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선박 엔진과 배기가스 정화장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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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선박 엔진과 배기가스 정화장치의 비밀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09.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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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컨테이너선의 세계최대 엔진
황산화물 배출 줄이는 탈황설비 이야기
세계 최대 크기이 컨테이너선 HMM 생트페테르스부르그와 엔진. 사진=HMM/파나시아
세계 최대 크기이 컨테이너선 HMM 생트페테르스부르그와 엔진. 사진=HMM/파나시아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대 크기의 컨테이너선이 여러 척 있다. HMM(옛 현대상선)이 주문한 2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20피트 컨테이너 2만4천대를 실을 수 있으며 길이는 400미터에 달한다. HMM은 이 사이즈의 컨테이너선 12대를 주문했다.

이 배를 끌고 가는 엔진도 엄청나다. 독일 MAN 계열사인 MAN Energy Solutions에서 설계한 MAN B&W G95ME-C10.5엔진이 장착되는데, 지름 95cm에 달하는 피스톤 11개가 있는 길이 22미터, 높이 18미터의 괴물이다.

MAN G95ME 엔진의 단면도와 실제 장착된 모습. 사진출처: MAN Energy Solutions/파나시아
MAN G95ME 엔진의 단면도와 실제 장착된 모습. 사진출처: MAN Energy Solutions/파나시아

2행정 압축착화 엔진인 이 파워트레인은 실린더 당 6,870kW의 출력을 내며, 이 11기통 엔진은 총 75,570 킬로와트, 102,775마력의 힘을 낸다. 10만 마력이 넘는 힘은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를 돌리게 되며, 여기서 얻어진 전기로 모터를 돌려 발진하고 불을 밝힌다.

크기가 큰 만큼 엔진의 회전속도는 느리다. 자동차용 대형 디젤엔진이 1,800rpm근방에서 최대출력을 내는 반면, 이 엔진의 최대 회전수는 80rpm에 불과하다.

이 엔진은 일반 경유나 휘발유가 아닌 벙커C유 등 거칠고 걸쭉한 기름을 태운다. 이런 종류의 연료는 황 함량이 높아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그래서 최근 국제 해사기구에서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췄다.

황함량이 낮은 연료는 당연히 비싸다. 그래서 선사들은 비싼 연료를 태우는 대신 엔진 배기가스에서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스크러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설비 전문기업인 파나시아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면서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컨테이너선 12척 중 마지막 배인 HMM 생트 페테르스부르크호에 탑재된 스크러버 설비를 납품했다고 밝혔다.

이 컨테이너 선박에는 국내 최대 용량의 스크러버 3기가 설치됐고 가장 큰 스크러버의 무게는 45t, 높이는 20m로 무려 아파트 6층에 달하는 높이라고 한다.

스크러버는 배기가스 중 황산화물을 씻어주는 탈황장비로 알려져 있다. 세정수를 뿜어주면 물이 황 성분이 함유된 연기를 씻어낸다는 원리다.

그런데 이 세정수 처리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황산화물을 잔뜩 함유한 폐수를 어떻게 하느냐는 논란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동안 이 폐수를 바다에 그냥 배출해왔다고 한다. 이를 업계에서는 개방형 스크러버라고 부른다.

논란은 인지했는지 각국 환경당국은 이 세정수 배출을 금지하는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서 폐쇄형 스크러버라는 장치가 나왔다. 세정수를 배출하지 않고 모았다가 나중에 처리하는 방식인데 비용이 많이 든다.

개방형과 폐쇄형 스크러버 비교 그래픽. 사진출처=DNV.GL
개방형과 폐쇄형 스크러버 비교 그래픽. 사진출처=DNV.GL

파나시아는 이번에 설치한 스크러버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고 했다. 평상시에는 경제적이고 사용이 쉬운 개방형 스크러버로 쓰다가, 규제지역에 진입하면 자체 처리하는 폐쇄형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파나시아는 선박의 중심을 잡아주는 평형수를 처리하는 장비와 수위제어 계측장비도 납품했다고 한다.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해운사에게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는 장비는 중요하다. 특히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규제가 더욱 심해지는 영업환경 속에서 하이브리드 스크러버와 같은 아이디어는 묘수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배출가스의 유해성분을 물로 씻어내 바다에 그냥 배출해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화석연료를 태우면 오염물질은 배출될 수밖에 없고, 이를 줄이려면 비용은 증가한다. 그러나 갈수록 오염에 신음하는 바다와 공기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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