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까지 하늘길로 15분,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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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까지 하늘길로 15분, 과연 가능할까?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20.01.20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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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비행체(PAV) 모빌리티 장밋빛 전망
하늘길 정체, 공역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미래 항공 모빌리티 상상도.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미래 항공 모빌리티 상상도. 현대차그룹 제공

새해 벽두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20에서 관심을 끌었던 뉴스가 있다. 모빌리티의 선도주자 우버와 현대자동차가 손을 잡고 하늘을 나는 택시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지상 도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으러 교통정체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 미래의 교통문제는 하늘을 날아감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론의 크기를 키운 개인비행체(PAV)로 택시 영업을 하겠다고 한다.

이 PAV는 현대차 뿐만 아니라 토요타, 에어버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드론 기술의 선도자인 중국의 스타트업들도 앞 다투어 이를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여의도에서 인천공항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1월 17일자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여의도에서 인천공항까지 차로 가면 한 시간 이상 걸리지만 하늘을 날아서 가면 이동시간이 4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한다.

맞는 얘기다. 직선거리로 40여km에 불과한 인천공항까지 시속 200km로 갈 수 있는 PAV를 타면 실제 비행시간은 15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런 항공 모빌리티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체다보니 사고가 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고, 인천공항 등 주요 거점에 수많은 기체가 몰리면 하늘길 교통체증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항공사의 현직 운항승무원이자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김승규 기장은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김 기장은 항로 문제, 하늘길 체증 문제, 인천공항 계류장 문제, 안개 등 저시정 기상에서의 안전 문제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먼저 하늘길 정체 문제. 김 기장은 글에서 수많은 비행체들의 안전을 위해 수평·수직으로 나누어진 길(항로)을 만들어야 하고, 추돌사고 등을 막기 위해 간격을 띄어야 하며, 수도권 곳곳에서 날아온 비행체들이 한 곳에 착륙해야 하니 순서를 기다리는 정체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V가 대중화 돼 수많은 비행체가 운행하면 인천공항 어디에 내려야 할까? 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폭 15미터, 길이 10미터의 비행체가 안전하게 착륙하려면 최소 500㎡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5명밖에 태우지 못하는 비행체로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려면 드넓은 착륙시설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인천공항 터미널 주변에는 이런 시설을 만들 공간이 없다.

현대차와 우버가 공동개발하기로 한 PAV 콘셉트 S-A1.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와 우버가 공동개발하기로 한 PAV 콘셉트 S-A1.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김 기장은 이런 착륙시설을 공항 근처에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3개의 활주로에서 끊임없이 뜨고 내리는 항공기들과 충돌할 위험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현행 항공법을 충족하는 기존 헬리콥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이착륙장이 필요하게 되며, 활주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안개, 저시정 등 기상 변수도 있다. 김승규 기장은 글에서 “여객기들이 실시하는 계기 이착륙 절차(SID, STAR)와 비슷한 계기 접근 절차와 계기 이착륙 접근 보조 항법시설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기존 헬기를 이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김 기장은 현실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항로상 수많은 항공기들이 뜨고 내리는 또 다른 공항인 김포공항 항로를 가로질러야 하고, 이 항로 공역 자체가 군사보안구역이라 대부분 비행제한구역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늘택시에 큰 기대를 걸지 말라면서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안전과 비용, 효용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어 모빌리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버 엘리베이트의 올리비아 크리스쳔슨 선임 크리에이터는 지난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항공법 등 관련 규정에 맞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계획된 로드맵에 따라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까다로운 미국 FAA의 기준을 충족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우버 관계자 올리비아 크리스쳔슨 선임은 로드맵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교통뉴스 자료화면.
우버 관계자 올리비아 크리스쳔슨 선임은 로드맵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교통뉴스 자료화면.

현업 항공업계 종사자의 의견은 달랐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군사지역 등 항공기가 쉽게 날아다닐 수 없는 환경에서는 안전한 운항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하늘을 나는 모빌리티가 하늘길과 안전을 확보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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