급스럽다.
 
검은색 차에 들어간 검정색 나파가죽은 기존에 현대기아차에서 봐왔던 최고급 가죽과는 사뭇 다르다. 가죽 표면을 마감하는 무두질(태닝) 과정에서 기름 성분을 남겨 은은한 광택이 나도록 했다는 기아차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다. 가죽의 질감이 살짝 광택이 나는 지갑이나 핸드백과 비슷하고 무척 부드러우며 몸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다.
 
아쉽게도 이 가죽은 검은색으로만 볼 수 있고 다른 컬러의 가죽은 기존 나파가죽과 동일하다고 한다. 베이지색, 짙은 밤색, 브라운색도 고를 수 있다. 하위모델에 들어가는 무늬 있는 가죽은 소가죽 윗면을 벗겨낸 가죽에 인위적으로 무늬(패턴)를 넣은 스플릿(독고) 가죽이다. 이 가죽은 한참 아래급인 K3에서도 볼 수 있으나 부드러움과 촉감은 그보다 몇 수 위다.
 
도어패널과 대시보드 등에 얇게 LED 불빛을 넣어 장식을 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운전에 집중하는 기자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장식 뿐으로 여겨졌다. 화려한 불빛이 주의를 빼앗고 특히 밤에 외부를 보는 데 방해가 돼 별로 달갑지 않았다.
 
THE K9에는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이 색의 표준으로 삼는다는 팬톤(Pantone)의 자문을 얻어 만들었다는 다양한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가 들어갔다고 기아차는 자랑했는데, 그 색상의 화려함과 다양함도 좋았지만 불장식의 위치가 운전에 방해를 주지 않는 점이 더 좋았다. 화려한 장식은 해주면서 적당히 아래쪽에 배치됐고 조금 위쪽으로 올라온 조명은 최소화했다.
 
실내등은 고급스러운 백열등 색상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LED다. LED 조명이 들어가면 우윳빛 흰색이거나 차가운 형광등 색이 대부분인데 K9은 LED 색상마저 약간 색을 택했다.
 
누런 백열등 빛을 싫어하는 운전자도 많은데,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실내 조명은 아직도 노란색 백열등 조명을 쓰는 것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풍스러운 나무 장식에 부드러운 가죽과 천으로 된 소파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 조명이 푸른 형광등이면 어울릴 리가 없다.
 
 
THE K9은 길이가 5,120mm, 휠베이스가 3,105mm에 너비가 1,915mm에 달하는 거대한 풀사이즈 세단이다. 그런데 직접 접해본 K9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대시보드 디자인 등을 통해 시원스레 내다보이는 시야와 아늑한 실내 덕분에 직접 운전을 해도 될만큼 날렵해 보였다.
 
실제 크기가 커 운전이 부담스럽다 하더라도, 기본형부터 적용된 드라이브와이즈 기능에 들어간 ADAS 기능을 통해 차선을 유지하고 속도를 줄여주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하면 운전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가격은 예상 외로 공격적으로 책정됐다. 3.8 가솔린 모델이 5천만 원 중반 대에서부터 시작되며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5.0 모델은 9,330만 원이다. 7천만 원대에 370마력의 3.3 터보모델에 일부 호화스러운 마감재를 뺀 트림을 선택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스펙과 실내마감 수준을 보이는 동급 수입차의 가격은 1억 원을 넘어선다.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중형급인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 등을 살 수 있다지만, 엄연히 그들은 한 급 아래의 차다.
 
그러나 급을 넘어서는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생각하면 고급차 시장에서 THE K9의 입지가 얼마나 있을지 알 수 없다. 상품성은 충분히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를 고를 때 스티어링 휠 중앙에 박혀있는 엠블렘의 가치는 차의 완성도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전 국산 고급차는 분명 비싼 소재를 아낌없이 썼고 제원표에 쓰인 ‘스펙’은 꽤 좋았다. 하지만 실제 경험해보면 만족도는 분명 떨어졌고 디자인은 어딘가 허전하고 촌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요즘 국산차는 그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색상의 조합이나 디자인의 완성도가 많이 높아졌고 촌스럽지 않다. 스펙상 출력만큼 체감성능도 향상돼 운전하는 재미도 꽤 있다. 이제 모자란 부분은 브랜드 가치가 될 것이다.
 
THE K9의 KIA 엠블렘이 “Killed In Action(작전 중 사망)”이라는 서양인들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캬~~(KIA)!" 하는 우리말 감탄사가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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