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GR 수프라로 포문을 연 토요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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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 GR 수프라로 포문을 연 토요타코리아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01.22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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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공동 개발한 수프라 21일 공개
올해 신차 4종 발표하며 국내시장 공략
GR수프라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타다 테츠야 수석 엔지니어. 사진: 박효선
GR수프라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타다 테츠야 수석 엔지니어. 사진: 박효선

정치외교적인 이슈로 지난해 장사를 망친 토요타코리아가 올해 영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을 독특하게도 스포츠카로 알렸다.

지난 21일 토요타의 테마 전시장인 커넥트 투에서는 아주 귀한 차의 베일을 벗기는 미디어 컨퍼런스가 열렸다. 30대밖에 팔지 않겠다고 하니 귀하다고 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GR(가주 레이싱) 수프라. 수프라는 토요타의 플래그십 스포츠 쿠페다. 2+2 스타일의 패스트백 해치백 스타일을 가지고 직렬 6기통, 후륜구동 레이아웃을 고집해왔다. 1988년 데뷔한 3세대부터는 3리터 엔진이 기본이 되었다.

90년대를 풍미한 스포츠 쿠페는 SUV의 등장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점점 밀려났다. 차체가 높아 주행성능이 신통치 않았던 SUV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성능이 좋아지자 특유의 장점인 실용성과 넓은 시야로 각광을 받으면서, 차체가 낮아 시야가 좁고 운전이 까다로운 스포츠카는 점점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수프라는 지난 2002년 단종됐다. 개발비는 많이 드는데 판매량이 신통치 않으니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를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1000마력까지 출력을 올려도 끄떡없던 토요타의 직렬 6기통 엔진과 단단한 차체에 열광하던 팬들은 실망했고, 수프라는 조용히 관심 속에서 사라져갔다.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왕국을 건설하면서 친환경, 고연비의 실용적이지만 재미없는 자동차만 만드는 회사가 되어가고 있을 때(물론 렉서스 LF-A, RCF 등 고성능 모델을 내놓기는 했지만), 구세주가 나타났다. 후륜구동 고성능차를 아주 잘 만드는 독일의 BMW다.

리콜사태 위기를 극복한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수석 엔지니어 타다 테츠야에게 수프라를 다시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뉴스가 2012년 나왔다. 21일 발표회장에서 타다 수석은 이 때(시작)부터 BMW와 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데뷔한 GR 수프라는 BMW의 신형 Z4와 사실상 쌍둥이다. BMW의 CLAR 플랫폼을 공유하고 휠베이스가 정확히 같으며, 엔진과 변속기도 똑같다. 340PS, 51kgf-m의 출력도 그대로다. 현존 최고의 자동변속기인 ZF8HP 유닛도 Z4와 공유한다.

GR 수프라는 BMW Z4와 플랫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사진편집: 박효선
GR 수프라는 BMW Z4와 플랫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사진편집: 박효선

2,470mm의 짧은 휠베이스와 길다란 본닛의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의 차체에 얹힌 운전석은 뒷바퀴 바로 앞에 있다. 뒷좌석이 없는 2인승이다. 예전 수프라는 4명이 타고 장거리 운항도 가능한 GT카였다면 신형은 전형적인 2인승 스포츠카인 것이다.

이 차를 소개하는 시간보다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하나로 모아졌다: “왜 BMW?"

그 질문에 수프라를 만든 타다 테츠야 수석 엔지니어는 긴 시간을 할애하며 자세히 설명했다. BMW 맞고, 시작단계부터 함께 만들었다는 것이다. BMW의 직렬6기통, 후륜구동 레이아웃이 수프라의 전통과 딱 맞아떨어졌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 뼈대에 토요타만의 살을 붙였다고 강조했다. 외관 스타일링, 공력설계, 미세한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의 세팅을 달리 했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완성될 때까지는 함께 개발했지만, 그 이후 완전히 남남이 돼 최종 제품은 완전히 따로 개발했다고 한다. 타다 수석엔지니어도 Z4는 완성차가 준비돼서야 타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설명 말미에 의미 있는 발언이 있었다. 타다 수석은 수프라를 개발할 때 친환경이나 연비에는 일절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직 빨리 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는 것. 그러면서 수프라를 타는 고객들은 프리우스를 타는 운전자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의미일까? 그는 토요타의 친환경 기술로 프리우스같은 친환경차를 만듦으로써 탄소배출이 많은 차를 만들어 팔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CAFE 평균연비, 탄소배출량으로 만들어 파는 차의 평균 연비와 CO2배출량을 규제하면서 고성능차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기가 어려운데, 토요타는 친환경차를 잘 만들기 때문에 수프라같은 非(비)친환경차도 만들 여력이 된다는 것이다.

토요타 기술의 저력을 맘껏 자랑한 수석 엔지니어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한 자세로 나긋나긋하게 날카로운 질문에 비껴가는 듯한 답변을 하던 그가 마지막에 던진 돌직구였다. “우리는 기술이 있어서 이렇게 해도 된다 이거야!!” 새파랗게 날이 선 일본도를 옷 속에 숨기고 무릎 꿇고 앉은 일본 무사의 모습이었다.

브랜드의 이미지와 전통을 위한 고성능 스포츠카. 그러나 들인 개발비를 회수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판매량. 이것을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이 다른 회사랑 개발비를 나누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얄팍한 수작이지만 성공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BMW를 지울 수 없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첫 째, 이를 알아채기가 어렵고, 둘 째, 같은 차라도 BMW면 무조건 옳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이 차를 타는 사람을 불만이 없을 것이다.

치밀한 일본인들의 일처리 능력과 전략이 여기서도 보인다. 올해 토요타 코리아는 수프라 포함 네 개의 신모델을 선보인다. 캠리의 스페설 모델인 캠리 XSE, 프리우스 C 크로스오버, 프리우스 4륜구동 모델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올해 국내 출시될 토요타 캠리 XSE. 사진출처: Toyota USA
올해 국내 출시될 토요타 캠리 XSE. 사진출처: Toyota USA

네 모델 모두 볼륨모델이 아닌 니치(Niche) 모델이다. 틈새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사인 국내 메이커의 경쟁모델이 싼 가격에 토요타를 능가하는 상품성을 가지고 판매되고 있는데, 이를 정면으로 맞대결하기보다는 특이한 모델로 필요한 수요층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토요타코리아의 강대환 마케팅 상무는 토요타를 ‘“선택해 주시는” 고객님들을 위한 상품을 내놓겠다고 했다. 역시 틈새를 노리면서 판매회복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얘기다.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브랜드 이미지에 상처를 입은 토요타. 최대한 겸손한 자세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들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은 숨기지 않았던 그들. 토요타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라는 얘기를 듣는 이유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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