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가 원어인 꺄무플라주(Camouflage)라는 단어는 사실 군사용어로 많이 쓰였다. 적군에게 식별되지 않도록 주변 풀숲과 비슷한 컬러와 패턴의 색상을 차량과 건물에 입히고, 옷도 비슷하게 입는다. 미군들은 ‘캐머’ 또는 ‘캐미’라는 줄임말을 쓴다.
요즘 이 생소한 단어가 자동차 업계에서 핫해지고 있다. 차의 모양을 가늠하기 힘들도록 ‘캐머’ 도장이나 랩핑을 하고 공도에서 테스트를 하는 차량들이 많이 눈에 뜨이고 있기 때문이다. ‘위장막 포착’이라는 검색어는 포털 사이트에서 금세 핫한 키워드가 된다.
제네시스가 이 위장막 차량을 지난 달 29일 아예 공개해 버렸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컴팩트 SUV GV70 얘기다.
제네시스는 이 위장막 차량을 공개하면서 제네시스 디자인의 시그니처인 ‘G-매트릭스’를 언급했다. G-매트릭스 패턴은 다이아몬드에서 빛이 난반사 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제네시스만의 대표 디자인이다.
이 패턴은 고급스러운 알루미늄 휠부터 테일램프의 구석구석을 잇는 디테일, 심지어는 기어를 바꾸는 다이얼과 방향지시등 손잡이에까지 적용돼 있다. 특히 실내 손이 닿는 컨트롤 부위에 입체적으로 넣은 패턴은 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터치 질감을 높여주는 기능성마저 갖고 있다.
이 마름모꼴 패턴의 위장필름을 뒤집어쓴 제네시스 GV70은 그동안 보아왔던 스파이샷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이다.
특히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높이를 같게 하면서 차체 옆을 지나는 캐릭터 라인을 활시위처럼 아래로 휘게 한 파라볼릭 라인도 그대로 적용됐다. 앞은 낮고 뒤가 높아지는 전형적인 쐐기 모양의 날렵한 라인이 전통적인 곡선으로 낮아지면서 두 줄의 램프가 하나로 연결된다.
윈도우라인은 위로 올라가지만 캐릭터 라인은 아래로 내려가는 엇박자 속에서 묘한 조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부풀려진 뒷 펜더는 이 차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주 잘 달리는 SUV의 성격 말이다.
GV70에 적용될 파워트레인은 304마력을 내는 2.5리터 터보엔진과 380마력을 내는 3.5리터 터보엔진이 8단 변속기와 조합된다고 한다. 이 크기의 차에 이정도 파워트레인이면 못 달리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두 줄의 헤드램프는 최근 공개된 G70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헤드램프와 거의 같다. 70 시리즈임을 암시하는 일종의 패밀리룩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릴은 얇은 마름모꼴이 아닌 G80 세단의 커다란 방패그릴을 쓰고 있다.
제네시스는 위장막을 통해 모습이 공개된 GV70의 디자인을 ‘역동적’이라고 표현했다. 조각조각 공개된 사진을 자세히 보면 그 말이 맞아 보인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차체와 얇은 두 줄의 헤드, 테일램프는 중후함을 보였던 80과 90 형님들과는 달리 날렵하고 힘 세보이는 싸움꾼의 인상이다. 실루엣을 보면 포르쉐 마칸이 떠오르기도 한다.
제네시스는 다섯 대의 GV80에 G-매트릭스 위장필름을 입히고 10월 한 달 동안 국내 도로에서 마지막 테스트 주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남양 연구소 주변에서 이 차가 드나드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