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애플카를 현대기아가?...루머가 쑤셔놓은 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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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애플카를 현대기아가?...루머가 쑤셔놓은 벌집
  • 교통뉴스 데스크
  • 승인 2021.02.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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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 여부도 분명치 않은 애플카 만들기에 시끄러운 업계
애플과 현대차그룹이 협업한다는 루머에 업계가 뜨겁다. 사진편집=민준식
애플과 현대차그룹이 협업한다는 루머에 업계가 뜨겁다. 사진편집=민준식

지구의 절반 이상을 지배한다고 할 수 있는 애플이 또 화제다. 애플이 전기로 가는 자율주행차를 만든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올해 초부터는 이를 위탁생산할 파트너를 찾는다는 뉴스가 나왔다.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창조한 애플은 아이폰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칩셋부터 디스플레이까지 모두 직접 설계하긴 했지만, 정작 만드는 곳은 싼 인건비로 생산단가가 낮은 중국에서 공장을 돌리는 대만의 폭스콘 외 몇몇 업체다.

아무리 전기차가 부품 수가 줄어든다 해도 자동차 생산공장을 만들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아이디어로 설계하고 생태계를 만들어 유저들을 종속시키며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 애플은 자기 손에 흙탕물을 묻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동차 또한 궂은 일을 직접 할 리가 없다.

애플이 자동차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면 당연 검증된 메이커를 찾아 나서고 있을 것이다. 복잡한 개발과정은 어차피 꼭꼭 숨기기 잘하는 애플의 실력을 감안한다면 어디까지 왔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만약 개발이 어느 정도 됐다면 지금쯤 하드웨어를 대고 차를 조립할 업체를 찾고 있을 것이다.

애플이 테슬라처럼 수십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럴리도 없다. 그래서 나온 소식이 어느 어느 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

이후 현대차와의 협업 얘기가 나왔다. 비교적 신생업체면서 슈퍼갑 애플의 말을 잘 들을 것 같고, 요즘 차 만들기 실력으로 꽤나 인정받고 있으며, 플랫폼 개발 등 기본기가 꽤 잘 갖춰진 업체 중 하나가 현대자동차그룹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E-GMP라는 전용 플랫폼을 발표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십 종의 새 전기차를 현대, 기아, 제네시스를 통해 내놓겠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에 전용 전기차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GMP.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GMP. 사진=현대차그룹

전기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글로벌 업체는 많다. 폭스바겐도 현대차와 비슷하게 글로벌 아키텍처를 발표하고 수십 종의 전기차를 내놓는다. 포드와 GM도 전용 플랫폼을 발표했다. 닛산은 예전부터 전기차 리프를 팔고 있었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를 가지고 칼을 갈고 있다.

토요타와 파나소닉이 공동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사진=토요타
토요타와 파나소닉이 공동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사진=토요타

애플 입장에서는 현대보다 덩치가 크고 말을 잘 안 들을 것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거인들 보다는 신선한 뉴비(Newbie:신참)인 현대를 더 나은 상대로 꼽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국내 경제지들이 일제히 단독을 외치며 뉴스를 쏟아냈고, 현대차그룹은 공시를 통해 ‘여러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며 애둘러 부인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맞다’라는 뜻으로 해석한 모양새다. 해외 언론도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더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덩치가 커서 애플과 협업이 어렵고, 미국 조지아에 생산공장을 갖춘 기아와 위탁생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 조지아에 위치한 기아 공장이 애플카 생산공장으로 쓰인다는 설이 돌았다. 사진=기아
미국 조지아에 위치한 기아 공장이 애플카 생산공장으로 쓰인다는 설이 돌았다. 사진=기아

기아는 그 뉴스 이후 주가가 더욱 솟구치며 60% 이상 올랐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자동차 업계 잘 모르는 투자자들까지 대거 몰리면서 투전판 분위기까지 갔다.

지난 주말 미국서는 애플이 판을 깼다는 뉴스가 나왔다. 실제 물건이 나오기 전까지 철저하게 그 사실을 숨기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는 애플이 각종 루머가 돌자 발끈하며 협상을 잠정 중단했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는 8일 공시를 내고 애플과의 협상설을 공식 부인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라는 공시를 냈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6.21%, 기아 주가는 14.98% 하락했다.

결국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에 수조 원의 돈이 몰렸고, 공식 입장발표는 ‘결정된 것은 없다’와 ‘진행 안 하고 있다’였다. 비밀주의를 표방하는 애플은 물론 메가톤급 파장을 낳을 수 있는 큰 뉴스에 대해 현대차그룹도 비밀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한 달 전 ‘여러 업체의 제안이 있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제안이 있었다’는 것만 부각시켜 군불을 땐 것은 분명 성급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일부 언론의 한 쪽 해석에 불타오른 셈이다. 한 언론보도 제목을 보면 “애플카 믿고 투자했는데...1.8조 베팅한 개미들 어쩌나”라는 ‘팝콘 먹는 소리’가 나왔다.

자동차 개발과정은 길고 어렵고 복잡하다. 사진=현대자동차
자동차 개발과정은 길고 어렵고 복잡하다. 사진=현대자동차

자동차 하나를 만들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 그리고 돈이 필요하다. 완전히 새로운 차량을 출시하려면 새로운 지금 개발에 착수해도 최소 5년은 필요하다. 개발을 완료하고 테스트를 거친 후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하는 기본적인 과정만 해도 그렇다.

장밋빛 전망이 난무하면서 2024년 신차를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를 보았을 때 이 ‘썰’이 자동차 개발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풀어낸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더러운 것에 파리가 모이는 모양과 다름없다.

현대차그룹이 애플의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실 지금 브랜드 전용 모델 개발하고 생산 준비하는 것만해도 벅차보인다. 당장 며칠 전 공개된다고 ‘썰’이 돌았던 현대의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도 언제 나올지 모른다.

폭스바겐은 전용 플랫폼을 쓴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납기를 제대로 못 맞춰 욕을 먹었다. 전기차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통합, 생산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이 와중에 남이 만든 전기차를 만들 수 있을까?

보다 냉정해야 한다. 신차 개발은 회사 사람 몇몇이 만나서 머리 맞대고 논의하고 결정 내려 악수하고 사인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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