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칼럼] 논란의 재귀반사식 번호판,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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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칼럼] 논란의 재귀반사식 번호판, 어디로 가나
  • 교통뉴스 김필수 교수
  • 승인 2021.01.1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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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필 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새롭게 도입되 재귀반사판 번호판이 성능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민준식
새롭게 도입되 재귀반사판 번호판이 성능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민준식

자동차 번호판은 자신의 신분을 남들에게 확실하게 알려 떳떳하고 문제가 없다는 하나의 시그널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정상적인 번호판이어야 하고 잘 보여야 한다. 다른 국가에서는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으면 엄히 단속하고 벌칙도 강하다.

국내의 경우 여러 번 번호판이 바뀌면서 길거리에는 다양한 번호판이 수놓고 있다. 예전 녹색바탕으로 되어 있어서 보기에 촌스럽다던 번호판이 국민 여론을 수렴해 등장한 번호판이 바로 흰색 바탕에 검정색 글씨로 되어 있는 현재의 번호판이다.

그러나 페인트 방식인 이 번호판은 야간에 잘 보이지 않아서 실효성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야간에는 번호판등이 켜져 있어도 잘 보이지가 않아서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판을 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리고 고속도로 등에서 돌 등이 튀어 페인트 면이 벗겨지는 등 각종 문제가 노출되기도 하였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반사율을 높인 번호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재귀반사식 번호판이다. 이미 전기차 등의 무공해차에는 푸른색 바탕의 야광 번호판이 도입됐고, 일반 차량에도 흰 바탕에 야간 인식률이 높고 푸른색의 국가 문양도 옆에 입혀서 미려하게 만든 번호판이 도입됐다. 다양성 측면에서 소비자가 고를 수 있게 만들어 반응도 좋았다.

그런데 여기서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 밤에 잘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이거 반사번호판 맞아?”라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유럽과 같은 번호판 반사율인 휘도가 40cd 정도가 아닌 3~12cd가 책정한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휘도가 40cd인 유럽의 경우 반사율이 워낙 높아서 야간에도 잘 보이고 주간에도 인식율이 높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존 페인트식과 다름이 없다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낮게 휘도를 한 이유는 휘도가 12cd 이상인 경우 반사율이 높아서 무인단속기 카메라가 인식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3cd 이상으로 책정한 부분은 주변에서 납득이 어렵다고 불평이 나오고 있다. 휘도 3cd면 기존 페인트식과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낮게 휘도를 책정하면 고가의 재귀반사식 번호판을 도입하는 의미가 희석되고 외부 인식률도 당연히 떨어지며, 특히 중국 등 저가의 재귀반사 필름을 수입하여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입증되었다면 최소 휘도 12cd로 고정하여 사용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하고 있다. 휘도를 높게 한 번호판의 경우 상황에 따라 무인단속기의 인식이 안 된다는 유뷰브 영상이 발표되면서 이를 언급한 유명 유튜버를 검찰에 고발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연히 의심이 가는 문제제기를 하고 당국인 국토교통부의 조사와 개선을 요구하는 영상이건만 이를 고깝게 여겨 고발조치한 것이다. 일종의 입막음과 같은 매우 나쁜 행태라 할 수 있다. 국가에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 개선을 요구하는 사례를 국가 중앙조직이 개인을 상대로 고발조치를 한 부분은 인정할 수 없는 행위라 비난하고 싶다.

그 이후 국내 한 방송사에서 실제 실태조사를 해보니 재귀반사식 번호판의 경우 서울 시내 임의의 3군데의 무인단속기 시험에서 페인트식은 모두가 단속되는 반면에 같은 조건에서 재귀반사식 번호판의 경우는 한 한건도 찍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당국은 고발을 취하하지 않아 그 유튜버는 검찰 조사를 받기도 하였다. 심각하게 개인의 자유를 얽매이게 하는 나쁜 사례라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가 있으면 솔직하게 밝히고 개선하면 될 것을 숨기고 엉뚱하게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전가 행위는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한다. 그것도 국토교통부라는 중앙정부 당국이 그랬다.

아쉬운 부분은 이러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재귀반사식 번호판의 문제점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두 매스컴을 제외하고는 그 심각성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입막음인지 모르지만 매우 아쉬운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번호판은 다른 문제와 달리 교통안전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로 확장되는 폭발성을 안고 있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재귀반사식 번호판에 문제가 있는지 실태 확인을 더 하고, 현재의 휘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확실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슬쩍 개인을 상대로 재갈을 물리지 말고 확실하게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문제가 확인되면 고발한 개인 유튜버에 대한 사과와 손해배상도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중앙부서로서의 역할을 부여한 것은 국민 개인을 상대로 권력을 휘두르라고 준 것이 아닌, 제대로 역할을 하여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뜻으로 부여한 권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재귀반사식 번호판에 대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제대로 된 조치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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