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330i M Sport Package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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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330i M Sport Package 시승기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9.04.1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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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끝에 돌아온 BMW의 신형 3시리즈
단단한 서스펜션과 가벼워진 몸무게로 경쾌한 주행
디젤엔진 못지않은 토크 자랑하는 2리터 터보엔진
현존하는 최고의 변속기인 ZF 8HP 유닛은 무결점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작동버튼 작아 불편
 
BMW 3시리즈가 드디어 우리나라에 출시됐다. 사진: 민준식
 
부제목에 ‘절치부심’이라는 단어를 썼다. BMW는 작년에 홍역을 앓았다. 유로6 인증을 받은 디젤엔진 중 유일하게 요소수 촉매 없이 실주행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맞춘 ‘외계인 납치’ 수준의 기술력은 화재논란이라는 생각지도 않았던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시리즈의 절치부심은 화재논란이 아니라 이전 모델 F30 시리즈가 잃었던 ‘BMW 다움’을 회복한 데에 있다. ‘BMW다움’이란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을 표방하는 BMW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운전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을 뜻한다. 단단한 승차감, 날카로운 핸들링, 그리고 강력한 달리기 성능.
 
직전 3시리즈는 평범하다고 할 정도로 편안해졌고 조용해졌다.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 대신 토요타의 편안함과 렉서스의 승차감, 그리고 부드러운 엔진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기자를 포함한 많은 BMW 팬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새로 나온 3시리즈는, 적어도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은, 전 모델의 실패를 잘 딛고 일어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몸놀림이 경쾌해졌다. 승차감을 단단하게 조였다. 이전 모델의 안락한 쿳션은 사라졌다. 노면을 읽으며 차체가 반응하는 동시에 기분 나쁜 충격은 잘 거르거나 분산시켜주는 BMW 특유의 승차감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가벼운 몸무게 덕일까, 앞바퀴에 실리는 무게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승차에 쓰였던 브리지스톤 투란자 타이어의 그립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차의 코너링 성능과 밸런스는 뛰어났다.
 
운전을 잘 못해도, 즉 코너링을 할 때 하중 이동을 급격하게 해도 차체 밸런스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앞이 밀리는 언더스티어는 거의 없고 어지간히 빠르게 코너를 진입해도 잘 돌아나갔다. 물론 타이어는 비명을 질러댔지만.
 
옥의 티 하나는 전동식 스티어링인 EPS의 피드백이다. 전동식으로 넘어오면서 BMW만의 손맛이 사라진 게 아쉬웠는데 아직 그 맛을 찾지 못한 느낌이다. 앞으로 적응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디어 시승행사 코스로는 다소 과격할 수 있는 청평 호명리 호반도로와 중미산 고갯길을 넘는 길고 긴 와인딩로드를 달리며 이 차의 운동성능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다. 호명리와 중미산길은 국내 와인딩 매니아들의 성지와도 같은 도로다.
 
잘 조율된 서스펜션과 가벼운 차체, 그리고 힘센 엔진은 험한 도로를 자유자재로 헤치고 나갔다. 특히 40.8kg-m에 달하는 강력한 토크는 8기통 엔진의 느낌마저 들게 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BMW의 제원상 출력은 실제보다 낮춰서 발표한다는 미확인 설이 있다. 같은 258마력이라도 경쟁사의 출력보다 수십 마력은 더 강한 느낌이 든다. 당장 이 차와 무게, 크기, 출력 등 조건의 거의 동일한 제네시스 G70 2.0터보 모델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G70 2.0 모델보다 불과 6마력 강한 330i 의 2리터 엔진은 실제 느끼기엔 30마력 이상 강했다. 제원상 제로백도 5.8초에 불과해 6초 후반대가 넘게 걸리는 제네시스보다 훨씬 빠르다.
 
독일 ZF사의 8단변속기는 무결점 그 자체다. 운전자가 원하는 단수에 정확이 들어가 준비하고 있고 변속은 부드러우면서 빠르다. 1단에서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클러치가 붙어 직결되기 때문에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직결감이 부럽지 않다. 풀가속을 때는 변속충격이 있을 정도로 과격하게 기어를 바꾼다.
 
