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아파트 단지 내 안전 속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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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아파트 단지 내 안전 속도는?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05.1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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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적용 안 받는 안전 사각지대
어린이 안전을 위해 최대한 천천히 운전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천천히 달려야 한다. 사진=민준식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천천히 달려야 한다. 사진=민준식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대표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아파트 교통사고 원인의 99%가 과속 때문이며 저행 운전 실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아파트 내에서의 안전의식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30년 전 필자가 초보운전 시절 사람과 부딪치는 교통사고가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걷는 속도로 천천히 가고 있었고 주차장에서는 아이들이 밀치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을 확인하고 천천히 옆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쿵’소리가 났다. 아이 하나가 뒤로 밀리면서 넘어지다가 필자가 몰던 차 트렁크 부위를 팔꿈치로 치면서 튕겨나간 것이다.

그 어린이는 곧바로 일어나 쏜살같이 집 안으로 도망쳤다. 차를 부순 것 때문에 혼날까봐 도망쳤다고 나중에 말했다. 그러나 달리던 차에 치었으니 가해자는 필자. 그날 경찰조사는 물론 엑스레이 촬영 등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사고를 조사한 경찰관은 천천히 갔기에 큰 부상을 막았다고 했다.

다 지나간 차 꽁무니에 아이가 넘어져 부딪친 사고였지만 이 일을 계기로 골목길이나 차량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는 무조건 사람이 걷거나 살짝 뛰는 정도의 속도로 운전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자동차시민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립,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거주 가구 비율이 높고, 차단기가 있는 아파트 단지 통행로는 도로교통법에서 도로로 인정되지 않아 피해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법률·안전 사각지대에 해당된다고 한다.

자동차시민연합은 국민 설문조사 결과 아파트 단지 내 보행 안전에 대해 69.3%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배달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보행로를 넘나드는 배달 오토바이에 위협을 느끼는 주민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람과 차가 함께 다니는 길에서 운전자가 취해야 할 기본자세는 서행운전이다. 여기서 서행운전이란 사람이 다니는 속도를 뜻한다. 일반인이 달리는 속도는 시속 10km 내외다. 그 이하로 달리면 충돌사고가 날 확률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차량이 빼곡히 주차된 주차장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차량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이를 피하려면 천천히 달리는 방법뿐이다. 민식이법을 만들게 된 피해자 어린이가 당한 교통사고는 불법주차된 차량 사이로 튀어나오는 피해자를 시속 20여 킬로미터로 달리던 운전자가 보지 못해 일어났다.

빼곡히 주차된 차량 사이로 아이가 튀어나오면 피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민준식
빼곡히 주차된 차량 사이로 아이가 튀어나오면 피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민준식

사람의 반응속도는 차이가 나지만 아무리 반응이 빨라도 속도가 빠른 상태에서 갑자기 뛰어들면 피하기 어렵다. 30년 전 필자의 사고처럼 지나가고 나서 넘어져 부딪치면 불가항력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무조건 시속 10킬로미터 이하로 주행해야 한다.

최근 아파트 1층 출입구와 연결된 정원은 차가 다닐 수 없도록 설계된 곳이 많다. 그러나 이 곳을 배달 오토바이는 뚫고 들어와 질주하고 다녀 주민들과 마찰이 잦다. 단지를 관리하는 관리업체는 출입을 철저히 막고, 배달원들은 기본적인 안전의식을 갖춰야 한다.

요즘 아파트 단지는 조업차량 외에는 지상으로 차가 다닐 수 없도록 한 곳이 많다. 사진=민준식
요즘 아파트 단지는 조업차량 외에는 지상으로 차가 다닐 수 없도록 한 곳이 많다. 사진=민준식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아파트 단지 내 도로도 일반도로처럼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음주와 뺑소니는 단지 내 도로에서도 처벌대상이 되도록 법이 개정됐다.

자동차는 1톤이 넘는 쇳덩이가 눈 깜빡하는 사이에 40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움직이는 흉기다. 이 위험한 물건을 제어하는 운전자는 고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곳곳에서 자동차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안전이 먼저다. 골목길과 단지 내 도로에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운전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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