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아파트 단지 내 안전 속도는?

도로교통법 적용 안 받는 안전 사각지대 어린이 안전을 위해 최대한 천천히 운전

2020-05-11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아파트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대표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아파트 교통사고 원인의 99%가 과속 때문이며 저행 운전 실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아파트 내에서의 안전의식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30년 전 필자가 초보운전 시절 사람과 부딪치는 교통사고가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걷는 속도로 천천히 가고 있었고 주차장에서는 아이들이 밀치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을 확인하고 천천히 옆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쿵’소리가 났다. 아이 하나가 뒤로 밀리면서 넘어지다가 필자가 몰던 차 트렁크 부위를 팔꿈치로 치면서 튕겨나간 것이다.

그 어린이는 곧바로 일어나 쏜살같이 집 안으로 도망쳤다. 차를 부순 것 때문에 혼날까봐 도망쳤다고 나중에 말했다. 그러나 달리던 차에 치었으니 가해자는 필자. 그날 경찰조사는 물론 엑스레이 촬영 등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사고를 조사한 경찰관은 천천히 갔기에 큰 부상을 막았다고 했다.

다 지나간 차 꽁무니에 아이가 넘어져 부딪친 사고였지만 이 일을 계기로 골목길이나 차량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는 무조건 사람이 걷거나 살짝 뛰는 정도의 속도로 운전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자동차시민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립,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거주 가구 비율이 높고, 차단기가 있는 아파트 단지 통행로는 도로교통법에서 도로로 인정되지 않아 피해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법률·안전 사각지대에 해당된다고 한다.

자동차시민연합은 국민 설문조사 결과 아파트 단지 내 보행 안전에 대해 69.3%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배달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보행로를 넘나드는 배달 오토바이에 위협을 느끼는 주민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람과 차가 함께 다니는 길에서 운전자가 취해야 할 기본자세는 서행운전이다. 여기서 서행운전이란 사람이 다니는 속도를 뜻한다. 일반인이 달리는 속도는 시속 10km 내외다. 그 이하로 달리면 충돌사고가 날 확률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차량이 빼곡히 주차된 주차장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차량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이를 피하려면 천천히 달리는 방법뿐이다. 민식이법을 만들게 된 피해자 어린이가 당한 교통사고는 불법주차된 차량 사이로 튀어나오는 피해자를 시속 20여 킬로미터로 달리던 운전자가 보지 못해 일어났다.

빼곡히

사람의 반응속도는 차이가 나지만 아무리 반응이 빨라도 속도가 빠른 상태에서 갑자기 뛰어들면 피하기 어렵다. 30년 전 필자의 사고처럼 지나가고 나서 넘어져 부딪치면 불가항력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무조건 시속 10킬로미터 이하로 주행해야 한다.

최근 아파트 1층 출입구와 연결된 정원은 차가 다닐 수 없도록 설계된 곳이 많다. 그러나 이 곳을 배달 오토바이는 뚫고 들어와 질주하고 다녀 주민들과 마찰이 잦다. 단지를 관리하는 관리업체는 출입을 철저히 막고, 배달원들은 기본적인 안전의식을 갖춰야 한다.

요즘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아파트 단지 내 도로도 일반도로처럼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음주와 뺑소니는 단지 내 도로에서도 처벌대상이 되도록 법이 개정됐다.

자동차는 1톤이 넘는 쇳덩이가 눈 깜빡하는 사이에 40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움직이는 흉기다. 이 위험한 물건을 제어하는 운전자는 고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곳곳에서 자동차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안전이 먼저다. 골목길과 단지 내 도로에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운전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