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가 되려는 쏘울 부스터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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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가 되려는 쏘울 부스터 시승기
  • 교통뉴스 민준식 부장
  • 승인 2019.01.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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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마력 엔진을 기본 장착한 고성능차
박스카 이미지를 탈피한다는 소형 SUV
신통치 않았던 판매량 늘어나기 기대돼
 
3세대 쏘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박효선
 
일본 닛산이 최초로 만들어낸 ‘박스카’라는 컨셉의 큐브를 따라 출시됐다고 알려진 기아자동차의 쏘울. 이후 미국시장에서 경쟁차들을 압살하면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이 차가 벌써 3세대째를 맞았다.
 
박스카라는 이름답게 전체적인 모습은 박스를 뚝뚝 잘라서 만든 모양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면 럭셔리 SUV인 레인지로버 모델들과 무척 닮았다. 특히 길게 찢은 LED 헤드램프와 이어지는 전면 그릴의 라인과 새로 적용하는 그릴, 루프라인 등을 보면 ‘비싼 차’의 디자인 요소가 바로 떠올려진다.
 
높은 박스카가 낮고 넓어보인다. 사진: 박효선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그릴과 헤드램프와 이어진 상단 캐릭터라인 덕분에 낮고 넓어보이는, ‘싸움 잘하게 생긴’ 고성능차의 스탠스를 볼 수 있다. 바퀴도 네 구석에 끝까지 밀어 넣고 차체와 거의 맞게 떨어지도록 했기 때문에 넓고 안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얌전했던 세로 모양의 테일램프가 볼보의 그것처럼 아래위로 길어지더니 3세대에 이르러서는 거의 ‘ㅁ’자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이쯤이면 테일램프의 진화라고 할 수 있겠다. 디자인 호불호를 떠나서 ‘달라’보이려는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디자인은 혼다, 볼보, 캐딜락 등 다른 브랜드에서도 볼 수 있다.
 
특이함을 시도했던 테일램프는 아쉽게도 타 메이커에서도 볼 수 있다. 사진: 박효선
 
터보엔진을 기본 장착해서인지 ‘부스터’라는 별칭을 가지고 태어난 3세대 쏘울은 2세대 모델에 비해 길이, 높이, 휠베이스가 각각 55mm, 15mm, 30mm 늘어났다. 차폭은 그대로다.
 
고작 몇 센티미터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만 하더라도 제한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크다. 기존 모델에 비해 실내 거주성이 좋아졌고 다소 좁았던 트렁크 공간도 꽤 넉넉해졌다.
 
특히 뒷좌석 등받이가 꽤 편하게 젖혀져 꽤 안락했다. 다리공간도 몇 센티미터라지만 주먹 하나가 더 들어갈 정도로 넓어졌고 차고가 높은 박스 디자인 덕에 헤드룸은 광활하게 느껴졌다.
 
실내 조립품질과 마감재는 이 급에선 최상급이다. 대시보드 상단과 앞열 도어트림 상단부는 부드러운 재질의 우레탄 재질로 되어있다. 미국의 경우 싼타페급 이상의 중대형 SUV도 전부 플라스틱 재질로 마감하는 경우가 흔한 것으로 보면 최상급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디자인은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아 아쉬웠다. 날카롭고 미래지향적인 외부 디자인에 비해 실내는 마치 몇 세대 전 나온 차를 보는 듯했다. 번쩍거리는 유광 블랙 마감을 전방 대시보드에 대거 적용해 전방 시야에 조금 거슬렸던 부분도 아쉽다. 다행이 운전석 시트는 무척 편했고 몸도 잘 잡아줬다.
 
실내 마감품질과 재질은 높으나 디자인은 아쉽다. 사진: 박효선
 
시동을 걸자 부드러운 음색의 1.6리터 터보엔진이 깨어났다. 이 엔진은 기아차는 물론 현대차에도 많이 적용된다. 177마력과 204마력, 두 가지 버전이 있으며, 쏘울에는 K3 GT와 같은 204마력 엔진이 7단 건식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맞물린다.
 
2세대 가솔린 모델은 132마력의 자연흡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그에 비해 70마력이 넘게 강력해진 엔진을 달고도 연비는 리터당 12.2km(18인치 휠 기준)로 기존 10.8에 비해 무척 좋아졌다. 힘은 세지고 연비도 좋아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이제 원숙기에 접어든 7단 DCT는 그동안 지적됐던 단점들이 거의 개선됐다. 특히 천천히 달릴 때의 울컥거림을 잘 잡았다. 일상주행에서의 변속속도도 빨라졌고 수동모드에서의 반응도 민첩해졌다. 다만 급가속을 할 때에는 여전히 몸을 사리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아무래도 내구성을 고려한 세팅으로 보인다.
 
