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화재대책, 비상망치 형광기능만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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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화재대책, 비상망치 형광기능만 현실적
  • 교통뉴스
  • 승인 2016.10.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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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파열되는 비상구 창유리는 단 2곳 뿐

출입문이 필요한데 지붕 뚫는 해치도 우스꽝...

국토교통부가 오늘 전세버스 화재사고 재발 방지 대책 시행을 발표했다. 승객 19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지난 13일 오후 10시 11분경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 부근에서 화재가 나 전소된 사망사고 때문이다. 승객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당했다지만 운전기사는 큰 부상 없이 탈출했다.

주 내용은 사업용차량 안전대책 후속 진행상황과 추가조치 발표에 국한돼 있다. 지난 7월 27일 발표한 운전자 연속운전시간 제한과 졸음운전 방지와 AEBS 부가안전장치 의무화에 이 내용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에도 몇 차례 대형 화재사고에도 대책 없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발 빠른 대응이다. 최고속도제한장치 해제에 대한 단속강화 등이 명시된 「사업용 차량 교통안전대책」에 비상망치와 천정 해치를 추가 설치하는 한편 비상구와 안내 방송을 후속조치로 삼았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 언양 구간 전세버스 화재사고에서 지적된 탈출구, 부서지지 않는 대형 2중 접합 안전창유리에 둘러싸인 고급버스에 초점을 맞춘 판단이라 추정된다. 시외·고속버스와 전세버스 사고 대처요령에 비상망치와 소화기 같은 안전장치가 설치된 위치와 사용방법을 알리는 시청각자료 제작과 안내조항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분기부터 30일에서 90일의 사업 일부정지 또는 과징금 1백80만원에 해당하는 위반처벌 기준이 시행되는 여객법 하위법령에 차내 모니터와 방송장치 안내 의무화를 넣은 것이다. 출발 전 안전 관련 안내방송을 의무 이행해야 하는 현 규정에는 소화기와 비상망치 사용법과 위치, 승객 대피 유도 등의 위기 대응요령 안내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와 버스관련 단체들이 운전기사들에게 이같은 안전교육을 시켜야 하고, 소화기를 비롯한 비상탈출용 망치 비치와 사용법 안내 여부점검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이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 좋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까지 남발하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 부분도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비상망치로 부착 가능한 위치마다 추가 설치한다는 것이고 다음은 충격 받으면 작동하지 않는 출입문 비상작동시스템과 출입문을 늘리기 보다는 훨씬 손쉬운 지붕을 여는 비상해치를 꼽게 된다.

어두운 곳에서도 비상망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형광, 즉 발광테이프 부착 등의 행정지도는 현실적인 대처방법이겠지만 공간 마다 탈출용 망치를 설치한다는 것은 비현실적 논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뾰쪽한 충격에 파열될 수 있는 비상 강화 창유리는 단 두 곳에만 설치돼 있고, 따라서 망치가 아무리 많더라도 터뜨리고 탈출할 곳은 앞 뒤 두 군데로 한정돼 미관만 해칠 뿐 딱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비상망치 구비여부 철저 확인 또한 자동차검사 때만 잠시 빌린다면 이 역시 허점이라는 얘기가 된다. 국제기준과 유사 수준이라는 비상구 관련 자동차안전기준에 옛날 버스에나 있던 환기구 모양의 해치를 추가한다는 생각도 단 ‘하나’만 알 뿐 ‘둘’을 모르는 급급한 근시안 같아 애석할 따름이다.

이와 유사한 화재사고가 몇 건 있었지만 이런 황당한 대책이 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더 그렇다. 2000년 7월 14일 오후 2시 45분경 부산방향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된 사고로 18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당했는데 여기서도 화재사고가 가장 큰 피해를 불렀기 때문이다.

당시 김천시 영동군 경계지점 사고로 승용차에 불이 났고 이 불길은 곧바로 엉겨 있던 버스 2대와 승용차 3대, 트럭 1대를 순식간에 전소시켰다. 추락한 버스에 탔던 부일외고 학생들은 깨진 유리창으로 탈출할 수 있어 사망 피해는 없었지만 18명 사망자 가운데 14명은 이 대형화재 참사로 희생됐다. 양방향이 20km 이상을 정체로 몰고 간 이 사고는 경부고속도로 역사상 최초로 기록됐고 국토교통부도 이런 위험성 때문에 비상 탈출용 「비상해치」 설치를 의무화한 것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법제처 심사가 끝나는 연말 시행예정인 자동차안전기준 개정에 이를 포함시켰다고 본다.

하지만 30인승 미만 1개, 30인승 이상 2개설치 규정은 시대에 역행하는 천정개폐는 복고 풍으로 돌아간다는 상상을 앞서게 할 뿐이다. 차라리 승차정원 16인 이상 자동차는 차체 좌측 후미나 뒷면에 폭 40㎝, 높이 120㎝ 이상 크기의 비상구 창유리를 비상망치 4개 증설처럼 2개의 강화 창유리로 늘려, 대체하는 편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사용방법 숙지 같은 안전의식 만으로도 현행 자동차 안전기준 비상구도 부족하지 않지만 더 필요하다면 출입문을 추가하는 대책이 더 옳다는 거다. 출입문을 하나 밖에 만들 수 없는 관광버스와 고속버스 단점 보완이 어렵다면 KTX 창유리 처럼 안쪽에서 힘을 가하면 바깥으로 탈착되는 해치 창문설치가 더 고급스럽고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끝으로 1973년 발생된 영동 열차 폭발사고로 시작된 소화기도 더 이상 형식적 비치물이 돼선 안 된다. 소화기 필요성을 깨달은 치안국이 교통부와 관계기관 건의로 비치되고 있지만 유류를 싣고 다니는 자동차 진화에는 역부족인 현실 때문이다.

2016년 10월 16일

 

교통뉴스 / TBN 한국교통방송 김 경 배 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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