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지켰는데 벌금… 모호한 교차로·횡단보도 교통 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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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지켰는데 벌금… 모호한 교차로·횡단보도 교통 법규
  • 교통뉴스 김홍비 기자
  • 승인 2019.11.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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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신호 지켰지만 벌금 700만 원 선고
운전자의 보행자 유무 파악 소홀이 이유
교차로·횡단보도 법규 모호한 부분 많아
교차로 이미지 사진 (사진제공 세종시)
교차로 이미지 사진 (사진제공 세종시)

교차로 관련 교통 법규가 어렵고 복잡해 혼란을 겪고 있는 운전자와 보행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가 벌금형을 선고받는 일이 발생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32세 A 씨는 지난해 12월, 보행자 신호를 위반하고 무단 횡단하던 50대 여성 B 씨를 발견하지 못해 차로 치었다. 이 사고로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 씨는 당시 이미 차량 신호가 켜져 있었던 점과 앞선 차들이 그대로 횡단보도를 통과했던 점, 사고가 차량 진행 신호가 들어온 지 11초 이후에 발생한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또한 시속 56.1㎞의 규정 속도로 주행하며 전방, 좌우 주시의무를 다했지만 사고 지점이 너무 어둡고 피해자 역시 검은색 계통 옷을 입어 피해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춘천지법 형사2단독 허경무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횡단보도 중앙지점에서 버스와 승용차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다시 횡단을 시도하려다 사고가 났다고 봤다.

피고인이 횡단보도로 접근할 때 피해자는 이미 횡단보도에 들어와 있었던 상황을 입증해 피고인이 충분히 피해자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A 씨에게는 7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처럼 교차로와 횡단보도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관련 법규가 복잡하고 모호한 점이 많아 자주 논쟁이 발생하고 있다. 

교차로 상황에서 우회전으로 인한 사고 역시 적지 않게 발생한다.

자료 사진 (경기도)
자료 사진 (경기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발생한 교차로 사고 가운데 17% 가량이 우회전 때문에 일어났다. 4년 새 5.7%가 증가했으며, 사고 사망자 역시 10% 늘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의 규정은 운전자마다 제각각의 설명을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

차량 신호등의 색에 관계없이 교차로에서는 우회전이 가능하다. 다만 신호가 적색인 경우 우회전하려는 차량은 일단 교차로 직전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 한 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없는 걸 확인한 후에 횡단보도를 통과해야 한다. 보행 신호가 녹색인 경우에도 통과가 가능하며,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되지만 않으면 된다. 

직진 방향의 차량 신호가 녹색일 때는 일시 정지할 필요는 없으며 천천히 횡단보도를 통과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무단횡단 중인 보행자가 없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우회전한 뒤 만나게 되는 횡단보도에서는 건너는 보행자가 있으면 일시 정지를,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통과할 수 있다.

이 때에도 보행 신호의 적생등 여부는 상관없으며, 통행중인 보행자의 유무를 반드시 확인할 것이 요구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으로 처벌받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애매한 지점이 발생한다. 바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유무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만약 횡단보도 반대편에서 막 횡단을 시작하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은 ‘현장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고 답한다. 이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직접적인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운전자의 판단에 따라 횡단보도를 통과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보행자들 틈을 비집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는 뜻도 된다.

이처럼 교차로 관련 교통 법규는 모호한 지점이 있고, 일시 규정 역시 실제 단속 사례가 현저히 적으며 현장에 따른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적색 신호 시에도 우회전을 허용하는 규정을 없애고 금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만큼 안전과 보행자 보호, 그리고 운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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