힘 좋고 부드러운 1.6 TGDI 엔진. 사진: 박효선
 
소음진동 대책도 뛰어났다. 뒷좌석에서는 타이어 소음과 풍절음이 꽤 들렸는데 앞좌석에서는 바람소리 빼고는 주행소음이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승용차인 K3 GT보다는 조용했다. 풍절음은 이런 모양의 차에서는 피할 수 없다.
 
1,370kg의 비교적 가벼운 차체를 204마력의 엔진은 가볍게 끌고 나갔다. 이 1.6리터 직분사 터보엔진은 현대기아차의 4기통 엔진 중 가장 매끄럽고 소음이 적으며 회전질감이 뛰어나다. 겉모습만이 아닌 진짜 ‘싸움 잘 하는’ 차로 만들어주는 일등공신이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빔(CBTA) 방식의 서스펜션은 꽤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스트로크가 길지 않아 차가 튀는 느낌은 있었지만 진동을 잘 흡수하면서 고속에서도 잘 버텼다.
 
서스펜션 완성도, 달리기 실력은 뛰어났다. 사진: 박효선
 
좌 우가 하나의 비틀어지는 스프링 역할을 하는 빔으로 연결돼 토션빔이라 불리는 CBTA 후륜 서스펜션은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느낄 수 있도록 잘 조율됐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땐 한 번의 출렁임도 느껴질 정도로 풀었는데 고속으로 달릴 때는 좌우 휘청임을 잘 제어했고, 급코너링을 할 때에는 원심력에 좌우 바퀴가 스스로 조향을 하는 ‘셀프스티어’ 현상도 느껴졌다. 이 덕분에 뒷바퀴가 조향을 해 회전각을 줄여줘 앞이 밀리는 언더스티어 현상을 줄여줬다.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회전을 하다가 교량 연결부 등에서 충격을 받아도 한 번에 걸러주는 서스펜션의 반응은 압권이었다. 이 급의 차량에서는 느끼기 힘든 고속주행 성능이다.
 
스티어링은 저속에서는 부드럽게, 고속에서는 날카롭게 반응했다. 천천히 갈 때에는 유격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부드러웠는데 속도가 나자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면서 묵직해졌다.
 
전동식 스티어링과 연동된 기아차의 드라이브와이즈는 차선이탈을 방지하는 수준을 넘어서 차선 가운데를 유지시켜주는 사실상 반자율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똑똑했다. 앞에 차가 끼어들어도 바로 속도를 줄여줬다. 다만 신호등을 만나 정차했다 다시 출발하지는 않았다.
 
계기판에 표시된 최고속도를 넘기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로 넉넉한 힘과 주행성능을 가진 쏘울 부스터의 가벼운 차체를 세워주는 브레이크의 성능도 모자람이 없었다. 먼지가 나지 않는 부드러운 재질의 브레이크 패드를 썼지만 부드러우면서 강하게 차를 세워줬다.
 
파워트레인에서 굳이 흠을 잡자면 힘에 비해 다소 얌전한 배기음과 앞서 언급한 몸을 사리는 느낌의 변속기 정도다.
 
커다란 배기구에서 들리는 배기음은 얌전했다. 사진: 박효선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쏘울 부스터를 소개하면서 소형 SUV로 변신한다는 언급을 했다. 연간 2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 중 2천대는 이미 줄 서서 사겠다고 대기하고 있는 전기차다. 국내에서 상품성은 최고라는 기아차의 목표 치고는 다소 소박하다.
 
사실 쏘울의 국내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다. SUV라고 하기엔 짐 공간이 좁아 실용성이 떨어지는데 승차감이나 주행성능도 별로였고, 연비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생긴 쏘울 부스터가 잘 팔릴 수 있을까? 사진: 박효선
 
미국에서 쏘울이 성공을 거뒀던 이유는 귀여운 쏘울 햄스터를 내세운 마케팅과 이미지 메이킹이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시장이 다양하고 소비층이 두터운 미국시장에서 단점이 많았지만 독특한 쏘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이런 성향의 소비자 층이 매우 얇다. 쏘울이 안 팔렸던 이유다. 결국 노려볼 세그먼트는 요즘 뜨거운 소형 SUV 시장이다. 현대차 코나, 쌍용 티볼리만 합쳐도 월 1만대에 육박하는 시장을 나눠먹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몸집도 키우고, 거주성도 개선하면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부여하기 위해 힘 없고 연비도 안 좋았던 노멀엔진은 빼고 고성능 엔진만으로 라인업을 구성했을 것이다.
 
한 나절 경험해 보았던 쏘울 부스터는 소형 SUV라고 불려도 될 만큼의 자질을 가졌다. 가격도 공격적으로 책정했는데 시승차만큼 편의장비를 넣으면 가격이 2,680만 원으로 뛴다.
 
소형 SUV의 실용성과 편안함에 고성능차의 주행성능까지 갖춰 꽤나 상품성이 좋아진 쏘울. 국내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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