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 예약취소 사태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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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 예약취소 사태의 전말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02.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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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전예약 중단
친환경차 인증 못 받아 각종 혜택서 제외돼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했다. 사진: 기아자동차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했다. 사진: 기아자동차

출시 하루 만에 1만 9천여대가 예약돼 대박을 낸 신형 쏘렌토가 대형 암초를 만났다. 기아자동차가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예약 접수를 중단한 것이다.

기아자동차는 21일 공지를 통해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정부의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친환경차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가격이 인상될 것이며 사전계약 고객은 별도로 보상안을 마련해 개별 통지하겠다”고 했다.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해 구입가격에 포함된 개소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올라 차 가격이 오르게 되며, 구매자는 취등록세 90만원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공영주차장 할인, 혼잡통행료 면제 등의 혜택도 사라진다.

정부의 에너지 소비효율이 어떻게 돼있어서 우리나라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만든 최신 하이브리드 차량이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했을까? 답은 배기량에 따라 기준에 차등을 둔 당국의 기준 때문이다.

환경부의 에너지소비효율의 기준 중 일반 하이브리드자동차 기준에 따르면 배기량 1,000~1,600cc 미만 엔진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차량은 공인연비를 리터당 15.8km이상 받아야 한다.

배기량 1,591cc의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은 리터당 인증연비가 리터당 15.3km에 그친다. 기준 불충족이다. 그런데 엔진 사이즈가 9cc만 컸어도 1,600cc~2,000cc미만 기준연비 14.1km/L를 충분히 충족해 친환경차가 됨에 부족함이 없었다.

배기량에 따라 인위적으로 구분해 놓은 규정에 피해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공인연비 12km/L대에 불과한 3.5리터 하이브리드 차량은 기준인 11.8km/L를 통과해 친환경차가 되지만, 이보다 훨씬 연비가 좋은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안 된다. 책상에서 숫자 보고 정해놓은 기준치 때문에 연비가 더 나쁜 차가 친환경차 혜택을 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기준을 통과 못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최대 143만원까지 감면 받았던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추가돼 그 만큼 차 가격이 오르게 된다. 등록할 때 감면 받을 수 있던 90만원의 취등록세까지 추가로 부담하게 되면 구매자의 비용부담이 최대 233만원까지 늘어난다.

기아차는 딜레마에 빠졌다. 사전에 공지한 가격을 일단 143만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전계약 물량 1만9천여 대 중 60%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알려졌다. 그 고객들은 오른 가격표를 받을지도 모르고, 취등록세는 90만원 더 내야한다.

정부당국의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기준도 문제지만 기아차의 준비부족도 지탄을 받고 있다. 자동차의 상품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친환경차 인증이 날아갈 것이라는 걸 미리 대처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모르고 있다가 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런칭을 진행한 기획 담당자들이 바빠졌다.

지금 당장 재인증을 받아 기준을 통과할 확률은 거의 없다. 연비 0.1 올리는 것이 쉽지 않고, 환경당국이 제조사가 연비를 맘대로 고무줄처럼 늘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엔진을 바꾸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파워트레인 개발기간이 최소 몇 년 걸리기 때문이다.

기아차가 앞으로 이 일을 수습할 방법은 가격인상폭을 최소화 하고, 등록단계에서의 취등록세 추가부담도 덜어주면서 고객 불만을 잠재우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친환경차 인증을 다시 받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단 9cc 차이로 강화된 규정에 걸려 친환경차 인증이 무산됐다. 배기량이 발목을 잡았으면 배기량을 바꾸는 방법도 모색해 볼만하다.

실린더 보어를 살짝 키우거나 피스톤의 상하운동을 살짝 늘리는 방법이 있다. 실제로 예전 1.8리터 기반의 엔진을 2.0리터로 키을 때, 피스톤과 실린더 블록은 그대로 두고 피스톤 상하운동을 제어하는 크랭크축을 바꿔 스트로크를 늘려 배기량을 늘린 사례도 있다.

연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쥐어짜는 방법도 있겠다. 연료분사량을 제어해 출력을 줄이고 전기모터의 용량을 키우는 등 연료를 덜 쓰게 하는 것.

업계 전문가들은 이 모두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배기량 변경은 부품을 바꿔야 하고 이에 따른 변경인증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연비를 더 끌어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환경당국도 돋보기를 들이대고 더 살펴볼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가 새로운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발표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큰일이기도 하다. 이 파워트레인이 신형 싼타페, 투싼,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차의 다양한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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