330i의 가장 큰 단점은 ‘실키식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은 회전질감이 뛰어나고 엔진음이 좋아 부드럽다는 뜻의 실키식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이 4기통 엔진은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실키식스에 비하면 열심히 바늘을 박는 재봉틀 소리를 낸다. BMW에서 쏘나타에서나 들을 수 있는 엔진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훨씬 조용하기는 하지만.
 
요즘 유행인 액티브 엔진 사운드도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스포츠모드에서 두드러지는 사운드는 누가 들어도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다. 게다가 엔진 본래의 음색과 화음도 잘 맞지 않아 더욱 그렇게 들린다. 액티브 사운드 때문에 오히려 회전질감이 더 거칠게 느껴졌다.
 
신형 3시리즈의 길이는 4.7미터가 넘고 너비는 1.8미터가 훌쩍 넘는다. 휠베이스도 2.9미터에 가깝다. 20년 전 5시리즈(E39)와 비슷한 크기다. 제네시스 G70의 빵빵한 엉덩이가 부러웠는지 이 녀석의 뒤태도 많이 다부져졌다.
 
빵빵해진 뒤태는 다른 차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진: 민준식
 
뒤태, 특히 테일램프는 제네시스보다는 렉서스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길게 찢어진 못난이 인형의 눈을 떠올리게 하는 테일램프와 빵빵한 엉덩이를 먼저 만들어낸 사람은 BMW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 뱅글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뱅글의 뒤태(Bangle's Butt)'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렉서스가 바로 그 뱅글의 뒤태를 철저히 적용해 자기들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양을 원조인 BMW가 따라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비슷한 크기의 경쟁차라는 ‘실내 잘 뽑는다는’ 현대가 만든 제네시스보다 이 녀석 실내공간이 훨씬 더 잘 빠졌다고 하면 믿을까 하겠지만 사실로 드러났다. 앞자리는 물론 뒷자리 레그룸, 헤드룸 숄더룸 모두 3시리즈의 압승이다. 시트가 조금 배기고 파묻히는 느낌이 덜 할뿐 실내공간은 더 넓다.
 
인테리어는 심플 그 자체다. 모든 스위치가 튀지 않고 주변 실내장식과 함께 어울린다. 마감재 질감은 최고 수준이고 조립품질도 흠잡을 데 없다. 풀 디지털 계기반과 그 옆에 연결된 10.25인치 디스플레이는 요즘 유행하는 레이아웃이다. 운전석 쪽으로 틀은 센터페시아는 BMW 디자인의 또 다른 전통이다.
 
다만 조화를 강조하다보니 자주 쓰이는 오디오나 공조장치의 스위치가 지나치게 작아 쓰기에 거북함이 있었다. 물론 실제 구매하고 타고 다니면 금세 익숙해질 부분이다.
 
점점 더 커져만 가는 BMW의 키드니 그릴은 이제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BMW 디자인팀은 나름의 원칙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함을 표방하는 모델은 그릴이 날렵해졌고, 럭셔리를 표방하는 차량은 그릴이 우람해졌다.
 
시승행사 중간지점에는 3시리즈의 2세대부터 현 7세대까지 모든 차량을 전시해놓은 특별한 자리가 있었다. 기자가 처음 경험해봤던 오리지널 실키식스를 자랑하는 2세대 3시리즈(E30) 모델을 보았을 땐 가슴이 뭉클해졌다.
 
국내서 팔렸던 3시리즈 전 모델이 모였다. 그릴 사이즈가 점점 커진다. 사진: 민준식
 
기자가 시승한 차는 가장 스포티함을 담은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이다. BMW 코리아는 일단 2.0 디젤과 가솔린 두 가지 모델을 먼저 선보였다. 차종에 따라 기본형, 럭셔리, M 패키지를 고를 수 있고 4륜구동인 xDrive 모델도 두 가지 엔진 모두 선택이 가능하다.
 
기자가 시승한 6,220만 원하는 330i M스포츠패키지에 이노베이션, 럭셔리 패키지가 들어간 풀옵션 모델의 가격은 6,650만 원이다. 갑자기 ‘실키식스’ 엔진에 터보를 얹어 380마력을 낸다는 M340i가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가격도 7,590만 원. 역시 BMW는 6기통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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