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공개된 가상현실 개발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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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공개된 가상현실 개발 프로세스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9.12.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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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초청해 가상현실 디자인 품평회장 공개
모든 과정을 VR로....개발비 절감해 투자 선순환
현대차그룹이 남양연구소에서 VR 품평장을 공개했다. 사진: 민준식
현대차그룹이 남양연구소에서 VR 품평장을 공개했다. 사진: 민준식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안정책으로 카메라 반입과 촬영이 엄격히 금지된 남양연구소에 기자단을 불렀다. 그리고 카메라 반입을 허용했다. 촬영금지 때문에 주로 펜기자들만 출입했던 예전과는 달리 메이저 언론의 카메라 크루가 대거 이 현장을 찾았다.

정문에서 얼마 안 떨어진 디자인 센터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출시를 앞둔 각종 신차들이 시커먼 위장막을 씌우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디자인센터는 주행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어 이런 신차들이 그 앞을 많이 지나다녔다.

남양연구소 내 디자인센터 입구. 사진: 민준식
남양연구소 내 디자인센터 입구. 사진: 민준식

기자들을 초청해 내부를 공개하면서까지 보여준 것은 머리에 장비를 쓰고 사물을 보는 가상현실(VR) 체험실이었다. 400㎡가 넘는 넓은 공간은 온통 시커멓게 돼있었고 이 공간에서 최대 20명까지 장비를 착용하고 디자인을 3D로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150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VR 디자인 품평장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곳에서 몇 년 후 나올 차세대 그랜저 등 개발에 들어간 신차들의 초기 품평회가 열렸다고 한다. 최고위급 임원을 비롯한 그룹 내 핵심인사들이 찾아 초기 디자인을 보고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다.

넓은 품평장에서 초기 디자인을 VR로 볼 수 있다. 사진: 박효선
넓은 품평장에서 초기 디자인을 VR로 볼 수 있다. 사진: 박효선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VR장비를 착용한 사용자의 움직임을 파악해 가상의 공간에서 정확하게 디자인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장비를 착용해보니 다소 어색한 3D 그래픽이 보였고, 이 날 디자인 평가로 나온 수소트럭 넵튠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실제 존재하는 것과 똑같은 비례와 거리감으로 다가왔다. 마치 바로 앞에서 차를 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몸을 구부려 바퀴 안쪽 서스펜션 및 드라이브트레인 등 기계부품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차체의 모든 부품이 입체적으로 데이터화됐기 때문에 속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장비를 착용한 체험자들이 허공에서 몸을 구부리고 들여다보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체험자들이 실제로 몸을 구부리고 들여다볼 정도로 현실감이 뛰어났다. 사진: 박효선
체험자들이 실제로 몸을 구부리고 들여다볼 정도로 현실감이 뛰어났다. 사진: 박효선

다른 방에서는 가상현실을 설계에 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실내 컬러 및 분위기, 스위치의 위치 같은 사용자 감성은 물론, 바람이 흐르는 것을 예측해 보여주는 모델도 있었다.

가상현실을 사용한 개발의 가장 큰 장점은 모형을 만들지 않고도 그 디자인이나 설계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럼으로써 개발과정에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방향성을 빨리 정할 수 있고,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VR을 통해 공기흐름 등 엔지니어링 설계도 가능하다. 홍보영상 갈무리.
VR을 통해 공기흐름 등 엔지니어링 설계도 가능하다. 홍보영상 갈무리.

실제로 차의 모양을 디자인할 때 찰흙으로 원형크기의 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초기부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클레이 모델링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최종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VR을 적용하면 이럴 필요가 없다. 초기 디자인을 입체적으로 구현해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VR을 사용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실제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최종 모양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저항 등 공력설계를 할 때에도 매우 유용하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공기흐름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설계된 차체에 적용해 그 흐름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찾아낸 공기흐름을 바탕으로 지붕, 범퍼 등 차체의 모양을 다듬을 수 있다.

이렇듯 VR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고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말했다. 이를 통해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최적의 세팅값을 찾아낼 수 있으며, 가장 합리적이면서 디자이너의 의도를 반영할 수 있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책임 연구원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3세대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쏘나타와 K5부터 이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했다고. 이 말이 상당히 강력한 임팩트로 다가왔다. 앞으로 만들어질 차들의 수준이 상당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보였다.

현대차그룹이 새로 내놓고 있는 신차들을 보면 예전의 모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현대차그룹은 VR을 사용해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설계)을 하고, 이를 정확하게 검증해 완성도 높은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했다. 또한 품질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관계자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20%,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품질검증을 실차가 나오지 않은 기획단계부터 할 수 있어 완성도가 높아진다고도 덧붙였다.

연구개발본부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절감된 시간과 비용으로 품질을 높이고 수익성을 제고해 R&D 투자를 강화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개발 프로세스로 절감된 비용을 다시 투자해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가상현실을 통해 신차개발의 전과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홍보영상 갈무리
가상현실을 통해 신차개발의 전과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홍보영상 갈무리

계열사인 현대로템도 전동차 및 열차 개발을 할 때 같은 맥락의 VR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가상현실 기술을 전사적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VR 기술은 신기술 같지만 다른 곳에서도 많이 쓰이는 구기술이다. 그러나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동차 업체는 많지 않다. 기술을 활용하는 적극성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비교적 신생업체인 현대기아차가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의 오랜 기술과 경험을 따라잡기 위한 묘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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