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위기의 쌍용차, 출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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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위기의 쌍용차, 출구는 어디에?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1.02.05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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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갈래 출구는 있지만 험난한 길 될 것
쌍용자동차가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의 주인인 마힌드라와 잠재적 투자자 미국 HAAH와의 매각협상이 결려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벼랑 끝에 몰린 쌍용차가 P플랜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P플랜이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채권자의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자발적 구조조정을 할 것이니 부도를 내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현 상황은 매우 어렵다. 매각협상이 결렬됐다고 알려지면서 일부 부품업체는 부품공급을 거부해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추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직원들 급여도 두 달은 절반만 주기로 했다. 노조도 이를 수용하고 희생할테니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잠재적 투자자인 HAAH는 쌍용차에 2천8백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면서 여기에 상응하는 산업은행의 지원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예전에 마힌드라는 쌍용차 정상화에 5천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HAAH는 필요하다는 5천억원의 일부를 산은이 지원해 달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쌍용차를 인수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포기한 모양새다. 더 이상 물 붓기는 못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돈을 대고 플랫폼과 생산 노하우를 가진 쌍용차에서 많은 것을 배워갔지만 이제는 그 값을 다 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마힌드라가 빠지면서 쌍용차와 채권단은 마힌드라 지분을 없애버리는 감자를 할 예정이다.

쌍용차가 지금 처한 가장 큰 문제점은 한계에 다다른 기술력과 상품성이라 해도 될 것이다. 빠르게 바뀌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현 상황에 아직도 20년 전 설계의 플랫폼과 기술이 대부분인 것이 문제다. 새로 나오는 신차들도 경쟁사에 비하면 분명 오래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확실한 회생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투자자를 유치하고, 사업계획이 타당성을 인정받을 경우에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데, 최근 10년 간 누적 적자가 1조원이 넘는 회사에 돈만 넣는다고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산업은행 최대현 선임부행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투자자가 미래사업 비전을 가지고 설비투자에 나서야만 하고, 이런 부분 없이 산은이 자금을 지원할 경우 많은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잠재적 투자자로 알려진 중국 체리자동차의 자회사인 미국 자동차 판매법인 HAAH의 자금조달 능력이나 사업추진 능력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의 연간 매출액은 우리 돈 220억원 수준의 중소기업이다.

열쇠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지원을 하지 않으면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대량실직 사태는 물론, 최악의 경우 회사를 청산하는 사태까지 맞을 수 있다.

쌍용차 협력업체와 노조는 도와달라고 나서고 있다. 협력업체는 P플랜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노조도 협력업체에 먼저 돈을 풀도록 자신들 임금 절반을 2개월 동안 나중에 받겠다고 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11년간 분규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는 상생 노력을 보였다.

가혹한 얘기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쌍용차가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지금의 상품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면서 최대한 슬림한 조직을 운영한다면 생존의 희망을 가질 수도 있어 보인다.

국내시장에서 쌍용차의 이미지는 트로트 가요와 비슷하다. 최신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20세기 초반 일본가요 엔카와 맥락을 같이 하는 이 오랜 장르가 요즘 다시 뜨고 있다. TV에서 경연 프로그램을 내면서 새로운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판매도 이런 마케팅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최신 기술은 아니지만 친숙하면서 요즘 기술의 맛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새로움과 함께 품질이 좋으면 팔아볼 수 있다. 국내시장에서 아직도 쌍용차를 찾는 고객이 많은 이유다.

그리고 생존전략의 정점은 미미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최신기술로는 안 된다. 어차피 트럭 기반의 올드 플랫폼이면 올드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최신 기술로 포장해서 파는 것이다.

포드가 부활시킨 브롱코가 이에 해당한다. 별로 비싸지 않은 중형 픽업트럭 레인저를 가지고 새롭게 포장해서 내놓았더니 반응이 뜨겁다. 프레임바디 기반의 차량은 기본 뼈대만 튼튼하면 비싸지 않게 신차 개발이 가능하다.

미국 브랜드의 차량을 위탁생산해 아시아 지역에 공급하는 것도 노려봄직하다. 쌍용차의 트럭 기반 차량 생산 능력은 뛰어나다. 조립품질도 미국산 트럭보다 낫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좋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이미지는 동남아나 중국산에 비해 더 낫다.

행복회로를 돌려보았지만 녹록해 보이지 않다. 10년 동안 돈을 까먹었고, 경쟁에서는 뒤처지고 있으며, 이제는 부품을 못 구해 차 만드는 것도 어려워졌다. 소비자들은 냉정하다. 물건이 없으면 다른 가게로 간다. 그리고 다른 가게가 너무나 많다.

회사와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해볼테니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고 있지만 돈 세는 일 잘 하는 산업은행은 자기 돈이 많이 물리지 않은 쌍용차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쌍용차가 무너지면 지역경제와 자동차 부품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쌍용차의 미래 항로는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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