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하는 당국의 미세먼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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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는 당국의 미세먼지 정책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9.02.2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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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미세먼지저감대책 실효성 의문
비상저감대책 발령된 23일 공기질 보통
원인은 고사하고 미세먼지 예보도 틀려
과학적 데이터와 분석, 주변국 협조 필요
 
23일 정오, 미세먼지 수치는 전날 경보와는 달리 '보통' 수준이다. 사진: 민준식
 
공기질이 나빠지자 정부는 연일 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오래된 경유차는 세워둬라, 공장 멈춰라, 도로 청소해라 등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겨울철 공기 질이 나빠지는 이유는 대기가 정체돼 순환이 안 되고 편서풍을 타고 넘어온 중국의 스모그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부는 피곤한 국민들만 다그치고 있다. 바람이 안 불고 옆 동네에서 연기가 넘어와 숨쉬기가 어려운데 원님은 동네사람 불도 못 때고 밥도 못 해먹게 하는 모습이다.
 
22일 오후 휴대폰이 요란스레 울리며 안전 안내 문자가 들어왔다. “수도권 내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차량단속 미실시)”이라는 내용이다. 일기예보도 미세먼지가 심할 것이니 외출을 삼가라고 안내했다.
 
23일 정오, 서울의 하늘은 의외로 맑았다. 전날 뿌연 공기에 안 보이던 도봉산의 스카이라인이 고스란히 보였다. 12시 현재 미세먼지 수치는 예보보다 떨어져 나쁨 단계는 벗어난 상태다. 예보가 '다행히' 빗나갔다. 이를 비상저감조치의 효과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편서풍이 자주 부는 겨울철과 봄철에는 중국에서 머물던 공기가 국내로 넘어올 확률이 크다. 게다가 이 시기는 동북아시아 전역이 대기 순환이 잘되지 않아 안개와 스모그가 흔하다. 바람이 잘 부는 날엔 미세먼지가 날아가 하늘이 파래진다.
 
민감한 전기료 인상은 최소화 하면서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맞추려면 짓고 운영하는데 가장 돈이 적게 드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많이 지으면 된다. 실제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절반 이상을 석탄을 태우는 화력발전소가 맡고 있다. 요즘 매연을 내뿜는 경유차들이 많이 없어졌는데도 공기가 갈수록 나빠지는 이유다.
 
그리고 편서풍 철만 되면 중국 얘기가 나온다. 중국의 동북지역과 베이징 인근 공업지역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13억 인구의 대부분이 모여 사는 중국 동부지역은 우리나라와 서해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인천공항에서 칭다오까지 거리는 제주도보다 가깝다.
 
석탄을 주로 때는 중국 산업의 특성상 어마어마한 매연과 오염물질이 대기에 쏟아지고 해외토픽 등을 통해 그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공기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온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중국정부에 제대로 된 항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정부는 자기들은 대기질이 좋아지고 있으니 우리나라 대기질 저하는 우리나라 문제라는 적반하장식 주장을 하고 있다.
 
외교적인 포지션과 정치적인 고려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 정부가 중국에 강력한 항의나 문제해결을 위한 압박을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데이터의 부재가 원인일 것이다. 꼼짝 못하게 옭아맬 ‘스모킹 건’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크다.
 
그런데 데이터는커녕 당장 제대로 된 예보조차 못 하고 있으니 문제점이 크다 하겠다. 기상청 예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 것은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지만 미세먼지 예보는 정확도가 더욱 떨어지는 느낌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대책은 미세먼지가 창궐할 때에만 시행할 것이 아니라 항상 해야 하는 일이다. 노후차는 과감히 폐차를 유도하면서 친환경차 보급하고, 석탄은 덜 태우면서  차량 운행은 줄이고, 공사장 먼지 덜 내고 청소는 자주 하는 일 말이다.
 
바로 위에 언급한 내용이 대부분인 지금의 비상저감대책은 ‘나 일 하고 있소’ 하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정부는 보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해 주변국들과 함께 재앙에 가까운 미세먼지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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