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르노삼성이 불 지피는 다운사이징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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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르노삼성이 불 지피는 다운사이징 엔진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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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 가솔린 모델은 터보엔진만 출시
현대기아차만 2리터 가솔린엔진 유지
국내에서 다운사이징 엔진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현대 CVVD 1.6 터보엔진. 사진=현대자동차
국내에서 다운사이징 엔진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현대 CVVD 1.6 터보엔진. 사진=현대자동차

르노삼성차가 중형세단 SM6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기존 2.0 가솔린과 LPG, 1.6 가솔린 터보엔진이었던 라인업을 1.3, 1.8리터 가솔린 터보엔진과 2.0 LPG엔진으로 변경했다. 국산 중형세단의 기본 엔진이었던 2리터 가솔린 엔진을 없앤 것이다.

3리터급 엔진을 암시하는 TCe300 모델은 1.8리터 배기량으로 225마력을 내며, 다임러 벤츠와 공동개발한 TCe260 엔진은 156마력을 내면서 2.6리터급 가솔린 엔진의 출력특성과 비슷하다. 이제 르노삼성의 중형차에 2.0 가솔린 모델은 사라지게 됐다.

1.3리터와 1.6리터 다운사이징 엔진이 탑재되는 르노삼성 신형 SM6. 사진=르노삼성자동차
1.3리터와 1.8리터 다운사이징 엔진이 탑재되는 르노삼성 신형 SM6. 사진=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의 중형세단 말리부는 이미 이 추세에 합류했다. 현재 말리부는 1.35리터 3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2리터 가솔린 터보엔진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있다.

다운사이징 엔진은 지난 2010년부터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적용하기 시작했다. 배기량 2리터 4기통 엔진에 효율과 반응이 좋은 터보차저를 장착해 출력을 끌어올렸다. 이 엔진은 6기통 3리터급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다운사이징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대배기량 엔진만큼 강력한 출력과 함께 연비가 좋고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증 과정에서 시행하는 실험실 주행을 할 때는 동일한 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연비와 탄소배출량을 기록할 수 있다.

국내에서 처음 적용된 다운사이징 엔진은 2010년도에 소개된 현대 쏘나타 터보였다. 당시 2리터 엔진으로 271마력이나 되는 괴력을 뽑아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쏘나타 터보는 미국에서 팔렸던 이전세대 6기통 모델을 대체했지만 가격이 비싸 국내에서는 인기가 많지 않았다.

엔진의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려 흡입공기를 강제로 압축하는 터보차저는 고온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회전해야하는 정밀기기다. 터보차저의 가격도 비싸지만, 뜨거운 흡입공기를 식혀주는 인터쿨러 등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 많아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 다운사이징 엔진은 역설적으로 가격 상승 부담이 적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꽃을 피게 된다. BMW와 벤츠가 주력 중형세단에 4기통 엔진을 넣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차 528i에 장착됐던 다운사이징 엔진은 저속에서 출력이 오히려 높다. 자료출처=BMW AG
같은 차 528i에 장착됐던 다운사이징 엔진은 저속에서 출력이 오히려 높다. 자료출처=BMW AG

BMW 528i에 탑재됐던 다운사이징 엔진은 비슷한 출력을 냈던 6기통 엔진에 비해 저속에서 월등한 출력특성을 보이며 실제 주행을 할 때 훨씬 경쾌한 반응을 보였다.

240마력대의 직렬 6기통 엔진이 탑재됐던 전 세대 BMW 528i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6기통 엔진을 245마력을 내는 2리터 4기통 엔진으로 대체하게 된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대표 중형세단인 E300의 신모델에 252마력을 내는 2리터 터보엔진을 장착한다.

2리터 터보엔진은 업계 표준 다운사이징 엔진이 되면서 지금은 대부분 메이커들의 중형세단용 엔진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볼보는 한 술 더 떠 자사의 엔진을 4기통 2리터 엔진으로 통일해버리면서 한 엔진으로 150마력에서 400마력을 낸다.

쏘나타로 대변되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2.0 가솔린 엔진은 30년 넘게 표준으로 여겨져 왔다. 미쓰비시의 시리우스 엔진을 들여와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적당한 힘과 연비, 정비성으로 인기를 끌었고, 완전 국산화 한 베타, 세타, 누우엔진으로 발전시켰다.

르노삼성이 중형차 엔진 라인업을 손보면서, 국내에서 중형차에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쓰는 메이커는 현대기아차가 유이(二)하게 남았다. 아직도 주력 라인업은 2리터 가솔린 엔진이 차지하고 있으며, 판매량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기아차가 다운사이징 엔진을 안 쓰는 것은 아니다. 10년 전부터 2리터 터보 엔진을 적용했으며, 전 세대 쏘나타와 K5에도 1.6리터와 2리터 터보엔진을 운용했다. 지금도 1.6리터 터보엔진이 판매 중이고, 2.5리터 터보엔진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그런데 다양한 다운사이징 엔진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는 이 엔진이 장착된 차량을 많이 팔지 못했다. 2리터 가솔린 엔진이 163마력으로 출력도 충분하면서 가격이 싸 소비자들이 비싼 터보엔진에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싼 터보차저가 들어간 다운사이징 엔진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부품공급이 원활해지면서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 현재 쏘나타 1.6T모델과 2리터 모델의 실질적 가격차는 78만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1.6모델이 이번 세대에서는 전보다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현대기아 중형세단의 주력모델은 2.0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고, 기존 2리터 누우엔진의 내구성이나 품질이 검증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중형세단은 미국에서도 많이 팔린다. 그런데 미국시장에서는 2.0 가솔린 모델이 아예 팔리지 않는다. 미국인들 취향에는 너무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속에서 힘이 약해 답답한 반응을 미국인들은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미국시장에서는 토요타처럼 2.5리터급 엔진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터보엔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 비슷한 힘을 내기 때문이다. 토요타, 닛산, 현대, 마쓰다 등이 중형세단에 2.5리터급 자연흡기 엔진을 기본 장착하고 있으며, 혼다와 스바루는 전 모델에 터보엔진이 장착된다.

국내사양 그랜저 2.5모델에 얹히는 신형 2.5 자연흡기 엔진이 미국형 쏘나타에는 기본으로 탑재되고 1.6 터보엔진이 선택사양인데, 현지 반응은 보다 부드럽고 조용한 2.5 엔진이 낫다는 평가다.

이어지는 영상은 1.6 터보엔진이 장착된 쏘나타의 최대가속 모습이다.

배기량으로 보유세를 매기는 우리나라에서 저배기량으로 넉넉한 출력을 낼 수 있다면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인기가 많지 않다.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쏘나타와 K5의 주력이 2.0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의 20%도 안 되는 경쟁모델들이 2리터 가솔린 엔진을 버린 상황에서 8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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