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전기차 보조금 중국 업체만 배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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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기차 보조금 중국 업체만 배불리나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9.05.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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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한 중국산 전기오토바이 보조금에 환경부 화들짝 고래 같은 전기버스 보조금은 시한폭탄

중국은 보조금 차등지급, 국내는 똑같이 지급
가격경쟁력 높은 중국산 보조금 덕 날개 달아
국내업체 경쟁력확보위한 보호장치 마련시급

현대자동차의 저상 대형버스 '일렉버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저상 대형버스 '일렉시티'. 사진: 현대자동차

전기차 업계에서 원천기술과 제품 등 중요한 부품은 중국산이 대세다. 초소형 전기차, 2륜차는 모터, 감속기, 인버터, 배터리 등 기본 파워트레인을 거의 중국에서 수입해 적용하는 실정이며, 전기버스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국내 업체가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업계는 자국 정부의 강력한 친환경 드라이브를 등에 업고 각종 지원을 받으며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국내 업계는 모터, 인버터, 배터리 등 원천기술을 먼저 개발해놓았지만 상용화를 위한 자금이 없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던 사이 중국 업체들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전기차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EV 세일즈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 TOP 10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중국 자동차 업체였다고 밝혔다. 국내기업 중에서는 거대 기업인 현대기아차가 유일하게 이 순위표에 올라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협회 회장은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2019 차이나 오토포럼’에서 “한국정부는 국내산이나 수입산 모두 같은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전체 보조금 중 22%가 중국을 포함한 수입차 업체에게 주어진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전기버스의 경우, 중국산 버스에 전체 보조금의 40%가 지급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보조금의 쏠림현상과 국내 산업 발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정부도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환경부, 산업부 등 유관 부서는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보조금 지급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버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마찰 문제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을 원산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지만, 지자체에서 별도로 지급하는 보조금에 차이를 두는 것은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소형 전기차의 경우 차등지급을 할 명분이 없지만, 소비자가 원산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제품에 명확하게 표기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같은 전기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가를 평가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으며, 원산지에 따른 차등지급은 없다. 지자체 보조금 역시 각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원산지에 따른 차등지급은 없다.

규모가 작고 상대적으로 영세한 초소형 전기차 업체의 경우, 순수한 국산 기술로 전기차를 만드는 업체는 사실상 없다.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중국산 부품을 조합해 제작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중국산 부품을 쓴다고 보조금을 줄인다면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전기버스는 중국산이 시장을 사실상 점령한 상태다. 대당 수천만 원이 훨씬 넘는 가격경쟁력이 중국 업체들의 최대 무기다. 국산 대형 저상 전기버스의 경우 보조금 지급 전 가격이 4억 5천만 원에 달하는데 중국산의 경우 4억 원 초반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전기버스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이 환경부에서 최대 1억 원, 국토부 9천만 원이며, 각 지자체별로 별도 보조금이 최대 1억 원까지 주어진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산 CNG 버스 1대를 살 수 있는 가격까지 맞춰준 것이다.

기자가 취재한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을 빌면, 국산 전기버스를 한 대 팔아도 별로 남는 게 없다고 한다. 현재도 원가가 4억 원인데 할인 등을 감안하면 4억 2천만 원대에 팔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산 버스의 원가는 3억 원을 넘지 않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반면 중국차 업체는 원가 3억 원의 버스를 4억 원에 팔아도 앉아서 1억 원을 번다. 게다가 사는 사람은 수천만 원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정부의 보조금이 고스란히 업체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성능에 대한 논란도 있다.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는 국산차량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제조사 발표치에 따르면 현대차의 일렉시티는 최대 319km까지 주행이 가능한데 동급 중국산 버스는 100km 중후반대에 불과하다.

급속충전을 할 때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현장에서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전기버스를 운영하는 한 업체는 운행 후 급속충전을 할 때 배터리의 과열방지를 위해 강력 송풍기 여러 대를 돌려 배터리를 식혀준다고 한다. 차고에 서 있던 전기버스 배터리에서 불이 나 전소됐던 사고도 있었다.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차 업체의 가장 큰 문제는 보증수리다. 자동차는 언제든지 고장이 날 수 있는데, 수입업체의 경우 자체 서비스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차주들이 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차량을 운행해 시민의 발이 돼야 하는 버스업계에게 운행정지는 치명타다.

전기버스 뿐만 아니라 수입 상용차의 경우도 고장 문제로 수리가 늦어져 차주들이 운행을 못해 피해를 입고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부품수급과 수리가 빠른 국내기술을 사용하는 업체의 제품이 항상 운행해야하는 버스 및 상용차에게는 적합하다.

당국의 보조금 정책이 국내 업체에겐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기술은 있지만 가격경쟁력과 상용화 기술이 떨어지는 국내 전기차 업체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차량을 빨리 보급하는 것도 좋지만, 친환경차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업계를 위해 보다 현명한 보조금 정책이 요구된다.

통상문제 때문에 국고보조금을 손 댈 수 없다면,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지자체 보조금이라도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파워트레인 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초소형차 업계는 보조금이 줄어들게 되면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국내 기술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효율적으로 도와주고, 업계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외국 기술과 자본에 의한 친환경 전기차 시장과 기술력의 잠식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소비자는 원산지를 꼼꼼하 확인하고, 품질과 사후관리는 물론 국내산업 지원 등을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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