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보틱스 기술 경쟁서 우위 확보
공장 근로자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선보이며 로보틱스 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현대차 그룹이 로봇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방법은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M&A.
현대차그룹은 총 11억 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전체 지분의 80%다.
현대차그룹은 자세한 인수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 언론은 총액이 9억 2천만 달러(약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인수금액을 분담하기로 했는데, 정의선 회장이 사재를 털어 지분 20%를 사기로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수가 완료되면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 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 그리고 원래 주인이었던 소프트뱅크가 2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미국 카네기 멜런과 MIT 대학에 재직했던 마크 레이버트 교수가 지난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해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되면서 자금을 확보했고, 로봇 개발의 1인자로 알려진 기업이다.
네 발로 달리는 4족 로봇을 개발해 화제를 모았으며, 2016년부터는 사람과 같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아틀라스(Atlas)’를 공개하면서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의 동작까지 하도록 업그레이드 하는 기술력을 자랑했다.
지난해애는 물건을 집어 들고 옮기는 물류용 로봇인 픽(Pick),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들고 배달을 하는 핸들(Handle)도 선보이며 물류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구글, 소프트뱅크 등 자금력이 있는 전주들이 회사를 인수했지만, 연구개발 관련한 업무는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받아 현재의 기술력을 가지게 됐다는 세간의 평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우선 크게 성장하고 있는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룹 내 자회사 현대 글로비스의 경쟁력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건설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궂은 일을 맡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회사로 알려진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미래에는 자동차 50%, 항공모빌리티 30%, 로보틱스 20%의 솔루션 회사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 회장은 이번 인수 건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사재를 털어 20%나 되는 지분을 사들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도 현대차그룹이 투자에 나서게 된 배경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 간의 접촉이 줄면서 그 일을 할 로봇이 필요해지게 됐다. 배달 등 물류뿐만 아니라 안내, 시설보안, 공사 현장, 재난 구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22%를 기록, 올해 444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바뀐 생활패턴으로 급성장해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32%씩 성장해 1,772억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의선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Smart Mobility solution)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