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코로나19, 북미시장 자동차 구매 패턴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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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코로나19, 북미시장 자동차 구매 패턴 바꾸나?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04.28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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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캐나다 Genesis At Home
온라인 구매방식, 대안으로 떠올라
제네시스 캐나다법인이 실시하고 있는 Genesis At Home 서비스. 제네시스 캐나다 홈페이지 캡처.
제네시스 캐나다법인이 실시하고 있는 Genesis At Home 서비스. 제네시스 캐나다 홈페이지 캡처.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의 자동차 구매방식은 우리나라 수입차 판매방식과 거의 비슷하다. 자동차를 구경하고 구매하는 쇼룸은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이 운영한다. 딜러들은 쇼룸과 서비스센터를 구축해 차를 팔고 수리해 주면서 이익을 낸다.

미국과 캐나다를 합치면 우리나라의 100배가 넘은 방대한 크기다. 제조사가 그 넓은 땅 방방곳곳에 쇼룸을 세울 수가 없으니 딜러들을 모집해 위탁판매하고 사후관리까지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

제네시스는 몇 해 전 현대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 브랜드를 꾸리면서 딜러망 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 현대 딜러들은 제네시스가 요구하는 ‘렉서스급’의 화려한 쇼룸시설 확충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판매망이 줄어들면서 독립브랜드 출범 이후 오히려 판매망이 크게 줄었다.

제네시스 캐나다는 나름 신선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 'Genesis At Home'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으로 견적과 상담을 받은 후 집 앞으로 배송되는 시승차를 타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방식의 판매방식이다. 그리고 차를 받고나서 정비와 수리도 집에서 예약해 픽업과 배송까지 해주는 완전한 온라인 서비스를 소개했다.

제네시스가 소개한 온라인 판매체계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판매망을 구축하기 전에 빨리 체계를 갖추려는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이 판매방식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판매 생태계가 붕괴된 북미지역에 새로운 구세주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차량구매에 필요한 상담, 견적, 시승, 계약, 배송 등을 원격으로 진행할 수 있고, 사후 서비스 또한 고객이 집에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를 온라인 비대면으로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편집=민준식
자동차 판매를 온라인 비대면으로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편집=민준식

비싼 차를 사는 사람들은 무언가 특별한 대우를 받기를 기대한다. 대중차 브랜드 토요타가 렉서스를 30년 전 런칭할 때 딜러망과 화려한 쇼룸과 서비스센터를 구축하는 데에 큰 투자를 했던 이유다. 게다가 당시는 온라인쇼핑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니 브랜드 위상에 맞는 판매망 구축은 필수였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북미에서 처음 출범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 토요타보다도 위상이 낮은 ‘싼 차’ 브랜드 현대의 쇼룸과 서비스망을 그대로 이용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것은 분명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금도 딜러망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안 되는 딜러들도 대다수가 기존 현대차를 판매하면서 겸업하고 있어 고급브랜드의 위상에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는 전 모델이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다. 전문가들은 딜러 네트워크가 약한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를 했던 한 전직 딜러는 제네시스의 온라인 세일즈 전략이 사람들의 외출을 막고 있는 지금 잘 먹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메이커들이 하지 않았던 온라인 원스톱 판매와 서비스 방식이 잘 통하려면 픽업, 딜리버리 등의 원격 서비스와 기존 서비스망 활용이 관건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고급차를 산 고객이 검소하게 장식된 쇼룸에서 계약서에 서명하고, 차를 산 이후에 첫 엔진오일 교환 서비스를 받을 때 서비스센터 고객 대기실에서 대중 소형차 고객과 함께 싸구려 커피를 마시며 엔진오일 서비스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걸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온라인 상담과 컨시어지 서비스, 시승차 딜리버리, 정비가 필요할 때 픽업과 딜리버리 서비스를 해주면 이런 문제점이 해결된다. 전문 컨시어지가 원격으로 고객 응대를 해주면서 자동차는 기존 현대 딜러의 서비스센터에서 계속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기존 딜러들의 판매망 고급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네시스 캐나다 법인이 시도하고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그 전직 딜러는 강조했다.

뉴욕 등의 대도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쑥대밭이 됐다. 자동차 판매량이 많은 인구밀집지역에서는 판매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곳에서 온라인 판매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신차를 런칭하면서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는 시승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차량을 기자들에게 배송해주는 개별시승도 활성화돼 있다.

판매할 차량이 널려있는 미국의 딜러에서 차를 구매할 때 시승은 필수다. 색상별로 골라서 타볼 수도 있을 정도다. 물론 옆에는 판매사원이 동승한다. 그러나 판매사원이 옆에서 말을 걸면 제대로 차를 느끼기 힘들 때가 많다.

현재 제네시스 캐나다 법인은 가져다주는 시승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컨시어지(영업사원)이 차를 몰고 와 함께 시승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 시승차를 운영하면서 동반시승이 아닌 고객 단독으로 시승하는 서비스를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개별시승 방식으로 차를 가져다주고 잠깐이나마 혼자 몰아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승방식은 접촉을 최소화해야하는 지금 상황에 잘 맞고, 차를 제대로 느껴보기에도 좋아 일석이조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전염병은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자동차 판매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왔다. 대면 접촉을 최소화한 온라인 서비스가 자동차 판매의 미래가 될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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