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0 전동화 모델 시승기...전기차 아닌 것 같은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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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0 전동화 모델 시승기...전기차 아닌 것 같은 전기차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1.07.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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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데 경쾌하고 조용한데 소리가 들리는 차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을 시승했다. 사진=민준식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을 시승했다. 사진=민준식

제네시스 브랜드에는 친환경차가 아직 없다. 렉서스는 국내 판매모델은 거의 하이브리드로 팔고 있고, 볼보도 최소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독일 삼사 또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비롯, 연비 좋고 친환경이라는 신차를 내놓고 있는데 제네시스는 아직이다.

그런 제네시스가 대답을 내놓았다. 순수 전기차가 브랜드의 첫 친환경차라고 말했다. 그 전기차는 기름을 아주 많이 먹는 세단 G80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파생모델이다.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는 구조가 좀 다르다. 무게가 300kg이 넘는 거대한 배터리팩이 필요한 전기차는 바닥 구조를 따로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G80 세단은 커다란 6기통 엔진이 달린 전형적인 내연기관 차량이다. 바닥은 얇은 철판으로 돼있고, 가운데에 동력을 뒷바퀴로 보내는 축과 배기구가 지나간다.

이 공간에 제네시스는 배터리를 넓적하게 펴서 달았다. 용량도 작지 않다. 무게 300kg, 거의 90kWh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를 바닥에 구겨 넣었다. 까다로운 국내 인증 주행거리도 427km에 달한다.

전동화 G80에 오르면 바로 느껴지는 부분이 바닥 전체가 솟아오른 느낌이다. 일단 운전석 자체가 높다. 가솔린 모델은 거의 바닥까지 의자를 낮출 수 있었고, 벨트라인에 파묻히는 아늑한 드라이빙 포지션이 가능했는데, 전동화 모델은 시트를 높인 느낌이 들었다. 앉은키가 큰 기자는 이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바닥 전체가 배터리 때문에 솟아올라와 착좌감이 불편해졌다. 사진=민준식

뒷자리도 발 놓는 공간이 솟아 올라왔다. 시트가 높아 허벅지를 시트에 편하게 놓을 수 있는 소파같은 의자였는데, 방석이 낮아지면서 허벅지와 무릎이 뜬다. 다리가 긴 서양인들은 많이 불편하다고 느낄 만 하겠다.

엔진이 없는 실내는 고요함 그 차체다. 부드럽고 조용하다고 극찬을 받았던 제네시스의 3.5리터 6기통 엔진이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바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두 개의 모터가 네 바퀴를 굴리는 파워트레인은 모터가 차를 추진해 준다는 느낌보다는 무언가에 끌려간다는 느낌을 줬다. 그만큼 소리가 없었다는 뜻이다.

너무 조용하다보니 오히려 바퀴 소리와 바람소리가 더 똑똑히 들렸다. 진일보한 능동형 소음저감장치를 적용해 스피커를 통한 역위상 사운드로 실내소음을 줄였다는 첨단기술도 사람의 귀와 몸이 느끼는 소음을 없애지는 못했다.

급가속 영상을 보면 비상등 작동하는 똑딱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실내는 정적에 휩싸여 있다는 뜻이다.

2.3톤의 차체에 370마력의 듀얼모터는 70kg-m가 넘는 토크 덕분에 시속 100km까지 5초 이내에 가뿐히 주파할 수 있다. 진짜 달리기 실력인 제로160도 12초에 끊는다. 한 마디로 무지 빠르다.

와인딩 로드에서의 실력도 출중했다. 2.3톤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몸놀림은 기민했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의 서스펜션 움직임이 매우 좋았다. 승차감을 잃지 않으면서 큰 덩치를 잘 컨트롤 했다.

예전에 독자가 제공한 포르쉐 타이칸 터보를 마음껏 잡아 돌리던 와인딩 구간에서도 별로 꿀리지 않는 실력을 보였다. 다만 타이칸 터보가 가능했던 속도로 코너를 진입하면 한계를 넘어서면서 무너지는 모습도 보였다.

노멀 모드에서는 다소 꿀렁이는 서스펜션이 스포츠 모드에서는 단단해진다. 하지만 스포츠 세단의 단단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일상 주행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안락함과 스포츠 주행의 다이내믹함을 겸비한 이상적인 세팅이다. 그래서 시승 내내 스포츠 모드로 주행할 수밖에 없었다.


와인딩 구간에서는 안정적인 주행감을 뽐냈다. 슈퍼 전기차 타이칸을 능가하는 수준은 물론 아니다. 사진=민준식

바닥이 올라와 좁아진 실내는 기존 G80의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짙은 남색의 상단부와 밝은 아이보리색의 하단부, 시트 사이에 차가운 금속과 신소재 재활용 우드 장식이 자리하면서 강렬한 대비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화사한 느낌의 흰색 시트는 부드러운 나파 가죽이다. 친환경 소재로 가죽을 부드럽게 가공하고 염색을 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쓰기 편한 인터페이스는 G80 세단의 큰 장점이다. 사진=민준식

3D 입체 효과가 있는 디지털 계기반 클러스터는 왼쪽 속도계, 오른쪽은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파워 배분과 회생제동을 보여주는 게이지로 꾸며졌다. 제네시스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반자율주행 보조기능도 똑똑하게 일을 잘 했다. 와인딩 구간에서의 달리기 실력 만큼이나 크루징 실력도 발군이었다.

전동화 G80 세단은 비싼 차다. 시작 가격이 8,281만원에 달한다. 고급 재료가 들어간 시그니처 디자인, 다양한 선호사양이 들어간 파퓰러 패키지 등을 선택하면 값은 9천만원이 넘게 된다. 600만원 정도의 정부 보조금은 받을 수 없게 된다.

1억에 육박하는 찻값은 일반 소비자들이 선뜻 지르기엔 부담이 가는 가격대다. 브랜드 가치, 하차감, 남들과는 다른 뭔가를 과시하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도 국산 제네시스 세단에 돈 1억을 쾌척하는 데에는 주저하게 될 것이다.

이 차의 주된 고객은 법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무용차로는 제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족스러운 성능, 안락함, 고급스러움을 모두 갖추고도 유지비를 지원해줘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충전비가 싼 전기차가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친환경 이미지는 기업이나 소속단체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

차를 좋아하는 기자의 지름신(구매욕구)를 자극하기에는 모자란 부분이 분명 보였다. 특히 독일 포르쉐가 만든 타이칸이라는 탁월한 전기차를 맛 본 사람에게는 전기모터를 구겨 넣은 G80 세단은 조용하고 잘 달리는 또 하나의 전기차일 뿐이다. 전기차도 매운 맛이 좋다. ‘Electrified’라는 어려운 이름을 붙인 G80 전기차는 너무 순한 맛이었다.

[교통뉴스=민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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