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렉스턴 스포츠 오프로드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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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렉스턴 스포츠 오프로드 소감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08.0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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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가 나아가야 할 길은?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다이내믹 에디션을 타보았다. 시승영상 캡처=조성우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다이내믹 에디션을 타보았다. 시승영상 캡처=조성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연례행사의 하나로 렉스턴 스포츠 오프로드 시승행사를 열었다. 비가 많이 와 계곡물이 불었는데, 그 계곡물을 헤치고 나가는 코스도 포함돼 있었다.

사다리 모양의 강철 프레임 위에 엔진과 구동계를 얹고, 그 위에 바디를 얹은 구조인 프레임 방식을 채택한 렉스턴 스포츠는 오프로드 주행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차고가 높고, 프레임이 튼튼해 차체 뒤틀림이 거의 없으며, 힘센 디젤엔진과 4륜구동 시스템이 꽤 잘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호주 수출형 모델에 장착되는 전용 서스펜션과 바디킷을 장착한 다이내믹 에디션이다. 차체 하부에 보호커버를 덧대고, 차고를 10mm 높였으며, 강화된 쇼크업소버를 장착했다고 한다.

도어 절반까지 차오르는 계곡물을 거침없이 헤쳐 나가는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커다란 돌멩이를 넘다가 한쪽 바퀴가 들려도 헛돌지 않았다. 노면에 닿아있는 바퀴에 구동력이 전달돼 잘 치고 나갔다. 좌우측에 동력을 똑같이 전달해주는 LD(Locking Differential)의 힘이다.

깊은 계곡물과 거친 자갈길도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영상캡처=조성우
깊은 계곡물과 거친 자갈길도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영상캡처=조성우

온로드에서는 다소 우당탕 거렸던 승차감도 오프로드에서는 상하 진동 폭이 큰데도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잘 받쳐주면서 차체 거동이 안정적이었다.

적어도 오프로드 구간을 탈 때에는 본토의 오프로드 강자인 지프와 쉐보레 트럭에 못지않았다. 저속에서 큰 힘을 내는 디젤엔진도 한 몫 했다. 그리고 온로드에서는 느린 반응을 보였던 아이신 변속기도 오프로드에서는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하면서 열일 했다.

2018년 지프 시승모습. 렉스턴 스포츠의 오프로드 성능도 이에 못지 않았다. 영상캡처=박효선
2018년 지프 시승모습. 렉스턴 스포츠의 오프로드 성능도 이에 못지 않았다. 영상캡처=박효선

쌍용차의 인테리어는 국내 판매되는 차 기준으로는 조금 오래돼 보일 수도 있으나 투박한 미국산 오프로드 차량에 비하면 고급스럽고 잘 조립돼 있다. 엄청난 오프로드 주행을 하면서도 잡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시승을 하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데 왜 안 팔릴까?”

국내 오프로드 자동차 시장은 크지 않다. 그리고 오프로드 감성을 팔아먹는 시대도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투박한 차보다는 예쁘고 편의장비 많은 편한 차를 찾는 세상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얘기가 더 많이 들린다.

고급스러운 실내와 편의장비, 신기할 정도로 그럴싸한 반자율주행으로 무장한 국내 경쟁사들의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는 와중에 쌍용차가 설 곳은 많지 않다.

그런데 미국 포드에서 브롱코가 부활했다. 기자의 미국 생활 시절 고장 많고 기름 퍼먹어 조롱의 대상이 되면서 사라졌던 그 투박한 차가 ‘상남자의 차’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미국 남자들이 환호했다.

그 환호가 우리나라에서도 들리고 있다. 브롱코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관련 유튜브 조회수도 폭발적이다. 이미 초도 출시물량이 다 팔렸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열광적인 반응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한 포드 브롱코. 사진=Ford Mortor Company
열광적인 반응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한 포드 브롱코. 사진=Ford Mortor Company

신형 브롱코를 검색을 통해 들여다보았다. 포드의 중형(미국 기준 컴팩트) 트럭인 레인저를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레인저는 비싼 차가 아니다. 들어갔다는 기술도 기존 기술의 조합이다.

