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의 뇌피셜] 코로나 사태에도 꿋꿋한 국내 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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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뇌피셜] 코로나 사태에도 꿋꿋한 국내 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05.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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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는 잘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가 큰 일
코로나 팬데믹의 강타로 글로벌자동차 업계가 위기다. 사진편집=민준식
코로나 팬데믹의 강타로 글로벌자동차 업계가 위기다. 사진편집=민준식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특히 세계 경제의 거대한 축을 이루던 유럽과 미국은 모든 경제활동이 멈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내수 1위이면서 사실상 수출로 먹고 사는 현대자동차의 4월 수출실적은 지난해 대비 70% 넘게 꺾이면서 주저앉았다. 다른 메이커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런데 내수시장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7일 배포된 카이즈유의 4월 자동차 등록자료를 보면 3월 대비 4월 자동차 내수시장은 국산브랜드는 0.1% 감소해 선방했고, 수입브랜드는 2.3% 늘었다. 지난해 대비 수입차는 13%나 더 팔렸다.

제네시스의 GV80과 G80, 현대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은 3개월 대기는 기본이고 최대 6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제네시스는 차 가격이 8천만 원이 넘는 비싼 차다.비싼 차들이 잘 팔리고 있는 자동차 내수시장만 본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탄탄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산방지 노력이 비교적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경제가 덜 위축된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돈벌이가 되고 있고, 월급쟁이들도 별 어려움 없이 월급을 잘 받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활성화 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요식업을 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그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회사 다니면서 월급 잘 받아왔던 사람들이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직장을 잃거나 월급을 제 때 못 받는 일이 생길 때다. 잘 나가는 대기업들이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 여파가 길어지면 회사는 어려워진다. 하루 팔아 먹고사는 장사꾼들과 다르지 않다.

내수시장에서 잘 나가는 현대차의 4월 판매실적은 사실상 반 토막 났다. 월 매출 1억을 찍던 식당이 갑자기 5천만 원밖에 못 벌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식당 임대료와 공과금, 직원들 임금은 절반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잠깐이야 버티겠지만 오래 지속되면 문제는 커진다.

현대차그룹처럼 거대한 회사는 더욱 골치 아파진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사람들이 얽혀있고, 강력한 힘을 가진 노조와의 협상도 힘들어진다.

사실상 우리 경제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고 있는 대기업들이 어려워지면 우리 내수경제는 치명상을 입는다. 지금 그런 암울한 전망이 일고 있다.

그래도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은 내수시장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금 그나마 남아있는 시장에서 최대한 많이 팔고 이익을 내면서 버티는 방법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기아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다른 메이커들은 그렇지 않다.

4월 자동차 판매량을 분석해보면, 인기차종에만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최신 기술과 편의장비가 들어간 신차 위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모델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 업계의 옥석 가리기는 심화될 전망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모델은 도태되고, 회사도 같은 운명에 처해질 것이다.

미국·유럽시장이 다시 되살아나도 당분간 그들은 깐깐한 소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큰 돈 허투루 쓰지 않고 가성비를 무척 따진다는 것이다. 국산차 중 밸류 소비자에게 가장 잘 먹힐 상품은 많다. 현대기아차가 살아남을 길이다.

다른 국내 메이커들의 살길은 더 험난해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팔릴만한 자체적인 킬러 모델은 현대기아차에 비하면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GM과 르노, 마힌드라라는 모기업과 운명을 함께 해야 하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

한국지엠은 거대공룡 GM의 서플라이 체인으로서 소형차와 SUV를 담당하고 있고, 그 위치가 공고한 편이다. 소형 SUV와 전기차 볼트가 한국지엠의 작품이다. 계산기 두드리는 데에 능한 미국 GM의 똑똑한 비즈니스 전략가들이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지 않는 이유다.

삼성 브랜드를 떼어야 하는 르노삼성도 탄탄한 R&D 역량으로 르노그룹 내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본사에서 잘 팔아먹을 수 있는 차를 개발해 싼 값으로 만들어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XM3가 유럽에서 대박이 나야한다.

쌍용자동차는 두 회사와는 달리 경쟁력이 없다. 모기업 마힌드라도 자신의 생존을 걱정하느라 손을 떼고 있다. 다만 포드가 구세주로 나설 것이라는 실타래 하나가 남았다. 포드의 트럭 라인업을 싸게 생산하거나, 쌍용차 라인업을 포드의 저가 라인업으로 포지셔닝 해서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 정부는 자국의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돈을 찍어낼 여력이 있는 나라는 현금을 무차별 살포하고 있고, 그렇지 않는 나라는 빚을 내가며 돈을 뿌리고 있다. 그 돈이 잘 쓰이기 위해서는 될 곳에 흘러가도록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동차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뒤얽혀 있어 산업, 정치, 문화가 모두 아우러진 복잡한 물건이다. 자동차 회사 하나가 망하면 엄청난 파장이 일어난다. 그렇다고 망할 회사를 억지로 끌고 가면 나라 경제가 멍든다.

지금 내수시장은 죽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1998년 IMF 사태 이상의 경제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밥줄이라 할 수 있는 해외시장이 곧바로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의 생존여부를 가를 것이다.

이런 말이 들린다. “꽉 잡으십시오!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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