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기습 폭설로 마비된 수도권 도로망,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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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기습 폭설로 마비된 수도권 도로망, 해결책은?
  • 교통뉴스 데스크
  • 승인 2021.01.0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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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이 불가능해진 차들이 길 막아...월동준비는 해마다
눈길 취약한 뒷바퀴굴림과 사계절,마모타이어 대형스키
승차감 고속주행자랑 유럽 수입명차도 헛바퀴만 돌린다
6일 내린 눈으로 수도권 일대 도로가 난장판이 됐다. 독자제보사진. 편집=민준식
6일 내린 눈으로 수도권 일대 도로가 난장판이 됐다. 독자제보사진. 편집=민준식

6일 저녁 서울시내와 수도권 일대에 기습 폭설이 내리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적설량도 10cm를 넘었고, 기온도 많이 떨어져 눈이 녹지 않고 쌓이거나 얼어붙었다. 도로는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량들로 뒤엉켰고 일부 도로는 차들이 움직이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평소 30분 걸리는 길을 몇 시간 걸려 간신히 귀가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었다. 다음날 각 지자체들은 눈을 열심히 치웠다는 보도자료를 사진과 함께 일제히 배포했다.

수도권 지자체 공무원들이 제설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군포시
수도권 지자체 공무원들이 제설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군포시

겨울철 눈이 조금만 쌓이면 난리가 나는 우리나라 도로. 이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길가에 주행을 포기하고 버려진 차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눈이 많이 와 길이 미끄러우면 먼저 택배용으로 많이 쓰이는 소형 화물차들이 맥을 못 춘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을 만나면 차를 밀어주는 구동바퀴가 사정없이 헛돌면서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내리막길에서도 바퀴가 미끄러지면서 속도를 줄이지 못한다. 우리나라 화물차나 밴 차량의 거의 대부분이 후륜구동 방식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엔진과 객실이 앞에 몰려있는 국산 소형 화물차 포터는 눈길에 취약하다. 사진=현대자동차
엔진과 객실이 앞에 몰려있는 국산 소형 화물차 포터는 눈길에 취약하다. 사진=현대자동차

후륜구동 방식은 눈길에 매우 취약하다. 뒷바퀴가 차를 구동하는데 무게가 나가는 엔진과 승객공간은 앞바퀴 위에 있다. 이런 차체구조는 뒷바퀴를 눌러주는 힘이 부족해 구동바퀴의 접지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길이 미끄러우면 헛돌게 되는데, 뒷바퀴가 헛돌면 차를 제어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눈 오는 날 화물차 이상으로 운행을 포기하고 버려지는 차가 또 있다. 고가의 유럽산 수입차들이다. 이들 역시 뒷바퀴를 굴리는 후륜구동 기반이라 트럭과 마찬가지로 눈길에서 무척 약하다. 게다가 바퀴가 커다랗고 타이어 홈이 적은 여름용 타이어를 장착한 차가 많아 더욱 취약하다.

눈길에서 고가의 수입차들도 맥을 못 춘다.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편집=민준식
눈길에서 고가의 수입차들도 맥을 못 춘다.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편집=민준식

그래서 요즘 고급 수입차들은 4륜구동을 장착한 차들이 많다. 4륜구동차는 네 바퀴에 구동력이 배분되기 때문에 앞바퀴 굴림이나 뒷바퀴 굴림 차량에 비해 접지력은 유리하다. 그러나 이 차량들도 고성능 여름 타이어가 장착되면 눈길에선 무용지물이다. 여름용 타이어는 홈이 적고 단면이 넓어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썰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윤석 자동차 컬럼니스트는 “겨울 눈길 빙판길에 가장 무서운 차는 썸머타이어를 장착한 4륜구동차”라면서, “4륜구동으로 일단 출발을 해도 형편없는 눈길 접지력 때문에 속도를 줄이거나 회전을 할 때에는 제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승용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앞바퀴 굴림 차량은 안전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 무게의 60% 이상이 앞바퀴에 실리면서 타이어를 눌러주고, 그 바퀴가 구동을 하면서 방향도 바꿔주기 때문에 후륜구동 차량보다 훨씬 덜 미끄러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륜구동 차량에는 4계절 타이어가 장착돼 눈길에서 어느 정도 주행이 가능하다.

홈이 적은 여름용 타이어(좌)는 눈길에서 썰매가 된다. 홈이 깊고 많은 윈터타이어(우)가 눈길에선 훨씬 안전하다. 사진=한국타이어
홈이 적은 여름용 타이어(좌)는 눈길에서 썰매가 된다. 홈이 깊고 많은 윈터타이어(우)가 눈길에선 훨씬 안전하다. 사진=한국타이어

구동방식을 막론하고 여름용 고성능 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은 반드시 윈터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을 많은 전문가들이 권장하고 있다. 겨울철 안전운전을 위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이다.

결국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이 겨울나기를 잘 준비해야 자신의 차량이 주행을 못해 낭패를 보면서 길을 막는 민폐를 예방할 수 있다. 제설작업이 되던 안 되던 유저들이 먼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럼 눈길에 취약한 뒷바퀴굴림 트럭을 운행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우리나라 물류를 책임지는 트럭 운전자들을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트럭은 태생적으로 눈길에서 맥을 못 추기 때문에 눈이 오는 날은 운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 지자체들이 욕은 먹어도 하루 정도면 눈을 다 치우기 때문에 잠깐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어쩔 수 없이 운행을 해야 한다면 눈길에서도 미끄러짐을 최소화 하도록 바퀴에 체인을 감거나 스프레이 체인을 항상 구비하고 다니는 준비성을 갖춰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화물차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볼 때가 됐다. 단점이 많은 후륜구동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과감하게 전륜구동 방식으로의 전환도 생각해볼만하다. 이미 유럽에서는 상업용 밴 차량에 전륜구동 방식이 적용돼 잘 쓰이고 있다.

전륜구동 방식을 적용한 상용차 르노 마스터는 눈길 주파능력이 뛰어나다. 사진=르노삼성
전륜구동 방식을 적용한 상용차 르노 마스터는 눈길 주파능력이 뛰어나다.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이 수입해 팔고 있는 르노 마스터가 전륜구동 기반의 상용차다.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해주지 않아도 돼 바닥을 낮출 수 있고, 눈이 와도 훨씬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차를 구입한 차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상용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30년 전 후륜구동 차체 기반으로 싸게 만들어서 돈을 벌고 있는데, 겨울철 교통안전을 위해서 과감하게 새로운 형태의 상용차를 내놓아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따뜻한 겨울이 잦아지면서 수도권에 눈이 쌓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눈이 많이 쌓이는 지역이 많고, 눈길에 취약한 차량들은 계속 길가에 버려지고 있다. 당국의 더 나은 행정, 운전자들의 대비와 자동차 메이커들의 신차 개발이 이뤄지면 겨울철 도로도 더 쾌적하고 안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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