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점보항공기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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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점보항공기의 종말
  • 교통뉴스 김정훈 기자
  • 승인 2018.01.1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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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커(2층) 4발 여객기 애물단지 돼
보잉, 에어버스 등은 쌍발기 개발에 올인
 
에어버스의 초대형 항공기 A380. 사진출처: Air France
 
거의 반세기 전인 1970년, 당시 세계 최대 항공사였던 팬암(PanAM)은 보잉으로부터 최초의 2층 여객기인 보잉 747-100 여객기를 인도받아 상용노선에 투입했다.
 
대한항공이 운용중인 보잉747-400. 사진출처: Airliners.net
 
이후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이 점보 여객기를 사들였고 747은 장거리 여객기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수십대의 747을 운용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에어버스는 21세기에 들어서 ‘하늘을 나는 호텔’, ‘슈퍼점보’ 등의 이름을 붙이며 동체 전체를 2층으로 만든 A380을 선보였다. 현재 세계 최대 항공사인 U.A.E의 에미레이츠 항공이 이 비행기를 100여대 이상 주문해 주력기로 사용하고 있다.
 
에어버스 A380 시험비행 모습. 사진출처: AP/Francois Mori
 
물론 국내에도 16대의 슈퍼점보가 도입돼 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런데 세계 항공산업계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항공노선이 대륙간 큰 도시(허브) 두 개를 연결하는 허브 투 허브(Hub to Hub) 방식이라 큰 비행기가 필요했다. 큰 대도시를 통해 환승을 하면 되므로 중소도시 사람들은 큰 도시로 와 비행기를 갈아타는 방식이었다. 물론 지금도 상당수 항공운항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요즘은 작은 도시를 연결해주는 포인트 투 포인트 (Point to Point) 또는 허브 투 포인트 (Hub to Point) 같은 촘촘한 항공노선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요가 큰 허브도시를 연결할 때도 큰 비행기로 한 번 가는 것 보다는 작은 비행기로 여러 번 왕래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고유가와 환경보존의 압박이 항공계에도 불어닥쳐 자동차처럼 연비가 좋은 항공기를 찾는 항공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보잉이 개발한 777 시리즈는 이런 트렌드 변화를 이끈 기종이다. 보잉 747보다 약간 작고 1층 구조에 엔진은 두 개인 쌍발기로 개발된 777은 747 대비 40% 이상 연비가 좋으면서도 3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우고 태평양을 논스톱으로 횡단할 수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 많은 나라 항공사들로부터 주문이 잇따랐다.
 
터키항공의 보잉777. 사진출처: Airliners.net
 
대한항공은 이 기종으로 기존 747 점보기가 다니던 장거리 노선을 커버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도 장거리노선의 주력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도 에어버스는 허브를 연결하는 대형기의 수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보잉 747보다 더 큰 대형기종인 A380을 내놓게 된다. 출시 후 에미레이츠항공을 비롯 많은 항공사들이 도입해 약 300대를 팔았지만 2014년 이후 주문이 끊긴 상태다.
 
급기야 지난 12일 에어버스는 에미레이츠항공이 더 이상 A380을 주문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잉에서 새로 출시한 787 드림라이너는 중형 장거리 기종의 시대를 연 새로운 비행기다. 최대 250명을 태우고 1만3천 킬로미터를 한번에 날아갈 수 있으면서 연비가 뛰어난 기종이다. 최근의 포인트 연결, 多 스케쥴 화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종이다.
 
대한항공이 운용중인 보잉787-9 드림라이너. 사진출처: 대한항공
 
보잉 747은 2015년 대한항공이 마지막으로 여객기 10대(747-8i)를 인도받은 후 여객기 생산은 멈췄다. 지금은 화물기로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에어버스도 야심작 380을 10년도 안돼 생산 중단할 위기에 몰려있다.
 
양대 항공사는 계속 필요할 350석 이상의 초대형 항공기 시장을 위해 다른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기존 쌍발 항공기의 동체를 늘여 좌석수를 늘리는 것이다.
 
보잉이 777시리즈의 후속작으로 개발 중인 777X 시리즈 중 777-9 기종은 현재 동체연장형인 777-300기종보다도 4-5미터를 더 연장해 50석 이상(이코노미석 기준) 좌석수를 늘릴 것이라고 보잉사는 밝혔다.
 
에어버스도 최근 출시한 A350-900의 동체를 늘린 A350-1000을 곧 인도할 예정이고 한술 더 떠 동체길이를 더욱 늘린 A350-1100 시리즈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동체가 커지면 엔진, 날개 등 다른 부분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에어버스 A350-1000의 동체를 추가로 늘리는 컨셉 디자인. 출처: Flight Global
 
현재 2층짜리 여객기는 대한항공이 보잉747-400 3대, 747-8i 10대, 에어버스 A380 10대 등 23대, 아시아나 항공은 보잉 747-400 3대, 에어버스 A380 6대 등 9대를 투입하고 있다. 그중 보잉747-400 기종은 수년 내 모두 퇴역될 예정이다.
 
한편 두 항공사의 주력 장거리 기종은 모두 쌍발기다. 대한항공은 보잉777을 무려 38대나 운용 중이고 아시아나항공도 777과 350을 합쳐 14대가 장거리 수송을 맡고 있다.
 
아시아나가 도입해 운용중인 에어버스 A350-900. 사진출처: Airliners.net
 
두 항공사 모두 차세대 장거리 기종은 크기가 작은 쌍발 여객기로 바꿀 계획이다. 아시아나는 300-350석 규모의 A350을 30대 주문해 작년부터 4대를 인도받았고 대한항공도 차세대 777X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거대한 엔진 두 대를 장착한 A350 기종이 늘어서 있는 모습. 사진출처: Airbus
 
가까운 일본은 점보기는 모두 퇴역시켰고 그 자리를 수백대의 보잉 777 기종이 차지하고 있다. 점보 항공기를 만든 미국은 현재 보잉 747을 운용하고 있는 항공사가 없다.
 
이렇듯 항공업계도 크고 화려한 것보다는 내실과 효율을 따지는 시대가 왔다. 500명을 태우는 거대한 비행기는 앞으로 구경하기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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