오프로드 차량은 레이다, 라이다, 인공지능, 카메라 등 첨단 전자장비 보다는 락킹 디퍼렌셜(LD), 4륜구동, 트랙션 컨트롤 등 기계에 가까운 옛날 기술과 힘 센 엔진이 더 중요하다.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밀 필요도 거의 없다.

큰 바퀴, 불거진 펜더, 가니쉬 등 남성스러운 장식도 필요하겠다. 공기저항 따위는 돌을 깨고 넘으면서 사람 키 깊이의 물을 건널 때는 전혀 상관없는 수치다. 그리고 초정밀 설계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런데 그런 차를 이미 쌍용자동차도 만들고 있다. 바로 사진에 보이는 렉스턴 스포츠다. 조금만 덧대고 차고를 높여도 손색이 없는 ‘남자다운’ 오프로더가 된다.

살짝 꾸민 쌍용차의 오프로드 감성도 뛰어나다. 영상캡처=조성우
살짝 꾸민 쌍용차의 오프로드 감성도 뛰어나다. 영상캡처=조성우

이 상품 아닌 ‘上品’이 왜 잘 안 팔릴까? 사실 렉스턴 스포츠는 이미지가 아니라 상품성으로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통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3,005대가 팔렸고, 올해 누계 판매량도 18,786대나 된다.

이런 모델이 쌍용차에 서너 개만 있어도 지금처럼 어려움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해외에서 주목을 받아 수출이 잘만 됐어도...

오늘의 쌍용차를 있게 한 명차가 있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인 Koreans can do로 합성한 Korando라는 차다. 윌리스 지프를 기반으로 한 정통 오프로더로 시작해 켄 그린리 교수가 디자인한 2세대 모델은 하나의 아이콘을 만들기도 했다.

3세대 코란도인 C200은 당시 유행하던 CUV를 표방하면서 승용차 기반의 모노코그 바디에 전륜구동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오프로더 코란도의 명맥이 끊기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4세대 코란도 역시 티볼리를 키운 듯한 패밀리룩과 함께 크로스오버로 다시 돌아왔다.

크로스오버는 세계적인 유행이 된 것이 사실이다. 오프로드 차량의 험로주행성능을 어느정도 갖추고, 짐을 많이 실을 수 있으면서 승용차의 편안함까지 갖춘 차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혼다, 토요타, 닛산 등 쟁쟁한 메이커들이 뛰어들었고, 쉐보레와 포드, FCA 등 미국업체는 이 세그먼트에 올인하고 있다.

승용차 기반의 크로스오버 시장에서 쌍용차의 제품은 사실 경쟁력이 많지 않다. 승용차의 안락함과 주행성능을 높은 차에서 누리려면 노하우와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 당장 국산 CUV와 비교해 봐도 한 두세대 전 모델 느낌이 나는 것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오프로드용 차량을 놓고 본다면 쌍용자동차는 국내에서는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기아 모하비의 경우도 파워트레인과 편의장비 등을 제외한 오프로드 성능을 본다면 렉스턴보다 나을 게 없다. 이번 오프로드 시승에서 타본 렉스턴 스포츠는 외산 차량에도 밀리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런 경쟁력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쌍용차가 살 길이 있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코란도의 CUV화는 다소 아쉽다. 포드 브롱코가 화려한 부활을 했듯이 코란도도 정통 오프로더로 다시 태어나면 어떨까?

2세대 코란도는 러시아의 TagAZ라는 업체에서 2014년까지 생산됐다. 사진=TagAZ By Kruglovsasha - Own work,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6754519
2세대 코란도는 러시아의 TagAZ라는 업체에서 2014년까지 생산됐다. 사진=TagAZ By Kruglovsasha - Own work,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6754519

쌍용차가 잘 만드는 오프로드 차량을 집중적으로 해외에도 홍보하는 것도 생각해봄직하다. 렉스턴 스포츠 정도로만 만들면 오프로드 차량으로는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을 것이다.

틈새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크지는 않지만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시장을 말한다. 이 틈새시장도 성공하면 꽤 짭짤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미국의 두 업체가 증명하고 있다. 브롱코의 화려한 귀환과 부실기업 FCA를 먹여 살리는 지프의 활약 말이다.

쌍용차가 이를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는 코란도의 부활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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