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기아차 임단협 타결, 르노삼성은 아직...노사관계 이대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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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기아차 임단협 타결, 르노삼성은 아직...노사관계 이대로 안 돼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12.31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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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모두 잃는 루즈-루즈(Lose-Lose) 게임
기아자동차 2020 임단협이 간신히 타결됐다.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2020 임단협이 간신히 타결됐다.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진통 끝에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도 하고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받아든 결과는 임금 동결. 기아차도 기본급 동결에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150만원 지급 등으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15번 교섭을 하면서도 합의점을 못 찾으며 진통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기아차 근로자들은 실질적인 수입원인 잔업을 원래대로 회복해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와도 형평성을 맞춰달라고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분파업도 감행한 노조는 올해 14일간 부분파업을 해 기아차는 4만7000여대를 생산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회사 사정에 도움이 됐을 리 만무하다.

우리나라 자동차 노조는 파업을 많이 하기로 악명 높다. 지난 20년간 현대차는 16번, 기아차는 19번, 한국지엠은 11번, 쌍용차는 9번, 르노삼성도 4번 파업 등 잦은 쟁의행위가 있었다. 기아차는 20년 동안 거의 매년 파업을 한 셈이다.

언론에서는 ‘습관성 파업’이라는 용어도 썼다.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파업을 주무기로 삼으면서 회사와 나라 경제 전반에 피해를 입힌다는 뜻이다. 또한 임단협을 매년 하기 때문에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근로현장은 임단협을 3-4년 단위로 한다고 전해진다.

르노삼성은 아직 임단협을 끝마치지 못했다. 르노삼성은 타사에 비해 임금조건이 좋았고, 노조도 협조적이었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사측의 조건이 악화되자 ‘습관성 파업’이 엄습했다. 최근 몇 년 간 임단협이 해를 넘겨가며 타결되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노조는 XM3 수출이 본격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노그룹 본사는 노사관계 안정을 호소했고,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도 수출물량을 확보하려면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현 상황을 보면 회사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정도라 하겠다.

최근까지 진통을 겪었던 한국지엠의 노사관계도 벼랑 끝이다. 본사 임원이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정도로 파국으로 치닫던 임금협상은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기까지 하다가 간신히 타결됐다. 역시 근로자들이 받아든 것은 거의 없다. 따가운 여론의 질타만 받았을 뿐.

한국지엠은 협상기간동안 부분파업으로 8만5000대를 생산하지 못했다. 특히 미국으로 수출하는 트레일블레이저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물량을 대지 못해 손해가 컸다고 한다.

해외 언론은 지엠이 생산시설을 포기할 것이라는 분석기사를 내놓고 있다. 지엠은 중국 증 아시아에 생산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생산 거점을 옮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의 유일한 경쟁력은 소형차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과 인프라다.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인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은 노사관계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제대로 돈을 벌지도 못하고 있다. 잘 나갔던 기업들도 위기를 맞으면서 회사 몸집을 줄이고 합병을 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우리나라는 디트로이트가 몰락했던 원인이 됐던 악습을 계속 답습하고 있다. 역사에 남아있는 뼈아픈 교훈을 우리나라 근로현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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