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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보호, 그것이 최선입니까
교통뉴스 김경배 위원 | 승인 2018.03.09 10:12
【 칼 럼 】
 
보행자 보호, 그것이 최선입니까
 
 
최근 정부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추고 노인보호구역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교통안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를 보면, 현재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의 비중이 40%로 가장 높고, 사업용 차량의 사망자 수가 전체 사망자 중 높은 비중(20%)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륜차나 자전거의 교통안전 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 2018. 1. 23. 자 교통안전 종합대책 4쪽>
그리고 전체 보행사망 사고의 52%가 주택가 및 상업지역 주변 보행자 통행이 많은 이면도로에서 발생했고 그 중 62%가 일몰 후에 발생한 사고이며,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위험운전 경험율은 졸음운전 71%, 난폭운전 70%, 신호위반 53%, 휴대전화 사용 73%로, 주로 졸음운전이나 휴대전화 사용 등 주변환경에 대한 주시를 태만히 한 경우에 위험운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보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줄이기 위해서는 보행자 보호를 강화하고 운전자들의 주변환경에 대한 주시 의무, 특히 야간에 보행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발표된 정부 대책을 보면, 횡단보도·교차로에 보행자 우선제도를 도입하고 도심 제한속도를 하향조정 하는 등에 그쳐 위 분석 결과와 그 대책의 연관성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제한속도 하향과 단속 강화 위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러한 대책들이 과연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는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매우 의문이다.
 
특히 “보행자 우선제도”의 경우, 지금도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때’ 자동차 운전자는 일시정지해야 하지만, 막상 도로에 나가보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 중임에도 일시정지 하지 않고 빈공간으로 지나가거나 정지선을 넘어 슬금슬금 밀고 들어오는 운전자들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할 때’에도 일시정지 하도록 법규가 바뀐다고 하여 운전자들이 바뀐 법대로 준수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횡단보도에서의 일시정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캠페인과 계도활동을 통해 보행자 보호에 대한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한 대책들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아직도 운전자들은 “자동차가 보행자보다 우위에 있으니 자동차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보행자가 비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도로교통분야에서도 자동차보다 “보행자”와 “안전”이 우선이라는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운전자가 충돌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자동차가 우회전을 하기 직전 또는 직후에 마주치는 횡단보도이거나 보도와 교통섬을 연결하는 횡단보도인데, 정부 발표를 보면 이에 대한 대책은 “사고 위험이 높은 교차로는 적신호 우회전 금지표지 확대 설치”와 보도와 동일한 높이로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고원식 횡단보도”가 전부이다.
 
대부분 교차로의 가장 우측 차로는 직진과 우회전이 동시에 가능한데 이런 교차로에서는 사실상 직진신호가 들어왔을 때만 우회전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경우 우회전 직후에 나타나는 횡단보도 역시 직진신호로 바뀌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게 된다는 점에서 우회전 차량과 보행자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한 교통섬의 경우 운전자들은 보행자에 대한 주의 없이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서울시와 국민안전처에서는 사고위험이 높은 교통섬을 철거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교통섬이 갖는 문제는 방치한 채 “고원식 횡단보도”라는 임시방편적인 대책만 제시된 것도 문제이다.

“고원식 횡단보도”의 경우 차량의 감속을 유도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운전자들을 일시정지 하도록 하기는 어려우며, 보행자들의 주의마저도 떨어지게 만들어 보행자 사고를 더욱 높일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고원식 횡단보도”는 그 높이가 과속방지턱보다도 더 높게 설치되는 곳이 많은데 이는 차량 파손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우회전 시의 보행자 보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국내 법규에 모호한 부분이 많고 운전자들의 의식도 매우 부족한 실정임을 고려하면, 고원식 횡단보도와 같은 임시방편 책이 아니라 보행자 사고가 많은 교차로에는 우회전 전용차로와 우회전 신호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도 우회전 신호등이 별도로 있음에도 운전자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신호를 위반하여 우회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고 급정지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우회전 신호등의 설치 위치를 운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위치로 바꾸고 우회전 신호위반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단속과 계도를 하여야 한다.
 
도심제한속도 하향의 경우, 국내 주요 대도시들은 왕복 8차로 이상의 대로를 중심으로 교통망이 짜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도심 내 대로들까지 일률적으로 제한속도를 하향하는 것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효과는 거의 없으면서도 도심 내 교통정체만 유발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택가 및 상업지역 이면도로에 대한 제한속도는 하향하되 8차로 이상의 대로 등 원활한 소통이 중시되는 주요 대로들에는 제한속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제한속도대로 주행할 경우 적어도 4~5개 이상의 교차로를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도록 신호등 연동 체계를 정비하는 등 교통안전과 도심 내 교통소통을 함께 고려하는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편, 운전자의 주변환경 주시에 대해서는 위 교통안전 종합 대책에서 “과도한 선팅”을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으면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이나 계도 등의 대책은 찾아볼 수 없고 단지 “합리적인 개선방안 강구” 정도의 조치만 제시된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출처: 2018. 1. 23. 자 교통안전 종합대책 8쪽, 22쪽>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94조 제2항에서는 이미 “자동차의 앞면창유리(승용차의 경우에는 뒷면창유리 포함) 및 운전자좌석 좌우의 창유리 또는 창은 가시광선 투과율이 70퍼센트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자동차를 운행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자동차관리법 제84조 제2항 제13호).

그러나 현실을 보면, 신차 출고 시부터 영업사원이나 선팅 업체들이 과도하게 진한 선팅을 하도록 유도하고, 운전자들도 짙은 선팅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별다른 인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단속 의무가 있는 관계부처들에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다.
 
과도하게 짙은 선팅이 문제되는 것은 운전자의 시야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사고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인데, 실제로 짙게 선팅 된 자동차를 운전해 보면, 시인성에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는 고가의 수입 필름이 장착된 차량이라 하더라도 야간에 시야 확보가 제한되어 주변환경을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도심 내에서 상향등을 점등하고 운전하는 차량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전면과 측후면 선팅이 매우 진하게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이 운전하는 카쉐어링용 차량이나 시승용 차량의 경우에도 법에서 정한 기준을 넘어 진한 선팅이 된 경우를 다수 볼 수 있는데, 이미 대부분의 국민들이 위반하고 있어 사실상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손을 놓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러한 사업용 차량 및 시승용 차량에 대해서만이라도 신차등록 단계 또는 정기검사 단계에서 법 위반 여부를 단속하고 시정을 명령하는 등 순차적으로 운전자들의 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이 시행돼야 한다.
 
최근 불거진 다수의 대형 인명사고로 인해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현 시점에서 제시된 정부의 교통안전 종합 대책은 많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원인 분석 단계에서는 보행자 보호와 운전자들의 주변환경에 대한 주시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임이 드러났음에도 그에 대한 대책이 부실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줄이기 위해서는 대책을 위한 대책, 보고를 위한 대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강상구
(skkang@jehalaw.com)
 
 

교통뉴스 김경배 위원  kbkim@cartv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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